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남편회사 직원부인이
김옥례
2001.01.03
조회 30

저는 결혼한지 일년이 된 주부입니다. 남편은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해서 벤처기업입니다. 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쫄다구로 다녔었는데 어느날
집에와서 자기를 이사로 대접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자고나니 졸지에 이사부인이 되었더랬습니다. 어쨌거나 임원부인이 되고나니 집에 월급은 안가져와도 기분은 좋더군요.
우리집 "이사님"이 뭘하건 동요함과 관심이 없는 저도 얼마전 작은 회사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우리집 이사의 사업에 차츰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작은 회사는 뭐든지 부족하더군요. 저도 작은 회사의 사원으로써 회사에 바라는 것은 왜그리 많은지요....전에는 생각지 못한 요구사항이 너무많이 생기는 거예요. 왜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안계시지? 컵은 여직원만 왜 닦아야 하나? 포스트잇은 왜 안사주지? over-time pay는 왜 없지? 왜 우리 사장님은 자기 생각만 하나? 회사는 왜이리 지하철역이랑 먼거야? 사장 자기만 차타고 다니면 다인가?.....끝이 없더군요. 저는 집에 오면 남편에게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기에 입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 할땐 언제나 실눈을 뜨고 꿈꾸듯이 말합니다. "난 이런 회사로 만들고 싶어. 내가 꿈꾸는 회사는 이런거야"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저 회사는 어떻길래 저런말만하나하고. 그런 꿈같은 회사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졸라서 어제(1/1) 그 회사에 살짝 가보았더랬습니다.
그 꿈같은 회사는 작고 허름한 빌딩의 3층에 있더군요. 화장실은 남녀 구분도 없고, 추워서 물도 안나왔어요. 우리 이사님 자리는 저 구석탱이에 대기발령을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자리같이 초라하고....

오늘 퇴근후 병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으려다 ''신년맞이 이벤트안''이라는 종이가 책상위에 놓여진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제 저를 간호하며 집에 있으면서 회사에 대해 또 생각했나봅니다.

남편이 하는 회사는 꼭 잘될것 같습니다. 꿈을꾸는 사람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부자 남편을 두고 있는 친구가 부럽긴 하지만 언제나 꿈을 가지고 있는 제 남편도 조금은 사랑스럽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집에서 열심히 설겆이한 제 남편을 오늘 칭찬합니다! 회사에서도 매일 컵을 솔선수범해서 닦길 바랍니다. 여보!
다시 한번만-홍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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