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갈수 없는 길..
김애란
2001.02.14
조회 36
어머니가 오랜만에 웃으셨어요..
동생을 보낸후.. 좀처럼 볼수 없었던 어머니의 웃는 얼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분은...
참으로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오신 분에예요..

19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저희들 삼남매와 할머님..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그렇게 좁은 공간안에서 아웅다웅 일도 많았지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삼남매보며 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고 하셨어요..
초라하게 하고 나가도..늘 떳떳하다고 하셨었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저희들이 있기에 세상 부러울것 이 없다던 어머니..
강릉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오면 막내동생의 재롱에 너무 행복해서..
신이 노할까 두렵다고 하셨던 어머니..
그때는 왜 몰랐었는지...

유난히 어머니를 좋아했던 우리 막내...
자꾸 어머니보고 불쌍하다고 했다고 하는데...
밤마다 살짝와서 어머니를 살며시 안고는

"재원이 왔어 엄마... 나 엄마 냄새만 맡구 가려구.."
그랬다는데...
어머니랑 젤루 잘 통해서...
막내만 보면 즐겁다고 하셨어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이 답답해서..
호통만 치시는 아버지의 눈치가 싫어서..
강을 보고 싶다고 나갔던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영안실 한 구석에서..
막내를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서 나오지 않았지만...
녀석을 부르던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멈추지않는 눈물이 흘러 골이 패였어요..
아가야.. 아가야...
이름을 부르다가 어머니는 막내를 이렇게 부르셨어요..
아가야.. 아가야.. 거기는 네 자리가 아니잖니...

참 알수가 없어요..
우리집은 부자도아니고.. 행복하지도 않았어요...
술 만 드시면 아버지의 행패가 끊이지 않았고...
할머니의 유난스런 변덕이 어머니를 늘 골탕먹었었지요..
참 많이도 힘들었던 시절에..
어머니는 우리들이 불쌍해서 떠나지 못하셨다고 하셨어요...
당신이 떠나면.. .우리를 거둬 줄 사람들이 없지 않겠냐고하시면서...
아버지가 힘들게 하셔두 저희들 자라는 재미에 사셨는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시던 어머니인데..
너무 가혹하네요 이건...

해가 가도 옷 한가지 바뀔 줄 몰라도..
늘 맑은 웃음을 지으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이제는볼수 없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목표가 흔들리셨고...
새가 왜 날아야하는지를 잊어버린 것 처럼 그저 멍하니 계시기만 하셨어요...
당신도 모르게 밖으로 나가 목놓아 우시는가 하면..
밥한그릇 제대로 드시지 않으셨어요..

20kg넘게 살이 빠지셨지만 그것보다
어머니가 갖고 계신 아픔이 크기는 줄지 않고 커져만 가는 것 같아서
맘이 너무 아파요...
자꾸 화가나신다는 어머니께 무어라 말을 할수 있을지요..
그 모진 세월 참아 온 보람이 없으니깐요..
사지를 못쓰시는 할아버지 봉양을 하시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저희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거라 굳게 믿고 계셨기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 시간들이 기뻤다고 하셨어요..

그런 어머니께.. 이런 큰 아픔을주네요..
그럼 어머닌 무엇을 믿으라고..

이런 채로 그래도 살아야하는 거겠지요..
어머니를 위해서 해드릴게.. 아무 것도 없어요..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아주 우습지마는 살 수밖에요..

어머니! 당신이 있어 제가 있음을 ...
당신께서 가슴에 뭍을 수 밖에 없는 아픔을
저는 오늘 안다고 합니다...

어머니..
힘을 내세요..
신중현과 엽전들의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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