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별명은 `으리을과 마음'
손복임
2001.02.10
조회 19
저는 올해 스믈 여덟의 네살된 사내아이의 엄마입니다.
오늘은 제 깜찍한 아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사연을 드립니다.

"기역, 니은, 디귿..."
무슨 소리냐구요?
네 제 아들녀석에게 한글 공부를 시키는 소리입니다.

글쎄 요즘 들어 동네 애기엄마들이 모이기만 하면 어찌나 자식 자랑을 해대는지
"우리 하영이는 제 이름도 쓰고 간단한 문장은 다 읽어요~"
"말마세요. 우리 예슬이는 수학도 얼마나 잘 하는대요~"
이럴때마다 저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답니다.

우리 남편, 제가 아이 교육 얘기만 꺼낼라 치면,
"이사람아, 때가 되면 다 해. 나 봐? 유치원 안나와도 이렇게 똑똑하잖아?"
또는
"너무 똑똑해도 못써요! 우선 씩씩하고 건강하기만 하면되~"
라는 말로 딱 잘라 버립니다.
그런데 엄마들이야 어디 아빠들과 같습니까?
혹시라도 내 자식이 남보다 못할까 혈안이 되어있는대요.
사실 우리 아들요, 알파벳 대문자는 A부터 Z까지 다 읽구요, 몇가지 동물들은 이름도 영어로 말한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요녀석이 비디오를 봐도 영어 비디오만 보고 한글은 통 하려들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려서 제가 한글은 자연히 배울거라 생각해서 영어 비디오를 많이 보여줬던게 원인이었나 봅니다.

저도 제 자식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제 이름하나 읽을줄 모르는 녀석을 뭘 자랑하겠습니까?

해서 저는 녀석에게 한글과 숫자공부를 시키기로 독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학습관이 안들어서인지 1분을 채 못넘기고 산만해지기 시작했지요.
공부도중 녀석은 뭐가 먹고싶다, 오줌이 마렵다, 비이오를 보여달라등 온갖 이유를 대며 빠져나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디 그런 잔꾀에 넘어가겠습니까?
"이거 다하고 나면 사탕줄께~"
"잘하면 아이스크림도 줄께~"
타일러도 보고
"엄마말 안듣고 자꾸 장난치면 맴매맞을꺼야!"
협박도 해보았지만 도무지 녀석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겨우 겨우 며칠을 그렇게 보내니 녀석이 자음 몇개를 외우더 군요.
"아~ 이제 우리 아들도 머지 않아 글을 읽겠구나! "
뿌듯해 하기를 얼마안되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녀석은 ''리을''을 ''으리을''이라고 했고 ''미음''또한 ''마음''이라고 발음을 했습니다.

녀석에게 수십번을 "리을","미음","리을","미음" 반복해 가며 교정에 힘썼지만 녀석은 여전히 ''으리을과 마음''이었습니다.
그후로 녀석은 자음의 ''ㅎ''까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그런 우리 모자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며 녀석에게 ''으리을과 마음''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여전히 녀석은 "으리을 미음"이라고 하지만 ''공부하자''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네~''하며 색연필과 공책을 들고 오는 녀석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답니다.

어때요? 제 아들 너무 이쁘고 귀여운 ''으리을과 마음"이죠?
코나의Dreams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