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편하게 보내줬음 좋겠어요......
이정순
2001.02.09
조회 30
안녕하십니까..전 저의 남편을 21때 만나 24때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외동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귀여움과 기대속에 자란 귀하기 귀한 자녀였습니다. 외동이라 그런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만 할줄알았지 사랑을 베푸는 덕은 미흡했답니다. 전 그런 남편이 못마땅하였지만 그래도 결혼할 사람이라 그런지 눈에 콩깍지가....
맞벌이 우리 부부는 애기는 조금 미루었다가 제가 일을 그만하면서 애 타령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렇게 원하는 애기데 내가 반대를 해서는 안된다 싶어 우린 애기를 가졌어요.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좋아하는 남편이 어쩔땐 얄밉기도 하고 야릇한 질투심도 생기대요. 가족뿐 아니라 사촌에 오촌까지 소문을 다내고 친하지도 않는 친구까지 전화를 해서 저의 임신 사실을 알리고 다녔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애기를 왜 이제서야 가졌나 싶은 맘이 들정도로 기뻐했답니다. 항상 정기검진땐 월차를 내서라도 함께 가주었고 단한번도 설겆이를 하지 않던 남편이 손주 밥을 하고 설겆이를 하는거예요. 정말 그때만 생각하면 어떻게 저렇게 180도가 바뀌나 싶을정도니깐.. 5개월쯤인가? 얼마나 급했던지 베냇저고리를 하나 사오더니 세탁을하고는 자기 서랍에 넣어두는거에요.. 얼마나 웃기던지..아직태어날려면 5달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날저녁 팔공산에 있는 닭바베큐가 너무 먹고싶어 남편이랑 저녁을 간단히 먹고는 팔공산으로 갔었죠. 우리 둘이가 아닌 셋이서 닭을 먹고 차를 마실려고 주변을 돌고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고양이인지 개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우린 그걸 피하기 위해 남편이 핸들을 돌리는 순간 차마 옆에 있는 전봇대를 보지못했던겁니다. 급브레이크를 밟긴 했지만 우린 전봇대에 그만.... 한 2~3분이 지났나요.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로 날부르더니 "괜찮아" 라는 거예요. 다행히 전 이마에 약간의 찰과상밖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남편도 외상은 없었던 것같았어요. 차만 좀 다쳤을려니 하고 집으로 갔어요. 근데 그게 문제가 되어버렸어요. 차마 우리 둘인 애기 생각을 못했었어요. 난 내가 괜찮으니 당연히 애기도 괜찮겠지 생각을 했었고 남편도 괜한 얘기일것 같아 하지 않았구요. 차를 정비공장에 맡기고는 집으로 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요. 한두시간을 잤나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는거예요. 너무 아파 남편깨울힘도 없이 그냥 흐느끼며 울뿐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내 우는 소리에 남편은 잠에서 깨어 날보더니 파랗게 질린얼굴로 우는거예요. 그때서야 난 침대시트에 젖은 피를 보곤 애가 잘못됐다 싶었어요. 급히 남편은 119로 신고를 하고 난 병원으로 갔었죠. 119차안에서도 남편은 계속 괜찮을 꺼라면서 울기만 하대요. 한가닥의 희망에 우리 부부는 기도를 했지만 하늘은 제편이 되어주지 못했답니다. 유산이라는 의사선생님 말씀 끝에 남편은 매달렸어요. 오진이니 다시 한번만 더 검사를 해달라고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애기는 벌써 죽었으며 빨리 조치를 치하지 않으면 내가 위험하다는 소리에 그제서야 남편은 체념한듯 날 안고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해댔어요. 울고 싶었지만 나까지 울면 안된다 싶어 전 "아냐. 내가 자기한테 미안하지. 우리 이 애기 편하게 보내주자" 이말만 하고 수술실에 들어갔었어요. 그렇게 저의 첫아기를 보내고 우리 부부는 조금씩 서로에 대해 조심을 하게 되었어요. 몸조리를 하고 집에 왔을때 전 한번더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매일 매일 학을 접어가면서 편지를 쓰는거예요. 그날 사왔던 베냇저고린 눈물에 젖어 누렇게 변해있어구요. 정말 그땐 죽고싶은 심정뿐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 2년이 지난 지금. 하나님이 그런 남편이 불쌍해 보였는지 건강하고 이쁜 딸을 주셨어요. 아빠와 너무 닮은 딸애가 너무너무 이쁘고 행복합니다. 엊그제 집안청소를 하면서 남편 서랍정리를 좀 하까 싶어서 열었더니 아~~글쎄 아직까지 누렇게 변한 베냇저고리와 학천마리가 있대요.그리고 그옆에는 작은 봉투가 보였어요. 그 봉투에는 깨알처럼 써내려간 편지글이였어요. "하늘도 보지못한 우리 애기.. 이제 정말 널 보낼때가 된것 같아 슬프구나. 네동생이 태어났단다. 그래서 널이젠 하늘로 편하게 보내주어야 되겠구나. 자꾸 눈물이 나는건 널 보내기가 싫어서가 아니란다. 못난 아빠를 용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글이였습니다. 전 아직까지 남편이 그애생각을 하는지 몰랐어요. 전 이제 진짜 그애를 잊고 편하게 하늘로 보내줬음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래라 그애도 더이상 슬퍼하지도 않을건데요...
유진이를 너무 이뻐하시는 남편을 요즘 볼때면 조금씩 잊어갈려는 것 같은데 양희은 김승현씨 남편에게 힘이좀 되어주십시요..
감사합니다.이렇게 두서없는글 읽어주셔서요.
그리고 남편에게 하고 싶은말 있어요.
유진이 아빠!! 저요.당신 정말 정말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 너무 오랫만이라 조금 어색하지만 이제부턴 자주 할겁니다. 당신도 사랑한다는 말 유진이 한테만 하지말고 나.. 이 유진이 엄마한테도 좀 해주세요.예~
안녕히 계십시요.

바다의 품에-코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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