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칠순이 넘으셨지만 무척이나 정정하시답니다.
근데 요즘 몸이 많이 불편하신가 봐요. 얼마전에 통화만 했는데...
문득 지난 몇해전 일이 생각나 이렇게 글을 띄움니다.
제가 대학다니던 시절 할머니께서는 광주 저희집에서 함께 지내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서울 작은 아버지댁에서 살고계시답니다.)
집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침마다 운동을 하러 다니셨지요. 저희 부모님은 저녁시간까지 일하시고 부부동반으로 테니스를 치러 다니시구요. 사건이 있었던 그날도 부모님은 테니스를 치시러 인근 테니스코트로 가셨고 할머니께선 9시정각이면 어김없이 주무시러 방으로 향하셨지요. 제가 학교에서 들어와 보니 집은 조용했고 부모님도 주무시는 듯 했답니다. 아마 그 때가 자정이 넘어 한 30분정도 된 시간이였던듯 싶습니다. 씻고 잘려고 했는데....초인종이 울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할머니께서 대문밖에 서계시는 것이였습니다.
제가 물었죠.
"할머니 어디 다녀 오시는 길이세요?"
그랬더니..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야 학교에 운동하러 갔더니 어째 오늘은 암도 안나왔더라..글고 오늘따라 차도
많이 댕기고, 어매...육교위에 어떤 머시마하고 가시네가 새벽까지 집에도 안 들 어가고 자빠져 있드라야.."
전 황당했죠...집에서 자던 우리 식구들도 모두 잠에서 깨구요...그래 시간을 다시 봤더니......시계는 1시를 향하고 있었죠..그래서 할머니께 지금 시간을 말씀드렸더니....할머니 하시는 말씀이...
"어매! 아까는 여섯시였는디...어짜까 내가 시계를 잘못 봐부렀는갑다."하시며
웃으시는 거였습니다. 모두들 새벽 늦은 시간에 할머니덕분에 실컸 웃었답니다.
늘 일찍 주무시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셔서 운동을 다니시니까 지금처럼 겨울이 가까운 시기면 새벽엔 여전히 어둡잖아요..그래서 착각을 하신건가봐요..
할머니께선 1년전에 서울 작은 아버지댁으로 가셨구요..그곳에서도 여전히 운동을 다니신답니다..근데 요즘엔 자주 아프신가봐요.
장손인 제가 임용고시준비로 직장이없어 늘 그게 걱정이신가 봅니다.
왠지 찬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지금...
할머니생각이 자꾸 납니다..건강하게 오래오래사시라고 꼭 전해주세요.
이야기속으로-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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