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담긴 봉지와 우리 어머님!
서명숙
2001.02.11
조회 23
안녕하세요?
저는 7개월된 아가를 둔 직장여성입니다.
설날을 앞두고 작년 설날일이 생각나 이렇게 사연 띄웁니다.

임신 6개월된 상황이었을때 설날에 당직에 걸렸지요.
임신중이라고 전날 음식만들때에도 빈둥빈둥거리다가,
설날 아침 차례상 차리기도 전에 출근한답시고, 늦게 겨우 일어나 부엌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출근준비에 바쁜 며느리를 보시면서 시어머님 마음이
어떠하셨을지 상상이 가시지요?
평상시에는 맞벌이를 이해해 주시는 시부모님이시라도 명절아침 출근하는
며느리는 못마땅한게 인지상정이겠지요.

얼굴에 화장품을 조금 찍어 바르고 가방을 들고 막 방문을 나서자, 어머님께서는
" 설날이라 음식배달도 안될텐데, 점심에 가서 먹거라.
애엄마는 그저 아무거나 많이 많이 때거르지 말고 먹어야 된다. "
하시면서, 사서 아직 한번도 안쓰신 휴대용 가스렌지와 자작자작 찌게 국물이
담긴 남비 하나를 보자기에 싸셔서 도시락과 같이 주시는게 아니겠어요?

그순간 가슴이 뭉클했지요. 잔정이 별로 없는 친정분위기에서 자란 저로서는
너무나무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그런데, 제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했던 사건은 그 다음이었어요.

뭉클한 가슴으로 시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이 깃든 출근인사를 끝내고
남편의 배웅으로 차에 도시락과 가스렌지를 싣고 막 시동을 걸자,
우리 어머님 그 추운 날씨에 웃내복차림으로 손에 비닐봉지에 싸인 그 무엇인가를
들고 대문까지 막 뛰어나오시면서,
" 아이고 ,얘 . 이것 빠뜨렸다."
하시면서 건네주시는 고소한 기름에 잘 구워진 김!

그때, 저는 출근길 50분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다짐했지요. 정말정말 시부모님께 잘 할거라고......

3.8키로의 건강한 아기를 순산하고,
지금도 우량아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 아기를 보면서 ,
그때 어머님께서 손수 싸주신 도시락때문일거라고 늘 되새긴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웃내복차림으로 김이 담긴 봉지를 들고 뛰어오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영원히 제가슴속에 사랑이 가득찬 설날의 기억으로 남을것입니다
비쥬-사랑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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