황당한 문어이야기
조상수
2001.02.17
조회 29
전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근데 얼마전 저희 어머니께서 거제에 있는 결혼식을 다녀오셨슴다. 근데 오는 길에 거제도에 사시는 어머니 남자친구^^분(초등학교 동창)이 오랫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하시며 자기가 잡아서 파는 거라며 뭔가를 주셨답니다.
아주 싱싱하다며, 살아꿈틀대는 놈이라며 생선 몇 마리와 문어를 트렁크에다 바께쓰채^^(순우리말로는 한들통!!) 실어 주신 거지요. 굳이 사양을 했는데도...
그래서 마산에 도착한 어머니는 그 들통을 꺼내서 거기에 있는 문어도, 생선도 자~알 요리해 먹었슴다. 근데, 그러구 한 사흘쯤 지나서...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제 갔다 온 이유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 친구분이 그 들통을 실을 때 뭔가 냄새나는 생선물 같은 것을 흘리진 않았나 하고 어머니께서 확인 전화하셨습니다.
"야, 니 내 차에다 뭐 넣었노? 들통 실을 때 생선하고 문어 말고 뭐 딴 거 흘린 거 아이가?"
그랬더니, 그 친구분 왈
"야가 머라하노...내는 들통에 문어 서너마리 넣고 그 위에 생선 두어마리 뭉친 거 얹은 거 밖에 없다 !!"
헉 !! 문어 서너마리라니....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우리가 먹은 문어는 단 한 마리밖에 없었거든요...
"야, 머시라꼬? 우리는 한 마리밖에 못 먹었는데....그라모 이기 우찌된 기고?"
전화를 끊고 달려나간 어머니....트렁크를 아무리 열고 찾아 봐도 없었습니다.
근데 냄새는 전혀 가시지 않고...더 진동을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고 또 사흘이 지났슴다...근데도 냄새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것이었슴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지요...
서너마리라고 했으니 세 마리가 아니고 네 마리인 것이지요...
또 한 번 온 차를 뒤졌지만....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슴다.
냄새는 계속해서 가시질 않고...급기야 난 차 안에다 방향제를 두개씩이나 붙이고...
뿌리는 방향제를 사서 틈나는대로 뿌려대고, 냄새먹는 하마를 차 뒤에다, 트렁크에다 넣어도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 엄청난 냄새를 가시게 할 순 없더군요...

하다하다 안 되어서 카센타엘 갔더랬슴다. 아무데나 가까운 데 가자 그래도....
울 엄니 챙피하다시며^^...잘 아는데 가야지 아무데나 가서 문어 꺼내달라 그럼 욕한다 그럼서....
그래서 평소에 엄니가 즐겨 다니시던 창원의 모 카센타엘 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그 아저씨 정비 10년만에 문어꺼내달라 오는 사람 첨이라며 배를 잡고 웃으시고...
이젠 됐다 싶었는데...맡겨 놓고 한 시간쯤 뒤에 가 보니...
그 아저씨 뒷좌석 시트까지 풀어제껴도 찾을 수가 없다구...앞으로 넘어갔으면 차를 잘라야 된다는 엄청난 소리까지 덤으로 얹어서 그냥 집으로 와야 했슴다....

그러고 또 며칠이 지났슴다...그것이 세 마리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요...
그치만 냄새는 여전했슴다...울 친구들한테 도움을 요청해봐도
배를 잡고 웃거나 이상,요상한 방책만 늘어놓을 뿐 전혀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그 방책이란...이름하야
"문어를 꺼내는 서른가지 방법"

