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꽈당.조심조심합시다
이영희
2001.02.11
조회 22
아야야.아야야.." 잠결에도 끙끙거리는딸애를 쳐다보니 걱정스러워 잠이오질않는다. 어제만해도"야아.눈정말많이오네.."환호성을지르며 마냥좋아했던딸이다."그러나 그탄성도잠시 눈이쉬지않고내리면서 이십년만에 내리는큰눈이라는보도와함께 뉴스에서는 전국곳곳의엄청난피해소식을보도했고 맥없이무너진축사며 엿가락처럼 휘어져주저앉은비닐하우스와 오도가도못하고 고속도로에갖혀버린 자동차들이나오자 "어휴 이러다큰일나겠네.내일출근할래면"하고 은근히걱정되는모양이었다.평소보다 일찍 서둘러출근하던 오늘아침.지하철역까지골목길로다니는딸애가그만 골목길에서넘어진것이다."엄마 사람들이 골목길눈 하나도안치웠어.나 엉덩방아쪘는데 글쎄 어떤할머니도 넘어졌어"하며 전화를걸어왔을때 "애는 그러게 조심하지.."하면서 대수롭지않게여겼는데 퇴근해온딸애는 절뚝거리고 있었다."엄마.아니 자기집앞도 절대안쓰나봐..글쎄 눈이 그대로 쌓여 사람들이 밟고다니니깐 완전 히 이건 스케이트장이라니깐.."하며 엉덩방아찐것이 몹씨분한모양이었다.딸애말을들으며 난 예전에살았던 산동네시절이떠올랐다.그야말로 눈만왔다하면 가파르고비탈진골목길은 위에서내려오려면 그대로 주르르였다. 중간에 쉬고말틈없이 자동스키장이되어버리고 썰매장이되고마는곳이었다.온동네아이들이 낮동안 비닐포대며 함지박이며 타고 내려 반질반질하게얼음판이되어버리곤해 어른들이 쫒아다니며 야단을치며법썩이기도했지만그럼에도 쌓이는눈을 어느집이고 그대로두는집은없었다. 내리는 내내 쓸고 부삽으로 퍼내고 어른아이할것없이 눈을치우는일에 열심이었다.그리곤 부지런히 온동네의연탄재를줏어다 깨서 밟아댔다.행여 누군가라도 빙판길에넘어질까봐 너나할것없이 온동네골목길 이웃들은 서로 눈을치워가며그해겨울을보냈었다.다행히 누구네할머니며 술취해귀가하시던누구네아저씨도 넘어지셨다는소리없이 그겨울내내를 그이웃들과함께보냈다.문득그때의 정겹던이웃들의모습이그립고 보고싶다.점점 우리네이웃들은 바쁘다는이유로 함께하는정겨움으로부터멀어지고있는건아닌지..그러고보니 오늘낮에 아파트앞에쌓인 눈을치우느라 열심이시던 경비아저씨와같은동아저씨들을보고도 같이돕기는커녕 수고하신다는말한마디도 못해드리고 모른척지나친것이 몹시부끄럽기만하다.내아파트앞이니까 당연히 내게도 눈치울의무가있는것인데 경비아저씨들의몫으로 돌려버린 나같은이기심으로하여 자기집앞눈조차 쓸기싫은건아닌지..다시금 내자신을돌아보는오늘. 나자신은물론이고 남까지도 배려하고살았던 산동네의그시절의눈오던겨울을생각하니 그립기도하다.딸애발목이 괜찮아야할텐데.골목길이나 비탈길은 정말조심조심해서 다녔으면싶다.그리고 적어도 자기집앞의눈만이라도 각자치워서 빙판길사고예방에 일조하기를..
여러분.골목길 눈좀 치웁시다.그리고 조심해서 다니세요.
JUST I WANT IT (그걸 원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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