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사랑
박주영
2001.02.06
조회 23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은 저는 그사람을 사랑한게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관심은 있었지요. 그치만...
저는 사랑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괜찮지 않고, 멋지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 그 사람때문에 많은걸 잃어도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서는 저는 사랑을 얻어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주 못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저는 다른사람을 바라보고있고, 내옆에는 이미 또 다른 사람이 저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언제나 그런식이었지요.
더 슬픈건... 제가 제 사랑 때문에 너무너무 속상해하고 힘들어 할 때마다 곁에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너무너무 큰 힘이 되어주었던 또 다른 사람에게 점점 마음이 돌아갈 무렵 그 사람은 이미 저를 떠나고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부질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또다른 사람은 이미 제게서 지쳐가고 있었나봅니다. 시간이 지난후 생각해보면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보다는 나를 바라봐주었던 또다른 사람이 더 아주 많이 더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저는 그 흔한 남자친구 하나 없이 대학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오티를 갔었는데 저희과 오빠중에 너무너무 괜찮아보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금씩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가더니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말로는 그사람과 사귀는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 사람과 만나는것, 친한 사이로 지내는것 그것 자체만 바랄 뿐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반년을 좋아하는사이... 제게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저를 처음 보았을때부터요. 동아리 선배였습니다. 그런 오빠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너무 좋았거든요. 영화에서 나오는 로맨티스트는 아니었지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저를 감동시켰지요. 그런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에게 사랑을 주지못함이 아쉬웠는지 저는 그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나를 세뇌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새에 그사람에게 조금씩 기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반년이 흘러 저는 아주아주 용기를내어 고백을 하게 되었지요.
그가 무척이나 기뻐할 것이라는 기대와 드디어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귈 수 있다는 행복에 넘쳐서요. 그런데 그의 대답은 정말 ...
그는 이핑게 저핑게 대면서 나와 사귀는 것을 반대하였습니다.
나중에 아니 그리 나중에는 아니지만 그로부터 한 일주일 후에 알게되었습니다. 실은 동아리에서 이 사람과 친구이면서 나를 딸처럼 예뻐해주겠다며 정말 아주아주 나를 예뻐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에게서요.
그 사람은... 내가 아주 어렵게 고백했던 그 사람은 ... 내가 수다삼아 친한 친구한테 얘기하곤했던 그 친한친구와 사랑을 이미 하고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실은 그 친한 친구가 그 사람에게 고백하라고 저에게 용기를 복돋아주었었는데... 제가 얘기한 것들을 듣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되었다고하네요. 정말 삼류영화같은 이야기가 닥쳤습니다. 그것도 아주 뻔하지만 여주인공은 다리의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만큼 너무너무 슬픈...
또 겪게된것이지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해주지않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나를 바라보다가 내가 다가갈때쯤 벌써 나를 포기하고 잊어가는... 그런데 이번것은 좀 강도가 세죠?
믿었던 친구와 함께 잃어야했던... 그 친구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전 아직도 이해가되질 않습니다. 왜 내게... 이미 그 사람과 사귀고 있으면서 왜 사랑고백을 하도록 힘을 주었을까요...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 아니 1년이 조금지난 일이군요.
그사람과는 서먹하지만 그래도 친구와는 겉으로나마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둘을 볼때마다. 우연히 그둘을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미움이 복바쳐온답니다. 이미 지난 그것도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답니다.
아무튼 그나저나 제겐 또다른 사람이 생겼죠. 늘 그렇듯 제가 다른 사람을 보고있을때 그렇게 제 옆에 생기듯. 바로 날 딸삼아 예뻐하던 사람이었지요. 저는 실은 아버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 사랑을 어렴풋이 느끼며 너무너무 따르고 좋아하며 딸처럼 맘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친구... 그런데 그가 어느날 고백을 해왔어요. 저는 ... 하루가 지난 다음에 받아들였지요. 솔직히 그를 그렇게 사랑한건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또다시 이미 떠나간후에 후회하는 일은 하고싶지 않았거든요. 또 그 너무너무 미운 커플에게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난 잘살 수 있다고. 그렇게해서 이제 6월이면 이 사람과 사귄지 2년이 되요. 이 사람과 사귀게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미련인지 분노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을 보면 가끔 그 사람이 생각난답니다. 너무너무 깨지길 바라고 제게 돌아오길 기도했지만 제 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한 그사람 얼굴이요...
우습지만 아직도 그 친구랑 깨지고 그 사람이 나에게 미련을 갖고 제가 그랬듯 너무너무 후회하는게 소원이랍니다. 참 나쁘죠?
물론 제게 매달려도 저는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거구요.
아주 가끔씩 그 사람이 생각날때마다 눈물이 나는것도 참 나쁘죠?
그래도 저는 지금의 사랑을 지켜가고싶습니다. 우습고 유치하지만 보란듯이 말이죠.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했던 사랑중에 가장 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다른 사랑을 만들어갈 용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지금 이 사랑이 아주 오래 튼튼하고 아니 영원히 바래지 않고 더욱더 예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실거죠?
그동안 그 누구에도 고백하지 못했었는데... 참 마음이 후련하네요. 정말 기도해주실거죠? 제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절대로 제 곁을 떠나지 않을거라는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말이지요.
남겨진 사랑의 슬픔-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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