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물
김지영
2001.02.08
조회 24
"엄마도 이제 늙었나봐. 우리 오고나서 밭에나가 울었다네. 둘째네 다녀왔을때도 그랬다는데......"
지난 추석에 시골에 다녀오신 엄마가 할아버지와의 통화를 마치고 한숨처럼 내뱉은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엄마는 59년생으로 결혼을 일찍하셔서 23,21,19 세 딸을 둔 가정주부이자 직장인입니다.
20년동안을 가족을 위해 생활하면서 친정보다는 시댁을 더 위해서 사셨고,
1년이면 명절, 제사 등등 일생길 때마다 다녀도, 친정엔 다섯손가락이 다 필요없으실 만큼 다니셨습니다.
그러다 올 추석에 연휴가 길어서 전라남도 영암에 사시는 외가댁에 가셨습니다.
(참고로 저의 엄마는 4녀 1남중 맏딸로, 막내인 외삼촌, 둘째 이모와 함께 서울에, 큰이모, 막내이모는 전라남도 광주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영암에 사십니다.)
10시간 이상 걸려 겨우 온전하게 하루쉬고 올라오셔선 모였던 자식들 다 가고 우셨다는 전화 한통에 어느새 엄마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올 때면 언제나 차안가득 채워주시는 할머니를 볼때마다 ''이래서 딸들은 다 도둑이라고 하나봐" 하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엄마얼굴엔 미안함만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제가 첫 월급을 탔을때 일입니다.
(외손주 중엔 제가 두번째로 커서 직장을 제일 먼저 다녔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십만원을 빼 뒀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렸더니 "아따, 요것이 벌써 이렇게 컷어야" 하시며
대견해 하시던 두분 옆에서 엄마는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내년이면 할아버지가 후년이면 할머니가 일흔이십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가전제품 하나 없이 손수 김치를 담아 가까이 사는 딸들에게까지 나눠 주시는 두분을 생각할 때마다 엄마는 한없이 죄스러워 진다고 하십니다.
아직까지 제대로된 효도한번 못해 본 엄마는 그저 오래 사시기만을 바라십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추신 : 저의 삼촌이 총각인데요 곧 서른이거든요.
삼촌 장가가는게 할머니 소원이래요.
얼마전에 선 봤거든요?
잘 되길 빌어주세요!!
구본승의또다른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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