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중환자대기실 생활
장석건
2001.02.07
조회 21
정말 숨가쁜 날들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다행히도 시아버님의 수술은 성곡적으로 끝나서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

며칠간의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끔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환자는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가족들은
하루 두번의 제한된 면회를 위해서 하루 온종일 여기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면회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여기가 "중환자실"인 만큼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에.. 가족들은 하루 24시간을 창문도 없고,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일어나는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그저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바라면서 종일 기다리고 있답니다.

환자의 가족에게는 시간이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자신의 환자가 회복될 수만
있다면 1년 365일 온종일을 여기에서 기다릴 듯한 모습들입니다.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에 조금은 지쳐서,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에 지쳐서 대기실 복도의 딱딱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잠시 눈을
붙여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말없이 모든 심리적 육체적
피로감과 싸우며 끊임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종종 중환자실의 호출을 받고 예정에 없던 면회를 다녀오는 사람들.
그들의 십중 팔구는 눈물과 흐느낌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다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그렇게도 염려하던, 차마 떠올리기조차
두려워했던 상황의 그들의 가족에게 다가온 겁니다.

그들을 곁눈으로 지켜보는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자신의 환자의 무사함에 안도하며 흐느끼고 있는 이들을
안타까이 바라볼 뿐입니다. 앞으로도 자신들에게 그일이 빗겨가기 만을
바라며..

며칠동안의 중환자 대기실 생활은 삶에 대한 고마움과
주변분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상황을 겪은 후라서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고통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도 병마와 싸우며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쾌유를 빕니다..


도요새의 꿈-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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