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어머님의 일기장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어머님..
장미자
2001.02.10
조회 19
안녕하세요. 지금 제 마음은 너무나 무겁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결혼한지 만으로 3년하고도 3개월이 되갑니다.
장남의 맏며누리인 저는 어머님 생신이 1월 31일이라 하루 전날 장을 봐가지고 어머님께 갔습니다.
2월 10날이 아버님 회갑이신데 그날이나 오면 되지 뭐하러 힘들게 장까지 봐왔냐면서 어머님은 뭐라하십니다. 당연한 일인데 말이에요. 전 솜씨도 없고 아직까지 상차리고 음식하는 일이 서투릅니다.
항상 어머님께서 하시고 저는 시원치 않은 보조 역할만 하고 그랬는데 이날만은 어머님께
"좀 답답하시더라도 참으시고 방에서 손녀좀 잘 봐주세요"
라고 말씀드리고는 제가 음식을 했습니다.
그래도 못믿어우신지 자주 나오셔서 당근도 채쓸어 주시고, 양파도 까 주시면서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아마 못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힘들까봐 그러신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어머님 아침 생신상을 차려 가족끼리 먹고는
어머님께서는 보험일을 하시느라 출근을하고는 저는 딸과 집에 있었습니다.
딸은 지금 서랍,싱크대 옷장 등등 안뒤지는데가 없습니다. 그날도 어머님 문갑을 마구 뒤져놓았지요. 제가 빨래를 하는 동안에 말입니다. 한차례 딸에게 짜증을 부리며 문갑을 정리하는데 어느 낡은 노트한권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어머님의 빛바랜 낡은 일기장이었습니다.
보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마음과는 상관없이 결혼전의 남편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결혼전의 남편이 궁금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제 눈엔 어느새 무언가가 마구 흐르고 있었습니다.아버님께서 많은 지병으로 일을 할수 없었고 그나마 오른손을 잃으셔 일을 전혀 하시지 못하시게 된지 오래돼 두아들의 엄마인 어머님은 보험일을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님 약값에 두아들의 교육비에 정말 월세로 긍긍하시는 어머님의 생활고는 정말 견디기 힘든 생활이셨던것을 저는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말입니다.그래도 어머님께서는 큰아들은 대학에 못보낸것이 한이셨지만 작은 아들은 그래도 대학에도 보내시고 당당히 졸업을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 물론 18평 정도의 작은 빌라지만 집도 장만하셨습니다.
물론 그많은 일기를 다 읽을수는 없었지만 어머님께서 얼마나 힘드셨고 두아들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일기의 내용중에 어머님께서 하열이 있으셨는데도 오랫동안 있으셨는데도 당신 몸이 걱저이 되면서도 돈이 걱정되, 아버님 약값이 걱정되, 자식들 학비가 걱정되 병원에도 못가시고 그러다 결국에는 쓰러지셔서 남의 손에 병원으로 실려가셔야 했습니다.
그날따라 하열이 많아 걱정이 많으면서도 며칠전부터 아니 몇달전부터 통닭이 먹고 싶다는 아들이 걸려 오후 늦게 통닭을 사오시다 생기신 일이십니다.

물론 제가 결혼할때에도 결혼하고 지금까지도 어머님께서는 여유가 없으신것 갔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에게 절대로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 하시지 않으십니다. 표현을 하지 않으시니 저 또한 어머님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당신의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머님께서는 제가 자주도 아니고 명절에 많이도 아니고 단돈 오만원이라도 드릴려면 너네도 힘들텐데 아직까지는 손수 벌때 까지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하시면서 마다하십니다.
그래서 요번 설에는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어머님의 사정도 모르고 전 신랑이 벌어다 주는 돈이 작네, 외식이 하고 싶네, 옷이 없네......사치스런말들을 연발해 왔습니다.
어머님은 왜 손녀딸 옷 같은것도 안사주실까
하면서 마음속으로 원망한적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변춘애씨 정말 저 한심하지요.
어머님의 일기를 훔쳐본것은 정말 죄송스럽지만 어머님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알수 있어서 저는 기쁘기도 합니다.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원망도 했었던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생각이었나를 이제야 깨닫게 된것이지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부모님의 그 크고 크신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을 해야 될런지요.
이제까지 두 아들을 의지해 살아오신 어머님,
어머님 이렇게 못된 며누리가 이제야 어머님께 마음으로나마
방송으로나마 엎드려 용서를 빌게 되어 전 참으로 기쁩니다.
어머님 부탁드립니다. 이젠 그 무거운 짐을 벗어주세요.
힘드신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자식에게 말씀해주세요.
그래야만 저희는 어머님의 짐을 조금이나마 벗어드릴수 있습니다. 어머님 조금씩 벗어야만 합니다.
이제까지 자식이 어머님 보약한번, 아니 아버님 약값 한번 해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지금 이시간부터는 저도 지금보다 열배 백배 열심히 살아 어머님 아버님께 좋은 며느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어머님의 크 크신 사랑을 제가 부족한 글로 표현을 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저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늦게나마 어머님 생신축하해 주시고요 2월11일에 있을 아버님의 회갑도 축하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아버님 어머님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서 저희들 효도 많이 많이 받으시고요 이번에 효도 관광도 못해드리는것 어머님 회갑엔 꼭 가까운데라도 보내드리겠습나다.
변춘애씨께서 제 마음을 아셔서 운 좋게 이글이 당첨이 된다면 끝까지 읽어 주시겠지요. 두서없는 긴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이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수 있게끔 해주신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신해철의 Jazz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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