1. 문어맘은 문어가 안다. 거제로 다시 가서 다시 들통을 넣어서 문어가 오데로
가는지 잘 지켜보라는 둥..
2. 예쁜 암컷문어^^를 실은 담에 유인을 해서 나오게 하라는둥..
그러다 암컷이 따라 들어가서 살림 차려서 아예 안 나오면 더 곤란하다는 둥
3. 쪼끄만 렌즈 구해서 차 내시경을 해보든지 X-ray 촬영을 해 보라는 둥..
4. 다음은 저와 제 친구와의 더 황당한 대화임다.
"넘 열받아서 염산이라도 확 붓고 싶다"
--- "그라모 문어보다 차가 먼저 녹을낀데...."
"그라모 차는 안 녹고 문어만 녹이는 그런 약 없나?"
--- " 있다 !!!"
(넘 반가운 맘에 눈이 휘둥그래져? "뭔데?"
--- "초장 !!!"(초고추장을 경상도에선 초장이라고 한답니다)

이게 친굽니까? 웬수지 웬수 !!
하여간 온갖 헛소리만 늘어놓으며 배꼽 잡고 웃기만 할 뿐이었슴다...

울 집에 차가 두 대이기라도 하면 제가 말도 안 합니다.
울 엄마차 그거 별로 좋지도 않은 거긴 해도 그거 딱 하나 있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그렇게 시간만 보내면서...난 굳은 결심을 했지요
앞으론 절대 그 차 안탄다....
울 엄니는 그 지독한 냄새와 그걸 처단할 방책을 강구하느라 살이 2 킬로그램이나
빠졌슴다....

생각다못해 현대자동차 정비공장에까지 갔습니다.
"사모님, 어디가 고장입니꺼?"
"그게 그러니까...차가 어디 고장난기 아이고예...그러니까..."
하시면서 어머니는 또 자초지종을 설명하시고는
"그래서 문어 좀 꺼내 주시라꼬예. 우린 암만 찾아도 도저히 안 됩니더"
그 소장님 또 배를 잡고 웃으시고는. 밑에 직원을 시켜서 찾게 하셨습니다.
설명을 들은 그 직원들이 문어가 트렁크에서 사라졌으면 가장 갈만한 곳이 여기일 것이다라고 잠정 추측을 해서 차를 뜯기 시작했답니다.
차 천장을요...
트렁크 아래에서 차 천장으로 연결되는 조그만 구멍이 있대나 어쨌대나...
하여간 전 차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그렇게 뜯고서 차 천장과 차체 사이의 공간을 한참 수색하다 보니
뭔가 희멀그레한 것이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쭉 꺼내보니
세상에.....거의 상하기 직전인 문어머리가 하나 쑥 딸려오더랍니다.
기쁨에 겨워 울 어머니 소리를 지르셨지요 "찾았다 !!!"
말이 ''찾았다''이지 아마 심정적으론 ''심봤다''보다 더 기뻤을 겁니다.
그렇게 꺼내보니 네 마리중에 젤 큰 놈이 거기 들어가 있더라는군요
그래서 이번엔 다리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문어 다리가 여덟개인지 열 개이지 헷갈리신 어머니
외할머니께 전화까지 해가지구서 최종적으로 여덟개임을 확인하고
그 천장에서 다리를 하나씩 하나씩 여덟개가 될 때까지 꺼내는 걸
기쁘고 즐겁고 환희에 찬 심정으로 지켜 보셨답니다.

그렇게 머리도 다리도 다 꺼내고 물로 씻어내고 나서
진동하는 냄새 때문에 금방 다시 닫지도 못하고 분해한 채로 한참을 있었답니다.
거기 정비공장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말이죠^^
그렇게 집으로 온 어머니. 십년 먹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시며
그 직원들 그 놈의 문어 꺼내느라고 넘 고생했다시며
며칠 후에 빵이랑 우유랑 맥주랑 한 봉지씩 사 들고 또 한 번 인사를 가시더라구요

그렇게 꺼내도 그 남아있는 은근한 문어내음이 정말 오래가던걸요
아직도 날씨가 좀 안 좋을땐 차문을 열면 은근히 난다니까요
전 그 뒤론 절대 문어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지요^^냄새에 질려버려서요^^
여러분. 싱싱한,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를 차에 실을땐
반드시 밀봉 포장을 하시든지.....아님 절대 싣지 마세요....

민해경- 어제와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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