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1일 저는 친구의 소개로 진해에 있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친구의 저에 대한 화려한 소개덕인지 그사람은 무척 호감어린 그리고 애정어린
눈빛으로 저를 대했고 강력한 대시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만난지 3분만에 반했다고 하면서 3번째 만난 날 프로포즈를 해왔습니다.
그 당시 저는 연애를 해본적이 없었으며, 오랜 직장생활로
일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싶었던 때였습니다.
대답을 보류한채 몇번 더 만났습니다.
그런데 ...
어찌된게 만나면 집에 가고 싶고 같이 어딜 다닌다는것이 그리 따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않고 솔로인 사람들이 그리도 부럽더군요.
한껏 사랑에 빠져있는 그사람에게 전화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결별을 선언했고
그리도 그리던 솔로가 되었습니다. 결혼은 무슨...
얼마나 후련하고 날아갈듯이 기뻤습니다.물론 미안함 마음도...
그런지 보름이 지나고 열 살 차이나는 노총각과의 만남이 주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안 만나면 후회가 될 것 같은...
3월14일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 저의 나이 스물여덟...
늙은이 한테 딸 줄일 있냐며 아버지의 성화가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이상한 예감에 이끌려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그만 사로잡혀 전신이 마비되는듯 했습니다.
제발 이 시간이 멈추어지길 기도하며 장장 7시간의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에게 전화가 왔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를 관찰하는 그와 몇번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게 자기 소개서를 제출할 것을 청해왔습니다.
저는 그와의 만남이 지속되길 바라며 소개서 제출을 연말로 미루었습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져들었고 더 이상 그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약간의 협박(?)과 함께 제가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잘 모르겠다는 그리고 더 알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존심버리고 정말 열심히 따라다녔습니다.
만나러 가서 3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었고...
어느날은 너무 맛있어 보이는 떡이 있길래 서 무작정 그에게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보니 그차가 막차였습니다.
돌아올길이 막막했지만 떡을 준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떡을 받기는 커녕 생각없이 행동했다고 나무라면서 저를 그냥 보내더군요.
그떡을 받으면 이런 행동 또 할것이라면서...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일명 총알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오는길에 한없이 눈믈만 흐르더군요.
야속하기도 하고 저 자신이 바보스럽기도 하고...
그 후 잊기로 했습니다.
아니 노력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니 그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를 사랑으로 떠나보내기로 했습니다.
정신없이 아파하며 보내는 가운데 연말이 찾아왔고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소개서 제출하기로 한것 약속지키라고...
12월31일 드디어
아직도 그에게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저는 소개서를 제출했고 합격통지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그의 전화만을 기다렸습니다.
2000년1월도 일주일이 지나간 채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1월8일 직장으로 연락이 왔고 그러더군요.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핸드폰을 해지 시키는 바람에)
그리고 1월15일 그리도 그리던 그에게 프로포즈를 받았고 그해 봄 기가막힌 결혼식을...
결혼전전날 가까스로 집을 구하고, 입주 날자로 인하여 신혼여행을 미룬채
일주일간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입주후 몇날며칠을 새집 청소하는데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달여후 기껏 마음먹고 떠난 신혼여행...
그날이 바로 결혼 후 맞는 시아버님의 첫 기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오죽 철 없는 며느리로 미운털만 박힌채 신혼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를 위한 나의 마음-조장혁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