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가 꿈꾸는 삶이 있고 그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들 가겠죠?
저 또한 나이팅게일의 뒤를 이을만한 백의의 천사를 꿈꾸면서 열심히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 학생이랍니다.. 어제는 말이죠..제가 보건소에 실습을 나갔어요. 보건소에서는 어렵게 사시며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보건소 방문하시는 불편감을 덜기 위해 가정간호를 한달에 1-2회씩 실시하고 있었는데, 저는 실습생으로 이번 가정방문 간호에 동참하게 되었답니다. 보건소 지도 선생님께선 저와 제 실습메이트에게 약도 한장과 주소 한장,그리고 그 분들에게 드릴 파스, 소화제, 영양제, 진통제 등을 챙겨 주시고 대전 어느 산 언덕 마을에 뚝 떨어뜨려 놓으셨어요. 그곳은 대전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산 밑에 위치해, 사람들이 올라 다니기 힘들만큼 가파른 길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등의 단칸방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어설프게 그려진 약도 한장에서 찾아낸 할머니 집..그곳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인 한분이 저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다면서 수줍게 꺼내시는 참외 하나...비록 뜨거운 날씨에 약간 상한 듯한 참외였지만 할머니가 주시는 거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죠. 안마도 해드리고, 할머니의 옛날 사시던 이야기도 들어주고 보건소에서 준 약도 챙겨드리고..열심히 간호해 드렸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부족한 실습생이라 미안한 마음에 쉽게 뒤돌아 설 수 없었습니다. 외로우니까 전화 한번이라도 해 달라며 전화 번호를 적어주시는 할머니..
그리고 혼자 사시는 신사같은 할아버지.. 점심 때가 되었는데도 식사를 못한 우리를 위해 손수 사골 국물에 라면을 끓여 주신 할아버지, 연세가 80이신데 정말 멋있으시죠..할아버지 방은 책꽂이, 책상등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젊은 사람들이 노인 냄새 싫어하신다며 향수도 뿌려놓아 은은한 향기가 배어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당뇨때문에 고생이신데, 과식하고 나시면 탱고, 트롯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신대요. 할아버진 33년동안 혼자 사셨고 고향도 이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계속 웃음을 잃지 않으셨어요. 대문밖을 나서는데 문앞까지 나오셔서 돌아가는 우리를 계속 눈으로 쫒고 계시는 할아버지..할아버지에겐 우리가 할어버지를 찾아오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셨던지 계속 고마워 하시더군요.
그렇게 하루 종일 열 집 정도를 땀 흘리면서 돌아다녔어요. 우리들의 도움이 필요하실 분들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 질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집을 방문하고 나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든 거 있죠.
마지막 집을 방문하고 나오는데 비가 내렸어요. 할머니가 낡은 우산을 하나 건네 주시며 들고 가라고 하셨어요. 여기 저기 흙이 묻어 있고 하얀 실고 꼬매진 우산이었지만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우산이었다는 거 짐작하셨겠죠?
언니..
세상이 다양해지고 좋아졌다곤 하지만 그런 사회속에서도 소외받고 사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내 버스가 많이 다니지만 길을 몰라서,또는 글을 읽을 줄 몰라서 보건소에 한 번도 찾아가보지 못했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서 참 나란 녀석은 행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각박해진 세상에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전해 줄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날이기도 했답니다.
Yellow Love-한스밴드
방문간호 실습을 다녀와서. 꼭 읽어주세요.
김순복
200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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