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24년 동안 영화관에서 영화을 본 적도 없었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을 먹은 적도 없는 시골 처녀였어요. 제가 자란 그곳은 그런 문화 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였거든요. 이렇게 자란 저에게 취업이라는 기회을 통해서 낯선 서울생활이 시작되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당시 제 남편은 명문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울토박이 총각이였거든요. 저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지내왔던 남편에게는 저라는 존재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던것 같아요. 전 뭐든지 신기해하였고 그런 저를 보면서 남편은 만날때마다 장소을 바꿔가면서 이번에는 덕수궁, 경복궁 다음에는 대학로, 미술관, 콘서트현장등.. 제게 여러가지을 보여주려고 매우 애를 썼습니다.
저는 이렇게 자상한 남편덕분에 차츰 서울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이젠 어리숙하고 순진한 시골처녀에서 예쁘게 물건값도 깎아서 가정경제을 잘 이끌어 나가는 서울 깍쟁이 아줌마가 되었답니다.
현정씨? 마지막으로 저의 남편 자랑좀 해도 될까요?
저의 남편은 한달에 15만원용돈으로 생활을 합니다. 교통비만해도 만만치 않는 거리의 회사에 다니는 남편으로써는 아마도 적은 액수의 용돈일텐데 항상 아무런 불평없이..... 그리고 요번 크리스마스에는 필요한것 있으면 사라고 제게 돈 5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주는 거예요. 그동안 조금씩 모았다면서...
저는 이렇게 자상하고 속 깊은 지금의 남편을 무척 사랑합니다.
현정씨? 이런 남편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사연을 올리겠습니다.
퐁네프의 연인-지수현
시골처녀가 서울깍쟁이 아줌마가 되기까지...
임지현
200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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