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딸하나 낳고,어쩌자고 1년만에 덜렁 아들 쌍둥이를 낳았는지..
저희 큰언니말예요.. 아들낳았다고 기뻐하던 울 언니 지금의 사고뭉치를 상상이나 했겠어요.
결혼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울언니는 외출한번 변변히 못했는지라, .그래서 그런지 언니는 셋을 다 맡기지 못하고 큰 딸을 야유회에 데리고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올해 6살박이 쌍둥이 조카들을 금요일 밤에 저희 엄마랑 아빠가 데리고 오면서 꼬드긴 야그지요..…
"이모가 [불꽃놀이]를 보여준단다. 지난번에 야시장에서 봤잖니? 그거보다 몇 배나 크고 신기한 [불꽃놀이]를 한강에서 하는데..이모가 보여준대. 그러니 오늘밤에 할머니집에 갔다가 내일 저녁 이모한테 보여달라고 해."
"정말,, 정말,, 나 그거 진짜 보고싶은데.. 형아. 그거 진짜 재미있지 그치…"
"응.. 빨갛고 파란 불이 하늘로 올라가서 피용하고 터지잖아.."큰놈영중이와 작은놈민중이는 "피용" "피용" 하면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를 흉내내며 신이나
서, 엄마를 떨어져 하루를 보내야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거지요. 그렇게 [불꽃놀이]를 팔아서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다음이 문제였지요.
이제 저는 꼼짝없이 [불꽃놀이]를 보여줘야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요즘 회사일이 어찌나 많은지 엄두가 안나더군요.. 하지만 [불꽃놀이]를 보겠다는 부푼꿈을 안고, 엄마를 처음으로 떨어져 할머니집에서 외박을 하는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저희 조카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전 잔 머리를 굴렸지요.. 어차피 회사가 여의도이니까 일을 하다가 엄마랑 아빠가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 그때 아이들을 데리고 고수부지로 갈 생각으로 부모님과 스케줄을 상의했지요..
모든게 작전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3시쯤 저한테로 왔고 저희 엄마와 아빠는 쌍둥이를 5시쯤 데려다 주시고 다시 창동으로 가셨지요.. 영중이와 민중이는 오직 [불꽃놀이] 때문에 오전내내 아주 말도 잘듣고 엄마를 찾지도 않더랍니다.. 하지만 제가 문제였어요. 처음 계획대로라면 5시쯤 일이 끝났어야했는데.. 약간의 차질이 생겨서 두시간은 족히 더 걸릴일이 남아있었고 하는수 없이 전 쌍둥이를 데리고 제 남자친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사무실에는 토요일이라 다행이 한분의 차장님만 계셨기 때문에 쌍둥이한테
"여기 조용히 앉아있어야해.. 그러면 이모가 조금 있다 [불꽃놀이]를 보여줄게"
불꽃놀이 얘기만 나오면 영중이와 민중이의 눈빛은 빛났고 아주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되는거였습니다.. 소위 약발이 선다고 해야할까요? 다행히 쌍둥이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30분정도는 앉아서 그림을 그리더군요.
"[불꽃놀이]는 밤에 하는거지? 지금은 낮이니까 기다려야하지 이모~~"
어쩔수없는 기다림을 쉽게 인정해주는 기특함마저 보이는 30분이었지요. 하지만 30분이 한계였어요.. 답답한 사무실에 앉혀놓았으니 아무리 [불꽃놀이]를 보여준다고 해도 엉덩이가 근질근질 했겠지요.. 슬슬 사무실을 뛰어다니더군요.. 어찌할바를 모르고 제 남자친구는 두 아이를 따라다녔고 전 일을 마치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심하지만 않으면 그냥 두었지요.. 잠시후..
"이모 응가하고 싶어"
얼마전 영중이와 민중이를 데리고 여탕에 갔다가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목욕탕주인한테 심한 항의를 했던 소동을 들은 제가 영중이를 여자 화장실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지요..그래서 제 남자친구가 영중이를 데리고 남자화장실로 갔고 민중이도 함께 따라가더군요. 잠시도 떨어져있으려하지 않는 둘이라 그러나보다 하고 하던일을 계속했는데.. 10분쯤 지났을까요. 계속 아이들이 보이질않고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대요.. 그때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예감.. "드디어 사고를 쳤구나.."
