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신혼여행
조효진
2001.02.14
조회 22
저는 얼마전 1월 22일에 결혼한 신부입니다.

친구 오빠의 소개로 만나 1년 반의 연애를 하고 드디어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

대구신랑이라 지방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고 전날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랑과 저의 친구 한명과 함께 경부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너무 늦을듯해서 신랑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대신 휴게소에 들러서 간단히 우동 한그릇 먹기로 했습니다. 평생 잊을수 없는 저희 신혼여행의 시작이 여기에서 부터였습니다. 금강휴게소!!!!!!!!
우동한그릇 먹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부른배를 두드리며 차에 도착했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차문을 따고 뒷자석에 있던 저희 신혼여행가방을 모조리 훔쳐가버렸지 뭡니까.........현금이든 지갑은 물론이고 여권이며 속옷 화장품 카메라 캠코더 항공권까지 몽창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함께 간 친구의 가방까지 말입니다. 한1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더군요....그래도 찿을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침착했습니다. 먼저 경찰서에 신고하고 신용카드 분실신고 하고..............................지문도 채취해보고 했지만 나오지 않더군요....찿을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져 버리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눈물만 나오더군요. 이런저런 서류들을 작성하고 빈손으로 대구 내려가는 동안 마음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리고 사고 안난게 천만다행이라고, 액땜 한셈 치자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는듯 다음날 결혼식을 올렸고 비행기 시간 늦는다고 빨랑 가라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에 바삐 서두르는 척하며 친구들이 준비해준 웨딩카에 올라탔는데 글쎄 갈데가 없지뭡니까.......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다들 그러고 있는데 신랑친구의 한마디에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앞산공원에 다들 모여 !!!"
그래서 저희는 예식장앞의 작은 공원놀이터에 모였고, 모의를 한 결과......제주도라도 가려고 했지만 때마침 모항공사 파업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할수도 없고해서 결국 저희들은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이 많이 걱정이 되었던지 신랑친구들이 경주까지 바래다 주더군요......하지만 엽기적인 신혼여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랑친구가 예약해준 호텔에서 예약자 명단에 신랑이름이 아무리 찿아도 없다고 하더군요. 예약해준 사람과는 통화도 안되고....그래서 일단 저녁을 먹으면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다행이 연락이 돼어 물어보니 제이름으로 예약이 되어 있다지 뭡니까, 다시 호텔로 가서 물어보니 누군가 제이름으로 Check In하고 들어가버렸더군요....할수 없이 다시 예약하고 겨우 호텔에 들어갈수 있었습니다. 그 호텔 메니져분이 저희보고 그러더군요 좋은날인데 정말 죄송하다고 액땜한셈 치시라고.................................으악~~~~
그렇게 해서 저희 신혼여행 첫날밤은 친구6명과 함께 보냈습니다.~~~~~

저희 신혼여행 첫째날. 더운곳으로 간다고 준비한 반팔에 반바지에 구두신은 이상한 패션으로 4박5일간 입을 속옷과 칫솔과 양말사러 시장 찿아 다녔습니다.

둘째날에는 뭐했는지 아십니까??????
3월에 결혼하는 신랑친구가 경주로 야외촬영을 하러 온다기에 구경갔다가 신랑은 찍새(사진찍어주는)로 저는 각가지 부케며 옷들고 쫓아 다니는소품 담당으로 하루를 보내고는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저희는 동해안을 따라 낙산으로 갔습니다. 기분 좋게 온천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회에다가 소주도 한잔 하고 호텔에 들어와 맥주한잔하면서 분위기도 잡고.......이제야 정말 신혼여행 같았습니다. 얼큰하게 술이 오르자 바다가 보고 싶더군요.... ..... 신랑이 저를 업어주고 밤바다도 구경하고....정말 멋있는 바다였습니다..................그리고 호텔에 들어왔는데 글쎄 방 키가 없지 뭡니까......
그날밤 저희들은 낙산 호텔 앞 모래사장을 온통 헤집고 다녔습니다......다음날 날이 밝은 후에도 또 모래사장을 헤맸지만 결국은 못찿고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변상하려고 하니 인근주민이 어제 찿아다 주었다더군요.........


이렇게 신혼여행 4박5일을 힘들게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희는 마무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차를 털린 이후부터 저희 둘은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도 차 문을 꼭 꼭 잠그고 내리는거..........미시령 휴게소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를 등뒤로 하고 우리의 이 엽기적인 신혼여행을 마무리 하고 돌아와보니 시동이 걸린채 차안에 키가 꽃혀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아뿔사.....
저희 둘은 찬바람 부는 미시령 꼭대기에서 십분간 차문 따니라고 벌벌 떨었습니다.

이렇게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댁에 가기위해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탔을때 저희는 휴게소에 한번도 들르지 않았고, 금강휴게소 앞을 지나때에는 애써 그 노란간판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신 시아버님이 그러시더군요.......괌에 단풍 멋있디?........



고생도 많이 하고 재미있던 신혼여행이었지만 무엇보다도 하고 신랑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항공편도 알아보고 호텔예약하니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야외촬영때 찍으려고 가져온 카메라며 화장품도 주고가고, 우울해 할 우리를 위해서 케익도 준비해서 축하해 주고, 설악산 가면 추울거라고 두터운 파카도 준비해주고................................................저희가 이번에 받은 고마운선물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그대와 나 언제까지나-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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