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져버린 밥상...쓸쓸함....
김미화
2001.02.12
조회 27
집에 내려왔어요, 시골 집에요.
오고싶어서 온건 아니고,가방을 분실하는 바람에 민증 만들러 왔어요.
설날에도 안오고, 꼭 1년만에 온 거네요.
전 왠지 집에 오기가 싫어요.

서울에서 차로만 7시간 걸리는 먼 곳이여서도 그렇지만 ,
집에만 오면 울고 가거든요.
가슴이 아파서요.
그리고 너무 죄송해서요.
엄마,아빠 ,할머니, 동생들..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기쁨이나,그리움보단 ,
항상 미안하고 죄송한 그런 아픈 마음 뿐이에요.

1년만에 본 아빠와 엄마는 ,한참을 내려다 봐야 할 정도로 작아지셨고,
우리 5남매를 생활고에 바쁘게 시달리시는 부모님 대신 업어키워주신 할머니는, 병원에 누워계시고.....
반면에 너무나 커버린 나.
그 분들의 작아진 키를 보니까, 어쩜 내가 저 분들의 키를 다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죄송한 맘이 들더군요.
내가 이렇게 자람은 저분들의 줄어듬 덕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저 눈물만 고이더군요..

딸이지만 다른 집 딸처럼 예교스럽기는 커녕,
고집스럽고, 싸납기만 한 딸..
다른 집의 부녀지간 처럼 살가운 얘기를 한번 도 나눈적이 없는 아빠와 나.
사랑한다는 말은 커녕 고맙습니다 라는 말도 한번도 못한 목석 같은 딸.


제가 어릴 적 저희집은 항상 밥상이 두개였어요.
식구가8명이였거든요.
할머니,엄마 ,아빠,그리고 우리5남매.
아들,딸 둘만나아 잘기르자를외치던 시대에 오남매는 무척 많았죠.
그래서 학창시절,물론 지금도 좀 말하긴 왠지 쑥스럽운 형제가 몇이냐는 질문..
어린적 혼자 펴기엔 무척 힘들던 밥상, 그 밥상에도 식구들이 모두 둘려 앉지 못해서 작은 보조상을 펴고 앉아야 겨우 밥을 먹을수있었던 우리 집.

그런데 지금 저희집 밥상은 교자상처럼 작아졌더군요.
그 옛날의 큰 밥상은 이제 허름해진 모습으로 부엌 한쪽에 자리잡고 있구요.

자식들이 자라서 셋은 서울에 올라와 있고,
할머닌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고,
집에 남은 동생 둘은 이제 자기 시간에 바빠서, 엄마 아빠와 한 상에 앉기도 힘든가 봐요.

항상 좁아보이던 집도 대궐처럼 넓어 보이구요,조금은 쓸쓸함으로....
서로 자기가 독방 쓰겠다고 싸우던 방은 이제 남아서 창고로쓰이고...

이런 집의 쓸쓸해진 풍경을 보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는 7시간이나 긴 시간 동안 잠 한숨 못 자게 만든답니다.
김범룡의 내사랑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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