아니나다를까 남자 화장실로 달려간 저는 너무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세면대 두개는 비누거품물이 철철 넘치고 있었고, 두 아이의 얼굴이랑 빡빡밀어버린 머리는 온통 비누거품 투성이고, 화장실 바닥또한 비누거품으로 삐긋하면 넘어질 판이었어요... 저는 하도 놀라서
"못살아,, 내가 못살아.."
저희 언니가 흔히 하던 소리를 어느새 제가 하고 있더라구요.저는 얼른 아이들을 여자화장실로 데리고 왔고 제 남자친구는 남자화장실 뒷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사무실에 한분의 차장님이 아직도 계신 상태라 얼마나 불이나게 청소를 했겠어요…도대체 제 남자친구는 무슨 죄입니까? 저야 쌍둥이 이모된 죄라지만 .. 어이구...
영중이와 민중이는 한참동안 비누거품 놀이를 했던거지요.. 오히려 즐거운 놀이를 제가 방해한 거구요.. 둘의 손이랑 머리랑 얼굴을 씻고닦아주다가 보니 세상에… 옷이 온통 젖어있지 뭐예요.. 민중이는 그나마 덜 젖었는데 영중이는 속옷까지 젖어있더라구요.. 전 최선을 다해 옷을 짜고 휴지로 닦아내고
"이제 [불꽃놀이]는 다 봤다.. 이렇게 옷이 젖었으니 어떻게 밖에나가 [불꽃놀이]를 보겠니? 이모도 정말 [불꽃놀이]가 보고싶었는데.. 영중이와 민중이땜에 볼 수가 없네. 옷이 젖은채로 밖에 나가면 추워서 감기가 걸리거든."
둘은 입만 삐죽삐죽거리더군요.. 그 실망을 어찌 이루 말로 할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제 조카들은 제 말에 수긍을 하고 별 반기를 들지 못하더군요.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금새 시인하는 착한 조카들이거든요..
전 부랴부랴 일을 정리했지요. 더 이상 사무실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조카들을 둘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일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제 조카들은 조금 전에 사고는 벌써 잊어버리고 사무실 창문에 붙어서 밖을 보고 서로 깔깔거리며
"형아.. 버스가 쪼그맣게 보여.. 저기봐.. "
"으흐.. 저기 택시도 쪼그매.. "
제 사무실이 13층이니 위에서 보는 창밖 풍경이 얼마나 흥미로왔겠어요..
둘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데 그때가 7시쯤 되었더군요.. 집으로 오는길에 대방역을 지나가는데 양쪽 길가에 엄청난 사람들이 한강고수부지로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불꽃놀이]를 보러 가나봐.. 대단하다..""이모, 뭐라그랬어? 사람들이 어디 간다고?"아뿔사.. 안그래도 [불꽃놀이]를 못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아이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진데.. 어쩌자고 내가 잊고 있던 [불꽃놀이] 야그를 해버렸을까..
"응.. 저 사람들… 저… 응.. 우리처럼 집에가는거지…. "
"어.. 우리처럼 집에간다고? 민중아.. 저 사람들 집에간대..(풀이 죽은 목소리로)"
끝까지 고집부리며 엉엉거릴줄도 모르는 제 착한 조카들은 집으로 가는길에 다시 밝아진 모습으로 노래도 불러주고 장난도 치고 하더군요.. 중간에 음식점에 들러 간단하게 밥을 먹이고 집으로 왔지요. 덕분에 길은 하나도 안 막히고 말이죠.. 아마 [불꽃놀이]를 보았더라면 지금쯤 인파들틈에 끼어 꼼짝도 못하고 있었을걸요..
집에돌아와서 옷을 갈아입히고 막 정신을 차리려 하니
"이모.. 우리 씨름할래…"
"어~~어..… 가만있어… 이모가 이불깔아줄게.."
휴우… 이 밤중에 쿵쿵거리면 아랫집에서 금새 올라올 테니 저는 정신없이 또다시 이불을 깔아주었습니다.. 정말 한시도 가만히 안있는 조카들이었어요.
저 그다음날 몸져 누었습니다.. 하루도 아니고 오후동안 조카들을 돌봐주었는데.. 그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러니 셋을 한꺼번에 키우는 저희 언니 오죽하겠어요..
언젠가 누가 언니한테 속도모르고 한마디 했을 때
"세상에.. 그걸 잊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희 언니가 그러더군요..
갱노트의아름다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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