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땜시
윤수진
2001.02.14
조회 23
지금부터 4년전....
남편 고향은 강원도 동해인지라
돈을 벌어보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저희 남편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친구 자취하는 집에 그냥 눌러앉았나봅니다
아는 사람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그 사람말로는 자기 친구중에 유동근아저씨 닮은 친구가 있다고 만나보라는 말에 기대반으로 만난 남자
만나보니 유동근아저씨가 아닌 강호동이더라구요..ㅠ.ㅠ
처음엔 너무 싫어 피해다니다가 우리 집 근처에서 매일 기다리는 정성에 한두번 만나다보니 정이 들었더랩니다...나중에 뚱뚱해서 싫었던 배가 정이 들어놓으니
듬직해보이는게 사랑을 하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이 맞긴 맞는 말인가 보더군요.
그렇게 해서 오짜 친구랑 자취하는 집에 몇번을 왕래하다가
하루는 집청소 해준답시고 일찍가서 집 대청소를 했더랍니다
그런데 남자만 사는 집이라서 맥주병이 무지 많이 쌓여있더라구요.
치우는김에 맥주병도 밖에 내놓긴 해야겠는데 집이 옥탑인지라 어떻게 가지고 내려가야할지 고민중에 종이 쇼핑백 큰게 보이더라구요
거기에 차곡차곡 담아 힘들게 1층까지 내려가보니 가게에 가져다주면 과자랑 바꿀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거예요..그래서 가게로 향하기 시작....(참고로 가게방이 찻길건너편에 있음..)신호등이 바꿔서 건너가고 있는데 종이쇼핑백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손잡이가 뚝 끊어지면서 병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흩어지고 깨지고 있었답니다 그것도 신호등 제일 중앙선에서....소리는 동네 떠갈듯하고...등에서 식은땀이 쭉 흐르더군요...
일단 신호등이 바뀌어서 건너는 왔는데....어찌 치워야할지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구요..그냥 도망갈까도 생각해봤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 아무말없이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건네주시데요..
그렇게 해서 신호등이 바뀌면 뛰어가 쓸고 담고......
가뜩이나 창피한데 신호등은 왜이렇게 길기만 한지...또 쓸고있을땐 왜 그렇게 짧은지...그렇게 하기를 수차례...
겨우 다치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또 과자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그 사건으로 강호동닮은 오빠 "나중에 살림하면 잘하겠다"하더니
그날이후 코껴서 일찍도 결혼했더랍니다..저의 신랑 나이 24,제 나이 22살에요..
곱창전골 : 처음부터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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