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에 들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꽃향기가 은은히 감싸므로 우리를 즐겁게하는 꽃이 있다. 향기의 근원이 어디 있나? 살펴보면 많은 잎사이에 숨어서 피어있는 자잘한 꽃송이의 금목서(노란색)와 은목서(흰색)이다. 꽃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열십자로 아주 작지만 그 향기는 대단하다. 그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도 한다는데...
남을 즐겁게 할 향기를 가득 가지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피고, 떨어지는 꽃잎도 없이 어느듯 소리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연상해 보았다. 그리고 꽃잎이 열십자라는 사실도 무척 흥미롭다.
몇 년 전. 학교에서 돌아 온 딸아이가 엄마에게 줄 선물이 있다면서 책가방에서 무엇을 꺼냈다. 온 방에 향기를 가득 쏟으면서 나온 것은 작은 나무가지 하나였는데 바로 금목서였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엄마 보여 줄려고 학교에서 작은 가지 하나를 꺾어 왔다는 것이다. 오는 도중 연약한 꽃잎은 다 시들어 버렸지만 그 향기는 며칠동안 방안에 남아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나무를 꺾었다고 야단은 쳤지만 그 마음이 사랑스러운 것은 왜일까?
그 아이는 어릴 적에도 엄마를 위해서 꽃을 잘 가져오는 아이였다. 4-5살 무렵, 아빠가 병원에 입원중이라 내가 힘들어서 떼어 놓기 위해 놀이방을 보낸 적이 있다.
저녁에 병원으로 돌아오는 그 아이의 손에는 갖가지 야생화가 들려 있는 날이 많았다. 토끼풀꽃,강아지풀 ,잔디풀, 망초꽃... 놀이방 주변에 있는 꽃을 꺾어서 엄마에게 줄려고 하는 그 어린 아이의 사랑을 나는 무척 행복한 마음으로 누렸었다.
이제는 많이 커버린 아이에게서 이전의 그 순수한 어린 아이의사랑보다는 이제 같은 여자로서의 삶과 대화의 상대로서의 동반자적 사랑을 느낀다. 사춘기의 갈등과 세대차이 등으로 어려운 시기가 서로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가 갖게 된 공통분모가 있어서 훨씬 유연한 삶이 되었다.
정말 좋은 부모자녀관계는 자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 질 때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전의 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더 나은 미래를 서로가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이렇게 저렇게-언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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