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딸을버린 이유..
이현정
2001.02.14
조회 28
어느새 봄이 방 창문 밖에서 손짓을 하는 것 같네요.
얼마전 내린눈이 아직도 저희 아파트 앞에 하얀세상으로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예요^^
제가 이렇게 사연을 쓰게 된 이유는요,
요즘 제딸이 TV에 나오는 기차를 볼때마다 저한테 태워달라고 조르는데요. 제겐 기차에 얽힌 속쓰린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서 사연을 보냅니다.
때는 1979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즈음~~~
제가 5살의 나이일 때 였어요..
아빠와 제가 친가인 전라도를 가기위해 아빠와는 처음으로 단 둘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서울역 매표소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던중,옆에 계시던 어떤 아저씨께서 저희 부녀에게 말을 거시는거 아니겠어요."어머 아저씨! 아저씨 따님입니까? 어쩜 애가 눈도 크고 저리이쁠까.제가 딸이 없어서 그런데 너무 이쁘네요.부럽습니다~~~"그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
"저도 이아이 위로 위에 아들둘있고 겨우 딸 한명 낳았습니다. 역시 딸이 있어야죠... 애교 피울 때 얼마나 이쁜지..."
평소엔 이쁘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으시던 아빠가 왠일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전 생각했죠..그런데 그이야기 듣던 아저씨께서 갑자기 제안을 하시는거였어요.
"얘 내가 부라보콘 사줄테니 따라가자..."
부라보 콘 이라니... 그때 아이스크림중에 가장 비싸고 맛있던 콘을 사주시겠다는 말에 따라가고픈 마음이 생겼지만 혹시나아빠가 절 나두고 기차를 타러 가실까봐 전 안따라 갈려고 했죠.. 하지만 저와는 상관없이 침은 자꾸만 나오고...그런데 제옆에 계시던 아빠께
서 "그래.좋은 아저씨 같다. 아빠 여기서 기다릴게 다녀와" 하시는게 아
니겠어요.아저씨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데려 오겠다고 아빠와 약속을 하시고선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저씨께서 저의 손을 잡고서 성큼 성큼 걸어 가셨답니다..
(요즘 같으면 아이 유괴범일수도 있었는데..역시 담도 크신 우리아빠!!)
전 따라가면서 아빠가 이아저씨를 보고 계시나 계속 뒤돌아 보면서 거의 끌려가다 싶이 했지요..
그런데 그아저씬 저의 잘못된 생각과는 달리 매점에 가셔서 제가 먹고싶던 그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곤 다시 본인의 딸인양 인자한 미소를 뛰우시며 "맛있니?" 하고 물어주시기 까지 했답니다..물론 전 맛있었죠.. 지나가는 다른 아이들이 부러운 듯 처다보고..그때
기분은 이루말할수 없이 너무 너무 좋았답니다..
그런데 아빠가 계신 자리까지 왔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글세 자리에 계셔야 할 아빠께서 안계신거였어요.전 조금전까지 그달콤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던 부드럽던 아이스크림의 유혹에서 벗어나 눈동자를 사정없이 돌렸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이
지 않는 아빠!!!!!!
제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던 아저씨는 저와같이 그 자리에서 아빠를 기다리셨지만 그것도 잠시. 본인이 타실 기차가 올 시간이 다 됐다면시
면서 제게 그 자리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말하시곤 그만 가버리셨답니다..세상에 이 럴 수 가 !!!
믿었던 아빠가 절버리고 가셨다는 생각에 전 소리내어 엉엉
울었답니다... 아빠~~ 아빠~~ 엉 엉 엉 엉....
손에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은 어느새 점점 녹아서 제 손에서 찐득거리고 있었지만 아빠를 잊어 버렸다는 생각에 목놓아 울고 있을즈음... 또
다시 어떤 아저씨가 오셔서 제게 물어 보시는거 였어요. " 얘 왜울어?
누구랑 왔니?" 전 아빠를 잊어버렸다고 말하고 더욱더 소리높여 울었어요.그런데 그 아저씨께서 저와 같이 주위를 둘러보시고선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듯 저를 데리고 남자 화장실 앞에 가셨어요. 그리고선 이렇게 외치시더군요." 따님 데리고 이곳에 오신분 없나요?"
조금후 나오신 아저씨께선 제게 "니아빠 화장실에 계시니깐 조금만 기다려라.그만 울고...쯧쯧."이렇게 말하시곤 혀를 차치며 본인의 길을 가셨
답니다..
전 아빠를 찾았다는 기쁨에 또다시 울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를 힐긋거리며 지나가고...
그때 저의 심정은 진짜 안당해본 사람은 알수 없을꺼예요...
저의 울음소리도 금방 나오시는 아빠를 보자 소리도 작아졌죠. 그런데 그와중에 저희 아빠께서 제게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진짜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어이가 없어 한숨만 나온답니다.. 휴~~~~~ 우)
아빠 왈 " 야. 니 울음소리가 너무커서 화장실이 울리더라. 아빠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그렇게 우니?챙피해서 진짜..." 어쩜 진짜 우리아빠 맞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서럽더군요..
아무리 급하셔도 저 올때까지 기다리셔야 하는 것 아니가요? 한번 대답해 보세요...
변춘애씨는 제 이런 마음 다 이해하시죠...
서러워하는 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또 다시 던지는 아빠의 한마디... " 비싼 아이스크림 다 녹고 이게뭐냐.. 얌전히 아이스크림 먹고 기다렸으면 될것을....쯧쯧..."
참내...어쩜 아까까지 저를 이쁘다고 했던 그 아버지가 이분 맞나?하는
생각도 들고 하여튼 전 기차를 타기전 아빠와 함께
손을씻고 결국 기차를 탈수 있었답니다..아까운 아이스크림---아빠께선 지금도 그때 왜 딸을 버리고 화장실을 가셨냐고 묻는 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 하신답니다.
아침에 드신 음식이 잘못되서 화장실에 급히 가셨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요... 아빠에게 얼마 안됐던 그시간이 제게 있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지는데...흑 흑...

전 요즘처럼 험한 세상이 아니라 좋은분들 많아서 아빠를 잊어버리지 않았음을 항상 감사헤게 생각하며 산답니다..
지금 만약에 그때 저를 화장실까지 데려다 주신 그 고마운 아저씨께서 이방송을 듣고 계신다면 제가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살고있다고 전하고 싶네요..
그때의 여자아이가 지금은 4살된 딸의 엄마로 열심히 세상을 살고있지만 딸을 잊어버릴뻔 하셨던 저의 그 위풍당당 하시던 친정 아버지께선 얼마전 암수술을 받으시고 지금도 몸이 안좋아서 많이 힘들어 하신답니다..
요즘은 제딸의 애교가 아빠의 아픔을 덜어드리지만 전 예전의 그 당당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많이 그립네요..
따뜻한 봄이되면 아프신 친정아빠와 병간호에 힘들어 하시는 엄마와 제 딸과함께 여행이라도 가야겠어요.. 빠른 아버지의 완쾌를 기원하며
적어봤습니다... 전 아버지라고 부르면 아빠가 너무 늙으신 것 같아 저때분에 흰머리카락이 검은 머리카락보다 너무 많은 그분을 아직도 아빠라고 부른답니다.
마지막으로 이말을 아빠에게 하고 싶네요..
" 아빠 빨리 건강해지세요... 아빠의 철없던 딸의 효도를 꼭 받아보셔야죠.안그래요?! "
오룡비무방 : 이대로 멈출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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