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 드릴 글은
요즘 점점 심해져 가는 건망증에 대해서 입니다.
우리 남편은요 제가 원래 그렇다나요?
저는
결혼 8년째인데도 아직 "새댁" 소리를 듣는 주부랍니다.
아이가 벌써 세명인데도 제가 젊은 탓인지 다들 새댁이라고들 한답니다.
사실 좀 일찍 결혼 했거든요.
23살에 결혼해서 24살에 첫애기를 낳았죠.
애기 세명을 놓고 나서인지 제가 생각해도 건망증이 너무 심하답니다.
작년 추운겨울 어느날이었어요
애들과 남편이랑 친정에 잠시 다녀 오는 길이었어요.
세금도 내야하고 편지도 부칠께 있어서 우체국이랑 은행을 들르기로 했죠.
이리저리 우체국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 한곳을 찾았죠.
바람도 불고 얼마나 춥든지 얼른 내려서 재빨리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차에 올랐죠.
우체국에서 몇코스 되지 않은 곳에 농협이 있더군요.
신랑이 추울까봐 제가 내리기로 했죠.
자기야 내가 갔다올께.....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발밑이 허전함을 느꼈죠.
신발. 신발이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질 않았어요.
한참 헤매는데 신랑이, 빨리 안내리고 뭐하노? 하는 것이었어요.
자기야, 내 신발이 없다.
신발이 없다니, 그게 무슨소리고?
신발이 가기는 어딜 갔겠노.
의자 밑에 들어갔는지 잘 찾아봐라 .
참 기가 막힌 일이라 할말이 없더군요.
순간, 귀신이 가져갔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더니 그순간 정말 황당하더군요.
니 혹시 우체국에 벗어 놓은거 아이가?
신랑의 말에 난 펄쩍 뛰었죠.
그럴리가 없다.
밖에 있는 우체통에다 편지를 넣었는데.... 더군다나 벗을 이유가 뭐있노.
하면서 계속 차안을 뒤졌죠.
하지만 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지 뭐에요.
한참 찾다가 신랑이 짜증난 목소리로, 우체국에 다시 가보자고 하더군요.
저는 그럴리가 없다며 다시 우체국에 닿을때 까지 계속 차안을 뒤졌어요.
설마설마 하는데, 신랑이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고 웃지 뭐에요.
왜카는데?
신랑왈,
저기 좀봐라.
저 멀리 우체국 앞 인도에 까만 신 한켤레가 주인을 기다리며 떨고 있더군요.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점점 가까와 지는 신발이 얼마나 무섭던지...
세상에 이런일이. 어떻게 내 신이 저기 있지. 난 인정을 할수가 없었어요.
거기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신을 가리키며 낄낄 웃고 가지들 않나.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고.
줍기에는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마침 거기에 또 신호등이 있지 뭐에요.
다들 길을 건너려고 섰다가 신을 보고서는 배꼽을 한번씩 잡고 가더군요.
자기야, 자기가 주워온나
헛소리 하지 말고 내려가서 주워온나.
신랑이 얼마나 야속하든지...
나는 죽어도 못내리겠다 .
이일을 우짜마 좋노.
그러고 있는데 신호가 바뀌더군요.
자기야 차 빨리 인도로 올리라.
얼른 차를 신발이 있는 곳으로 대어 주더군요. "얼른 주워라" 몸을 최대한 숙이고.
도저히 고개를 들수가 없더군요.
누군가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든지....
누가 볼새라 얼른 주워 올렸죠.
그곳을 한참 지나와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겠더군요. 누군가 나를 따라 오면서 웃는것 같아서......
나 자신도 너무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멈추질 않더군요.
신랑은 창피하다며 " 니 어디가서 절대 이 이야기 하지마래이"
하더군요. 그날 우리는
집에 다오도록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따뜻한 차안이 방안처럼 느껴졌는지.....
아무튼 그날 이후로 저는 그 충격에서 벗어날수가 없답니다. 끝이야 끝.
요즘도 가끔씩 건망증 때문에 일을 저지르곤 한답니다.
어떤날은 밥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니깐요.
저 이러다가 치매약 타먹으러 다녀야 하는게 아닌지 걱정이랍니다.
변춘애씨는 절 이해 하시겠어요?
이해해 주시겠죠?
이빠진 동그라미-김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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