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계시기에 제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감)
김진혜
2001.02.09
조회 17
안녕하세요? 변춘애씨! 성으로 태어 났다는 자부심으로 감히 몇자 적어 봅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보금자리는 가정이겠죠? 저도 이제껏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을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려가서 뿌리를 내리듯 저희 부모님의 이야기로 라디오의
제 사연을 통해서 가요속으로의 마음에 따뜻한 행복을 나누고 싶어요.
저희 집이 빚으로 인해 시골로 들어오게 된지 벌써 8년정도 지났습니다.보증으로 인한 빚이지만 그 당시 공무원이던 우리 아빠로써는 직장을 그만 두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결국 빚으로 인해 우리 4식구는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서울에서 흔히 말하는 막노동에 뛰어 들으셨고 어머니는 빚쟁이들에게 피해 경상도의 어느 시골로 이사하게 되었고 고1이던 오빠와 중1이던 저는 학교를 시골로 옮겨야만 했죠. 그러던 중 하늘은 무심도 하시지 이 좋은 세상에 오빠와 저는 학교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부모님의 절약으로 인해 시골로 이사와서도 4년동안 빚을 값게 되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우리는 고향같은 강원도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헌집을 고치고 텃밭에 먹을 것을 심었죠. 이제껏 고생이라고는 한번도 하시지 않던 분들이 가족들을 위해 아빠는 공공근로에 다니셨고 엄마는 배추 작업을 다니시고 다른 집에 품을 팔면서 일을 하셨습니다, 매일 아픈 다리를 만지며 밤엔 밤새 앓으셔야 했죠. 그동안 오빠와 저는 서울로 가서 일을 하며 검정을 치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안정이 되었나 했는데 이번 6월 아빠가 갑자기 안색이 좋치가 않고 살이 많이 빠지시는 것을 느꼈죠. 그래도 그리 심각한지를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일도 못하시고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결국 병원에 가 보니 위암 말기라면서 3개월의 선고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아빠는 서울로가서 입원을 하시고 수술을 받기로 했지만, 당시 저희 집 형편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기에 바빴기에 입원비 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아신 주위 분들이 도와 주셔서 입원비를 하고 한달 생활비에 넉넉하도록 도와 주셨습니다.다시금 시골 인심을 깨닫게 했죠. 수술실로 들어가시면서 한없이 우는 엄마를 보며 위로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자신있어 보이셨습니다. 수술이 진행되고 얼마되지 않아 의사선생님이 나오시더니 수술을 진행 할 수 없을 만큼 암은 퍼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리다고 하기에 그렇치만 얼마나 눈물이 나오던 지요.지금은 여러 상황에 잘 적응하고 계신 아빠의 모습을 보지만 아빠는 이 사실을 모르세요. 다만 수술이 빨리 그리고 아주 잘 끝난 줄만 아시는 거죠.가끔 무리하시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보름이 지나 퇴원하시고 아빤 요양원에 가셔서 요양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오빠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캄캄하더군요. 아빠에게 모든것을 의지하고 살지는 않았지만 아빠의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좌절되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던중 고냉지 야채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큰 장사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우리가 조금 사기도 해서 야채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쉬운일이 없다는 말처럼 처음하는 일이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3배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에 별보고 나와서 별보고 들어가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2시에 일어나서 새벽시장을 가면 처음에 그곳 사람이 아니라며 쫓겨나기도 했지만 나중엔 우리 사정을 알고 여러 분들이 도우시고 어린것들이 엄마를 도운다며 하나 더 팔아 주시곤 했습니다. 때론 좋은 물건이 있으면 도매시장엘 가고 만약 가격이 나오지 않으면 서울 까지 밤새 올라가고 새벽에 내려오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다들 젊을 때는 고생 좀 해 보라고 해도 좋은 거라고들 하지만 몸이 피곤하고 힘든 것보다 마음의 고통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지만 이제껏 느끼지 못하던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흩어져 지냈던지라 서로가 맞지 않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의 가장 행복한 자리는 가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3개월 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우리를 조금씩 도우시고 많이 건강해진 듯해요. 그리고 오빠와 저는 이번 11월 15일에 있을 수능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20년의 짧은 세월이라 하지만 그보다도 더 짧은 시간동안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부모님께 감사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생활이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내 곁에서 함께 해 주심으로 인해 내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자랑스러워요.두분이 계시기에 제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부족한 딸이지만 두분 곁에 함께 있다는 사실에 힘내시라고 그리고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 아빠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꼬옥 전해 주세요.그리고 이내용을녹음해서
아버지께 선물로 드릴수있게
이택림의 내 마지막연인에게 꼭 들려주세요
아빠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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