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아버지의 멜
김혜원
2001.02.14
조회 21

얼마전 구청에서 하는 컴퓨터교육 프로그램을 들으신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알려주신 아이디로 메일을 한통 넣어드렸습니다.
컴퓨터를 배우고 처음 받는 메일이 얼마나 감격적인지 저도 잘알고 있었거든요.
돋보기안경과 굳은손으로 띄엄 띄엄 자판을 두드리실 아버지를 생각하며 힘내시라는 격려의 글을 띄웠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연말에 답장멜을 보내셨더군요.
아마도 족히 한시간은 븥잡고 씨름하셨을 분량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한없이 눈물이 나는지....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울었답니다.
아마도 모든 딸들에게 모든 아버지들이 주는 마음일거라 생각 되며 세상의 모든 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사연입니다.
(아버지의 타자실력을 아실수있도록 오자를 고치지 않았습니다.
매끄럽진 않치만 잘 정돈된글보다 마음이 느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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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기분이 좋군아
네 메일을 받고 엄마에게 여보 큰딸이 편지를 보내 왔어 와서 보지그래 하였더니 무슨놈에 편지하며 내등뒤로와서 어깨넘어로 넘겨보다 말고 눈시올을 붉히면서 보다 말고밖으로 획 나가 버렸다
나도 네글을 읽으면서 괜스리 콧등이 시큰해자는군아
참이상도 하지 너는 메우 유머스럽게 잘 썼는데 말이다
못난 아비 바람에 도움도 못주면서 어른이랍시고 너에게 짐만 되는군아
마음만 안타가울뿐아다
내가원래 속내를 드러 내놓기를 싫어하는 성격 탓도있지만 그보다는 부모님으로
부터 유산이라고는 가난과 어린 도생들뿐 내가 어떻든 일으켜 새워야 되갰다는 강박관이 너무도 처절했기에 얼굴을 환하게 피고 살기가 어려웠던게 아닌기하고 생각 해본다
어쨌거나 나를 짖눌르고 있던 극심한 가난은 벗었다고 할수있겟지 그러는 동안에 나는 안생을 헛 사라온것을 이제사 조금 알것 같군아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허사 되어 허공을 맴돌뿐 읽그러진 내모습 만이 흉물스럽게 거울애 비치는것 같군아
이제 말이다 내가 나를 보고 넌즈시 꼬집어 바보야 이바보야 하고 자학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마는 그레도 나는 결코 내가 세상을 헛돠게 살지만은 않은것 같이 느끼는것은 내잘난 맛일까
아무튼 내 형졔들은 그렇다고 치부해두고라도 그들에게 신셰진일 없으니 큰손해는 없는 것으로 결산을 보련다
그렇드레도 나는 말이야 요즘처럼 몸과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수가 없다 너의 사남매 모두가 나에게는
어딜가던지 자랑거리거던 너는 말이야 체수는 비록 연약하지만 거인니에요 큰딸다운 너그러움과 포용력이 동생들로하여금 너를 존경과 사랑을 끝없이 보내는것이 아니겠니 참고맙다
그리고 말이야 너의 자랑 스럽고 뿌듯한 아들들 말이다
어디가서 본들 그렇게 잘난놈들은 눈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
볼수가 없다
그놈들만 보면 거져 가슴이 뿌듯할뿐만아니라 네정성이 어떻했는지 가늠하기 어렵지않다
박봉의 남편뒷바라지 하랴 더군아 시어머니 까지 잘모시는것을 나는 안스렵지만 무척이나 너에게 고밉고 아름답고 곱디고운 너의성품에 딸이지만 정말 존경 스럽군아
너는 말이야 정말 거인이야 역시 나의 큰딸이야 정말 고맙다 혜원아 애미야" 나는 너에게 항상 빚을 지고 사는것같아 미안하다 무엇으로 힘이 되어 줄수있을가 참 마음 뿐인것같구나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모든것이 마음뿐 말로는 다할수 있을 것같은 데 말이야 소매를 걷어 붙이고 무엇을 못할가마는 내년에는 무슨일이던 닥치는데로 해봐야겠다
거기에도 즐거움이 있겠지
요즘 나는 주변 모든것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샬기로 마음 먹었다
참 그리고 너의 외할아버지가 오래 사실것같지않군아 그어른도 이제 파란 만정의 생을 조용히 덮을 것같다
경진년을 보내면서 석양빛을 앞가슴에 담고 나딩구는 낙엽 따라 인생 황혼에 기러기 기럭기럭 울움소리가 정겹군아.
셰모에 허전함을 이 한통 에실 어 보낸다 철없는 아비가 모두 잘들 있거리 안녕


문밖에 있는 그대-박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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