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노명순
2001.01.22
조회 22
작년 이맘때 2000년이 되면 마치 다른세계가 펼쳐질 것 처럼 들뜨고 흥분된 분위기에
막연하게나마 행복을 예감하면서 큰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축배를 마시며 우리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빌며 즐거운 연말을 보냈었는데...
상상도 못했던 너의 가출과 그로 인한 파문으로 우리 가족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쓸쓸함과 착잠함 으로 최악의 연말연시를 맞게됐구나. 사랑하는 딸아 네가 집을 나가고
소식 한장없는지 한달이 돼간다.
처음 집나갔을적에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 뒤 연락 두절한체 열흘만에 들어왔었기에
이번에도 혹시나 혹시나하며 애태우다 벌써 한달, 그 때 너 때문에 우리삶이 지옥이었다고
엄마가 말해줬는데...엄마 아빠의 아픔따윈 전혀 생각지도 못한단 말이냐? 어쩌면 그리 모질더란말이냐?
평소에 그렇게 순종 잘하며 생글생글 잘 웃고 그 착하던 네속 어디에 가끔씩 상상도 못할 사건으로
까무러치게 하는지, 이번일도 그럴수밖에 없었던 너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는진 모르겠다만
엄마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자취를 감춘채 연락이 없으니 어떤 오해가 있을지도 모른체 세상의
따가운 질책을 받으며 야속한 마음으로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너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과연 행복한지 아니면 너의판단이 잘못 됐음을 알고 후회하며 돌아오고
싶어도 차마 연락할 수 없어 혼자 힘들어하는건 아닌지...
보낼수도 없는 편지를 써 네방책상에 던지며 어디선가에서 들을지도 몰라 간절히 말한다.
사랑이 제 아무리 아름답고 위대하다 해도 남의 행복을 딛고서 눈물을 외면한체 얻은것은 참 행복이
될수 없다는 것 말이다. 엄마가 아무리 못가르쳤기로 탐이 난다고해서 가질수 있는것과 안되는것을
분별하지 못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을텐데 무엇이 너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을까?
아버지는 너를 좀더 강하게 키우려고 조금은 남다르게 교육시켰는데 너는 그걸 구속해서 싫다고
했었지만 속으론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기대하셨는지 알지 못하고 불평만했었지
네가 고등학교 입학 후 부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킨 사건이 이번까지 세번이나 된다는걸 알고있니?
그로 인해 쓰러지셔 뇌졸증이란 무서운 병으로 지금도 힘든 투병중이신걸 설마 잊은건 아니겠지?
너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너무 컸기에 실망과 상처 또한 너무 커서 아버지는 너를 죽을때까지 보지도
않고 살겠다고 하신다. 엄마 또한 악화 되신 아버지를 보며 다짐했었다. 부모도, 불쌍한 모자의 원망과
눈물도 빛나는 미래도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순간의 달콤함만 생각하고 모든걸 너무 쉽게 던져버린
너의 그 지독한 이기와 경솔함을 미워하며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하고. 하지만, 사랑하는 딸아!
여기서 너를 포기해버리기엔 네가 너무 아깝고 아쉬워서 속이 너무 상하고 안타까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네방에 들어가 욕을 하다간 눈물이 나고 어디가서 하소연을 하면 후련해질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에 빠져 있다면 이토록 가슴이 무너지도록 애태우진 않을턴데....
딸아! 지금도 늦진 않았어. 사람이 순간생각 한번 잘못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수렁에 빠질수도 있겠지
빨리 발을빼고 나와 또 마음먹기 따라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빛나는스무살이야.
어디서든 엄마말이 들리면 바로 연락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엄마는 너와 다시 많은 얘길 나누고 싶단다.
네가 새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모든걸 해결해 주고 도와 줄 테니 꼭 연락해주길 바란다.
딸이 돌아오길 빌며
딸이 좋아하던곡 젝스키스의 Fake G''S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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