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4년차 아직은 병아리 주부에요.
변춘애씨는 각서를 써보시거나 받아보셨나요?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각서를 남편에게서 받아보았어요. 어떻게 받았냐면요.
작년 12월이였어요. 저희는 결혼후 남편과 밖에서 만나는 그런 약속은 한번도 없었구요. 그리구 약속이 있었다 해도 남편은 저와의 약속은 한번도 지킨적이 없었죠.
그렇지만 그날은 저에겐 가슴 설레인 날이였어요. 남편이 결혼후 처음으로 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왔었거든요. 며칠전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약속날짜를 기다렸죠. 약속날짜는 토요일이였구요. 마침 그날 친구네가 김장을 한다기에 제가 도와주고 친구집에서 약속 장소로 곧장 가기로 되어있었죠. 전 친구네로 가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서 "자기야, 오늘 약속 정말 지킬거지?"하며 확인전화 까지 했답니다. 변경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서야 정말루 오늘 결혼전처럼 데이트를 할수 있구나 하는 설레임으로 김장을 도와주고 있었죠.
그런데 오후 3시경에 휴대폰이 울리더군요. 불안한 마음에 설마하며 받았는데 뜻밖에도 남편이였어요. 그래서 제가 왜전화했냐구 물었더니 글쎄 이렇게 말하더군요.
" 응, 다름이 아니라 나 지금 퇴근하거든? 그런데 지금 수원으로 가는게 아니라 친구랑 술 한잔 하기로 했어. 그래서 오늘 약속 못지킬것 같으니깐 나오지말구 집으로 바로 들어가. 통화 길게 못하니깐 그렇게 알구 저녁먹을때 쯤 들어갈께"하더니 전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전화는 뚜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 졌어요. 전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맥없이 그냥 아무런 말 한마디도 못 해 본채 그렇게 그날도 마찬가지로 바람을 맞았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도 먹지 않고 기다렸지만 남편은 무심히도 전화도 한통 오질 않더군요. 저녁 8시가 조금 넘자 휴대폰이 울리더군요. 그래서 받아보니 남편은 완전히 혀가 꼬인 상태로 "지금 어디야? 집이야? 그럼 됐어. 있다가 봐."하구 또 그냥 끊어버리더군요.
그래서 전 서울에서 지금 출발하나보다 하구 기다리고 있었는데 밤 12시쯤에 남편이 문을 두들기더라구요. 참 어의가 없었죠.
앞집에 피해가 갈까봐 얼른 문은 열어줬지만 제 손이 미울정도 더라구요. 그런데 문앞에 서 있는사람은 완전히 사람이라기보다는 술독이 서있는 기분이 들 정도더라구요. 그러더니 남편이 변명을 하더군요.
"응 서울에서 8시반쯤에 출발해서 버스안에서 좀 잤는데 누가 깨우길래 눈떠보니깐 수원역에서 나혼자 버스안에서 자고 있었어. 시계를 보니깐 12시길래 버스는 없구 그래서 택시타구 왔지. 나지금 피곤하니깐 내일이야기하자." 그러더니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그냥 이불위로 누워자더군요.
그래서 제가 머리를 짜냈어요. 지금 싸워봐야 저만 손해일것 같더라구요. 다음날 아침 늦게 까지 자고 일어난 남편에게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어제 일 생각나?" 남편왈 "뭐? 아니 생각안나는데.... 무슨 일 있었어?" 그래서 전 잘됐다구 생각하며 저혼자 각본을 썼죠.
"자기가 어제 술이 취해서 나한테 전화한것도 몰라?"
"내가? 내가 전화도 했었어?" 이러길래 제가 각본대로 이야기했죠.
"자기가 어제 술취해서 나더러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구 하면서 늦었지만 데이트하자구 사당역까지 오라구 하길래 갔더니 나랑 하정이도 몰라보구 거기서 주사를 해서 내가 다 감당했는데도 몰라? 그리구 집앞에서 버스 내리라구 하니깐 알았어 해놓구 안내렸잖아. 그래서 수원역 까지 갔었어. 그러니 오늘 각서써"
그러자 남편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라구요. 그러더니 각서 만큼은 못쓴다구 그와중에도 큰소리치면서 약속 못지킨건 미안하다구만 하더군요. 전 그래서 여태껏 저와의 약속 한번도 지킨것이 없음을 내세워서 끝내는 각서를 받아냈죠.
지금 그 각서가 저희집 거실 천정에 떡하니 자리잡고 붙어있답니다. 그후로는 술
먹고 외박도 않하구요,담배도 끊었구요, 술은 완전히 끊기가 힘이드니 많이 줄었답니다. 그전에는 일주일에 기본이 2-3회는 술을 먹더니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로 줄었어요. 그리고 술을 마셔도 조금 일찍들어오더라구요.
거짓말로 각서를 받아서 효과는 봤지만 저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잘한것 같아요. 거짓말 한것은 남편이 지금도 모른답니다. 오늘 미안하다는 말은 하고 싶네요. 하지만 사실은 폭로하지 않을거랍니다. 더 좋은 효과를 기다리기 위해서요.
긴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변춘애씨 오래도록 늘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사연 많이 들려주세요. 수고하세요.
변진섭의 네게 줄 수 있는건 오직 사랑뿐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