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봄으로 가는 첫차를 타는 기분에 마냥 설레이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죠? 그 덕에 우리 둘째 아기는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된 녀석인데 말이죠.
어쨌든 전 오늘 제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있었던 사소하지만 너무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구요.
어느날 4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의 일입니다.
승연이라는 아이가 저에게 하는 말이
“선생님. 전 원래 닭이 였어요” 대뜸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말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무슨 소리냐고 재차 물었더니 어쨌든 자기는 닭이라는 거예요.
“그럼 전생에 닭이였단 말이니?” 그랬더니 그건 아니랍니다.(사실 그 아이는 전생이라는 말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닭이 였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뒤를 돌아 뭔가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겁니다. 정말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뭔가가 surprise한게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를 했었는데 다시 뒤 돌아 서면서 “나는 닭이다!!!” 소리치면서 양팔을 펄럭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양쪽 팔에서 하얀 털들이 날려서 꼭 흰 눈이 내리는 것처럼, 조금 꽈서 이야기하면 정말 닭들이 도살되기 전 몸부림칠 때 닭 털 날리는 모습이 연출되더군요.
“보세요. 저 닭 맞죠?” 이게 웬일입니까. 이 불쌍한 승연이는 그 모습을 자기가 보면서 꼭 닭 같다고 생각 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않아요. 그 옆에 같이 있었던 아이가 둘 있었는데 그 중에 해준이라는 아이가 이러는 거예요.
“그거 오리털 잠바 아니냐? 그럼 오리라고 해야지 임마! 바보같이…” 그러자 승연이가 그런가? 그럼 내가 오린가? 하는거있죠.
하하하. 정말 아이들만이 생각해 낼 수 잇는 대화 아닌가요.
그렇게 해서 승연이가 닭에서 오리로 탈바꿈 된 순간 그 옆의 복병이 있었으니..
오철이라는 아이인데요. 오철이가 저에게 은밀하게 물어보더라구요.
“선생님. 진짜 쟤 닭이예요?”
정말 제 가슴속의 온갖 내장이 다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오철아. 무슨 소리하는 거야. 승연이가 우리 웃기려고 그러는걸 꺼야.” 했더니 오철이가 승연이에게 하는 말.
“거봐. 아니래쟎아. 휴-깜짝 놀랐네” 하는 겁니다.
무슨 3류코미디의 한 장면 같지요.
정말 실컷 웃었습니다.
닭이냐 오리냐 그 사실의 진위는 그렇게 밝혀지지 않은 채 아이들이 셔틀버스타고 갈 시간이 되어서 서둘러 이제 집에 가라고 했더니 우리의 승연이 몸을 구부려서 앉은 채 뭔가 주섬주섬 챙기는거예요. 뭔가 쳐다보니 그 너부러져있는 닭 털(?)들을 하나하나 주워서 뚫어진 오리 털 잠바 구멍 속에 꾸역꾸역 넣고있는거예요. 다음에 또 변신할 때 쓸거라면서요.
그리고는 그 뚫어진 부분을 스카치테이프로 열십 자 모양을 내 붙이는 세심함 까지 보이더군요. 기가 막혔어요.
그렇게 그 아이들이 간 이후로도 며칠은 참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아직도 그 상상을 하면 우스워요.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 어쩐다 해도 아직은 우리 아이들 순수하고 맑고 그런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 먹는 것 같고 장난치는 사람들, 아이들 상대로 나쁜 짓 하는 사람들, 큰 벌을 받았으면 해요.
아무리 우리 사는 게 힘들고 각박해지고 가정이 위태롭고 나라마저 흔들린다 해도 우리에겐 이런 순수한 아이들이 있기에 건강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사소하나마 사교육의 일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로서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해주자구요.
어젯밤 이야기-소방차
닭이 되고 싶은 아이
노찬주
200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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