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없는 용사
김동섭
2001.02.14
조회 22

必--勝
계급=일병
군번=????????
성명=김동섭 두분께 편지 쓰려고 신-고합니다

지금은 여군입대 증가로 금녀의 공간이 허물어 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상적인 남자라면 꼭 가져야 하는 두개의 번호?

바로 주민등록번호와 군번이지요
저도 대한민국의 한 남자로서 병역의무를 필하기 위해 1973.4.27일
징병검사를 했습니다

신장=168 c/m
체중= 52 k/g
흉위= 86 c/m
x.선= 정상
시력= 좌.우 1.5
청력= 좌우 정상
징집등급=參 級

징집종결 처분 사항=74. 보충역

집안사정 으로 의무교육만 마쳤던 저는 보충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역에 입대하는 친구들 한테는 좀 미안했지만 비록 보충역이라도

열심히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충역 판정을 받은 친구들은 걱정이 태산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보충역도 지역 사단에 들어가 3주간 기본교육을 받고 나서
자기지역 근무지에 배치가 되는데 3주간 교육을 받아본 선배고참들이

너희들은 사회에서 편하게 생활한다고 조교들이 현역 훈련병들 보다
혹독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돌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데 3주 못 참으랴 하고
입소통지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면사무소 호병계에서(호적.병사 담당) 면사무소로
오라는 연락이 왔더군요

면사무소에 도착해 보니 우리면에는 저를 포함해 입소 대상자가 8명
이었습니다

호병계직원은 다른 사람들은 사단에 들어가 3주간 힘들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자네들은 1주간만 훈련을 받고 그것도 사단이 아닌 연대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고 하면서 내일 08:00 까지 ㅈ면사무소로 모이라더군요
다음날 우리는 집합장소로 갔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불시에 소집이 되는것은 어떻게 그 해 입소 인원이 부족해
우리가 그 부족분을 채우는거였습니다

집합장소가 두 파트였는데 연대 부근 친구들은 부대로 바로가고 우리는
중간인 ㅈ면에서 모여 연대로 들어갔습니다

연대에서 수송트럭이 두대가 왔는데 그냥 태우는게 아니고 갈아엎어 놓은
논바닥을 선착순을 시켜 태우는데 아직 사복을 입은 우리들은 느닷없는

요구에 당황스럽고 얼었다 녹은 논바닥을 뛰어오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열명씩 끊어 태우는데 동작이 굼뜬 친구들은 논바닥을 몇 번 돌아서야

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연대부근에 다 와서는 차가 고장나 모두 내려서 밀고도 갔습니다

연대에 도착한 우리는 부대에서 머리를 갂고 훈련복을 지급받았는데 군대
에서는 줄 잘서야 한다더니 제가 받은 바지는 짧아 발목에서 한 뼘 쯤 위로

올라가 불편도 하고 보기도 흉하더군요
지금이야 그런일 없겠지만 그 때는 그랬습니다

읍을 포함해 6 개 면에서온 입소 대상자는 97명 이었던것 같습니다
3 팀은 연대에서 제가 포함된 3 개 면 팀은 k면에 있는 초등학교가 훈련받을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두 개 면은 초등학교가 가깝고 차편도 용이해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우리면은 거리나 차편이 맞지않아 하는수 없이 학교부근 문방구를 하는
집에 하숙을 했습니다

그래서 74.12.20일 입소식을 하고 1 주일간의 所以 (소이) 신병 훈련을
받았는데 그것도 1주일 중 일요일 하루 성탄절 하루를 쉬고 실제 훈련

일정은 5일 이었는데 따로 사격장도 없어서 실사격은 해보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제식훈련 각개전투 pri만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나마 명색이 신병훈련을 마치고 지역 근무지에 배치가 됐지만
군인의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인 군번이 안 나오는겁니다

예비군 중대본부나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기관병이라는 근무자외에는
인원을 지서에서 관리를 했는데 한참 근무를 하다가 지서에 가서

군번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때 부터 우리 동료들 8명은 군번없는 용사로 불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근무를 하다가 연대에 소집 되어서 실사격을 했습니다
아무리 보충역이지만 총은 한번 쏴봐야 안 되겠습니까

제 사격성적 어쨌느냐고요
아직도 그 현역병 이름도 생각이 나는데 선하게 생긴 김sw 일병 이라는

사람의 지도와 도움으로 제성적은 상위였습니다
처음하는 사격이라 모두들 실력이 엉망이었습니다

근무지는 남의 동네에 있는 무기고였는데 두 개 조로 나눠 근무를 했는데
아침에 도시락 두 개를 싸 가는데 하나는 점심 하나는 저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밤낮으로 24시간 근무지에서 생활 하면서 두 시간씩 교대로
보초를 섰는데 댓가도 없었던건 아닙니다

초소나 기관에 근무하는 친구들은 낮에 하루 8시간 밖에 근무시간이 안 올라
가지만 우리는 곱으로 16시간이 올라갔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76.1.10 부로 복무만료로 제대를 했습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군입대 희망자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병력이 모자랐던

옛날 생각이나 격세지감을 느끼며 두서 없는 글을 써봤습니다
현역 제대 하신 분들이나 아직도 군생활 하시는 현역 군인들 한테는

짧은 기간에 병역을 필한 것에 늘 죄지은 마음으로 삽니다
그리고 그당시 우리 국방부나 병역업무를 폄하하자고 하는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때도 있었고 이렇게 병역을 필한 사례도 있다는 추억을
말씀드렸습니다

튼튼한 안보를 위해 불철주야로 애쓰시는 국방부관계자와 장병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솔리드의쓸쓸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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