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저에게 남편은 모든걸 버리고 제곁에서만 맴돌며 온갖 주위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여러이야기(내가 근무하는 학원의 원장은 인간성이 아주 안좋고 여선생들에게 특히 이중인격을 써가며 자기 이속을 채워가는 여자 킬러)라며 나의 마음을 흔들어 보려고 혼자 직장생활하는 저에게 자기를 따라 내려가야마니 살길이 열리는냥 고차원적인 설득을 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제 눈에는 아주 가상하게 보였습니다. 지금의 남편은 그때 대학생이었고,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대학생들 한창 중간고사시험이 있을때인데 거의 서울에서 살다시피하고 절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겁니다. 저는 일과 끝나는 시간이 밤 11시가 되어야하는데, 다음날 학생들 질문에 시원한 답을 위해서 또다른 질문을 만들고 답하고 하는 작업을 저는 밤에 다시 정리를 해놓아야 하는데도 남편때문에 할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대학중간고사 시험이 있는때인데도 내려가지 않고 자꾸만 절 찾아 와서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애원을 하였습니다.
근데다가 전 마음이 약해서 누가 뭘 부탁해 오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인데다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이 공부는 뒷전이고 멀리 서울에까지 올라와서 저만 바라보고 있으니 제가 좀곤란한게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내려보내야 되겠는데 어찌나 언변력이 좋은지 저는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대학졸업후 쉽지않은 직장을 얻은데다 보수(일반사무실 경리 월급 2배이상)도 괜찮고 학생들한테 인기도 좋아서 원장님께서 월수입이 흡족하지 않으면 얘기하라고 하실 정도로 여러면에서 내게 딱좋은 직장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학생인때라서 가진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냥 막무가내로 떼쓰러온것 같았습니다. 결혼자금도 자기가 다 해결할것이며 결혼할때 아무것도 해올 필요없으며 결혼후에 나란히 손잡고 교회도 갈것이며 공부도 계속하게 해주고 석사박사학위도 얻게 해준다며 자기만 믿으면 난 아무 걱정없으니 무조건 자기를 믿어달라는 겁니다. 전 남편의 끊임없는 구애작전에 감동을 했는지 동정이 갔는지 그 다음해에 저의 꿈을 뒤로 하고 대학을 막졸업한 초보풋내기 사회인에게 업히게 되었습니다.
시댁에 가서 첫 설을 맞게 되었는데 그때는 입식부엌이 아니라서 제래식 부엌에서 가스렌지에 떡국을 끓여 차례상을 차리게 되는데 차례상을 물린뒤 식구들이 모두 둘러앉아 떡국을 드시는 중인데 내가 나가서 가져와야 할 떡국을 큰형님이 직접나가셔서 떡국을 들고 오시길래 안그래도 어렵기만 한 시집살이인데 미안해서 얼른 일어나 큰형님이 들고 오시는 떡국그릇을 얼른 두손으로 받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 그릇은 직접가스렌지위에 올려놓은 스텐레스 양푼이었던터라 제 손이 그대로 익어서 손가락이 3도화상을 입어 그 자리에 그대로 참고 있을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그릇을 가까스로 참고 냄비받침위에 올려놓고 난 부엌으로 나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손을 찬물로 씻고 상위에 놓았던 정종으로 담그고 설날 아침 떡국도 못먹고 온몸이 에어지는 아픔으로 정종냄새가득한 새해를 그렇게 맞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 밑바닥 온 아픔이 다 밀려오는듯 아리고 아픈듯 합니다.
A4-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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