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싣고 가는 버스
구명숙
2001.02.07
조회 15
안녕하세요?
변춘애씨께서는 어릴때 꿈이 뭐였었나요?
전 요즘도 혼자 생각하며 배시시 미소 짓는 어릴적 꿈이 있었답니다.
뭐냐 하면요.......차장언니~!
문풍지를 바른 문에 달린 동그란 손잡이에 매달려 "오라이~"하며 버스 안내양 흉내를 내며 노는게 제일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땐 다들 차장이라고 불렀어요.
차장언니의 약간 비스듬하게 눌러 선 모자에, 버스 문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번 치면 그 큰 버스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자갈길을 달리던게 어쩜 그렇게 멋
있게 보이던지...
그리고 제가 차장언니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버스를 원없이 탈 수 있다는

거였답니다.
별다른 놀이 기구가 없었던 시골에선 버스 타는것 만큼 재미있었던건 없었던것 같아요.

동네 친구들이랑 놀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한참을 걸어서 버스가 다니던 큰길로 차구경을 갔었죠.

큰길 옆 가게 평상에 앉아 있다가 저만치서 뿌연 먼지가 일으나면 얼른 일어나 힘차게 손을 흔들어댔어요.

간혹 운전하시던 분이 손이라도 흔들어 주면 얼마나 신나고 좋던지...

그런날은 어김없이 집에 돌아와 더욱 신나게 "오라이~"를 외쳐 댔죠.
그런데 제가 고등학생때부터 시골 버스에서도 차장언니가 사라지고 운전기사 아저씨 옆에 요금함이 생기더군요.
그땐 섭섭함도 느낄 새가 없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되던 공부에 지쳐 저는 어릴적꿈이 뭔지도 잊고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차츰 시간에 여유가 생기고 어른이 되니,요즘은 자주 어린 시절 추억이 떠 올라요.

그리고 버스를 탈 때마다, 그토록 차장언니가 되고 싶어 했던 내 어린 시절 꿈을 떠올리며 버스 요금함 대신 멋진 차장 모자를 선 내가 뒷문 손잡이에 비스듬히 기대 선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행복해한답니다.
난멈추지않는다-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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