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6 무더운 여름.
친구와 두류공원에서 4시에 만나기로 한 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면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여동생의 말에 혹하여.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신있게 집을 나섰다.
당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치 severe한 공주병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스타킹에 고난것도 모르고..
자신있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내 leg가 이쁘기로서니 신호에 걸려 정지해있는 버스안 사람들까지 쳐다볼 정도인가 하는 생각에...
일차점검에 들어갔다.
시선을 아래로 깔고 오른쪽 leg를 보는 순간.
스타킹은 완전파열 되어있었던 것이였던 것이였다.
황급히 슈퍼에 들어가서 새 스타킹을 샀다.
나는 매우 상냥하게 "아줌마 이거 갈아신을데 엄스예?"
아줌마가 말씀하셨다. "요요 좌쪽 귀튀로 돌아가시소, 카면 화장실 있스예~~"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나는 조쪽 귀퉁이로 돌아가니 화장실이 있었다.
그 화장실의 구조는 이랬다.
첫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면기가 바로 보이고 다시 왼족에 또다른 문이 있다.그 문을 열면 변기가 있다.
난 스타킹을 갈아신기만 하면 되었기에 굳이 변기가 있는 문을 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첫번재 문을 잠그고 스타킹을 갈아신기로 했다.
근데 문이 잘 닫기지 않는 것이였다.
결국 온갖힘을 다써 애써 문을 닫아 잠그고..(이때부터 예감이 이상..
세면기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스타킹을 갈아신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니...
아니!! 이게 왠일!1
문이 안열리는 것이였다.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쇼셜 포지션(social position) 이 있지 내가 어찌 오도방정을 떨리요..
''한적한 뒷골목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긴 할꺼야..''하는 생각에 조용히 가방을 껴앉고 원초적 자세(볼일볼 때의 자세)로 사람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30분이 흘렀을까?
인기척이 들리는 것이다. 나는 두 주먹으로 "꽁꽁" 두드리며 "아무도 없어예~~~아무도 없어예~~~"라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갔다.
10분이 더 흘렀다.
이렇게 해서는 약속시간을 맞출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주먹 불끈쥐고 인정사정 없이 문을 마구 치면서..
"아무도 없어예? 아무도 없어예?"
그누구도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는 없었다.
다시 20분이 흘렀다.
대구의 푹푹찌는 더위속에 스타킹을 신고 좁은 화장실에 갇힌지 거의 1시간이 되었으니...
화장은 줄줄 흘러내리고...
스타킹은 괜히 신어가지고.. 더 덥고..
윙~윙~(삐삐 진동소리)
왜 안오냐고 친구 기집애는 계속 연락이 오고...
불쾌지수 9840...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인간이 이렇게 변합디다. 나는 내 쇼설 포지션을 포기하고 망가질때로 망가지는 내모습을 봤다.
문을 발로 걷어차보고 가방을 던져도 보고...
"사람살려!! 사람살려!! 누구 없어요? 사람살려!!"
앗!! 한참을 두드리고 나니 그 소리를 듣고 왠 남자가 카리스마적 목소리로 문을 두드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카리스마맨: "거 누구 있는교?"
나 :"예 아저씨, 1시간전에부터 여 있었어예~ 문이 안 열리예. 문좀 열어주이소...."
카리스마맨: "쪼매만 기다리보이소, 퍼뜩 댕기 오끼예"
나는 그 카리스마맨이 다시 안 올까봐 너무 걱정스러웠지만 "예!!"라고 대답했다.
카리스마맨이 돌아오면 나의 은인으로 모시는 핑계로 어케 잘 엮어봐야지...히히...하늘이여...동생아...고마버이...이래서 치마를 입으라고 했구나 너가...카리스마맨 넌 내꺼야..
이런 상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카리스마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난 드디어 자유인이 된다.
떨리는 순간이였다.
근데 갑자기 문사이로 시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맘이 여린 난 너무 무서웠다.
그치만..
고장난 문을 딸려면 어쩔 수 없으니...
난 "여 쑤시보이소...아이라예 거 말고 여 쑤셔야 열리예. 여가 열리는 데라예."라고 하면서..안내방송까지 해주었다.
짠~~~~
문이 열리는 순간!!
윽!!
"아~~~~~~~~~~~~~~~~~~~" (비명소리)
문이 열리는 순간,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내가 어케 엮어 볼려고 했던 카리스마맨이 아니었다
허연 러닝셔츠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에 오른손에는 시칼을 들고 왠 아저씨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난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갔다.
지금도 그 아저씨게 인사를 하지 못한건..너무 죄송하지만..
1시간동안 화장실에 갇혀서 약속장소에 갈수없었던 나는 변명도 할수 없어 그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다.
-꺼엍-
지구에서 보낸 한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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