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변춘애!
일단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저두 많이 받을께요..
전 청담동에 사는 결혼 2년차이자 이제 7개월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신세대 아줌마 입니다..
글솜씨가 없어 몇번 망설이다가 이렇게 이제서야 몇자 적어볼라구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 7개월된 아들녀석을 두고 또 나의 일도 가지고 있는 그런 신세대 아줌마랍니다.
직장때문에 아이를 시댁에 맞기고 다니고 있는데요,아이때문에 생긴 얘기와 저희 시어머님 얘기를 몇자 적어볼라구요..
(사정상(?) 아이이름을 똘이라고 할께요..)
저희 신랑은 딸만 5인 집에 유일한 아들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아이가 저희 시댁에 끼치는 영향력은 거의 군대에서 별네개쯤달린 사람이 끼치는 영향력이랑 비슷하죠..
얼마 전이었어요.
사무실에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신랑이었어요..
"어,난데,글쎄 좀전에 엄마 한테 전화 왔었거든.."
무슨 큰일이나 난줄 알았습니다.
"어,근데,무슨일 있어요?"
"글쎄 똘이가 말을 한대!"
"무슨 얘기야..걔가 무슨 말을 해.."
원래 오버(?)가 좀 심한 편이라 또 무슨 얘긴데 이러나 싶었어요..
"글쎄,배가 고프니까 엄마를 보면서 밥 달라고 막 그랬대..허참..녀석이 누굴 닮아서 그렇게 똑똑하지?아무래도 이 녀석은 15살때 대학을 보내야겠어.."
아이구 나참..양희은 언니!
언니도 아이 키워보셔서 아시겠지만 이제 막 7개월을 넘어서서 이도 아직 안난 아이가 무슨 말을 했겠습니까..그냥 어버버버 그렇게 했겠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 바빠..이따 다시 전화할께..그리고 15살은 너무일러 16살이면 몰라도.."그렇게 같이 맞장구를 쳐주고는 전화를 끊었답니다.
참 남들이 들으면 너무 우습겠지만 모든것이 이런 식이었답니다.
똘이녀석이 처음으로 뒤집던날은 거의 축제 분위기 였구요,그녀석이 첨으로 아버님을 알아보고 웃던날은 거의 잔치 분위기였구요. 어머님을 알아보고 어머님한테 가겠다고 팔을 휘둘르던날은..말 안해도 아시겠죠?
이렇게 금쪽같은 똘이녀석이 아퍼서 보채기만 하던날 아버님은 식사도 안하시고 담배만 연신 피우시면서 "아이구 이녀석아 도데체 말을 해야지,어디가 아픈지 알지.." 이러시고는, 어머님 아가씨 저까지 몰아서 얼마나 혼이 났는지 ,여자 셋이서 아이 하난 간수 못하고 아프게 했다고..
그래도 어머님은 싫은 표정은 커녕 정말 똘이가 아픈것이 당신 탓인것마냥 그렇게 속상해 하셨답니다.
또 한번은 퇴근해서 가니까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더라구요..
뭔가 해서 부엌으로 가봤더니,글쎄 똘이녀석이 우유를 안먹는다고 소고기 국물에 이것저것 담뿍 넣어 푹 고아 죽을 끓이시고 계시더라구요..
그뿐만이 아니라 똘이가 좀 잘먹는다 싶으면 과일이면 과일 한상자 요쿠르트면 요쿠르트 한박스 ,거기다 코가 조금 막히면 가습기까지 사다 놓으 시면서 도저히 저는 흉내도 내지 못할 만큼 정성을 쏟으신답니다.
그러시면서도 월급날 돈을 드리면 손주녀석을 돈보고 봐주냐시며 절대 안받으신다고 하십니다.억지로 돈을 드리면 십원짜리 하나도 당신때문에 안쓰시고 똘이 녀석한테만 쓰신답니다.
저희 어머님은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도 똘이녀석 기저귀와 손수건은 손수 손빨래를 하신답니다. (저희 시댁은 옛날 구 가옥이라 수돗가가 마당에 있거든요..)
제가 좀 할라치면 "얘,네 신랑도 다 이렇게 키웠다..넌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라."
이러신답니다..
또,"그런데 아범때는 이렇게 이쁜줄 몰랐어,근에 이녀석은 정말 눈에 넣어도 안아플것 같아..너두 이담에 손주 생기면 봐라.." 하시며 웃으신답니다.
남들은 아들이라 그런거라고 딸이었으면 안그랬을거라 하지만 아마 저희 어머님은 똑같으셨을꺼예요..
그리고 제가 몸이 좀 아프면 죽이나 먹을거리를 잔뜩 가지고 오셔서는 "에미가 건강해야 똘이도 행복한거야.그러니까 일단은 에미가 건강해야되"이러신답니다.
글쎄 지난번 김장때는 전 직장다니느라 힘들다고 저한테는 말씀도 안하시고 김장을 하셨답니다. 어찌나 죄송스러운지..
변춘애 언니
저희 시어머님 같으신분 보셨나요?
글쎄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전 저희 어머님이 똘이 녀석을 그렇게 특별하게 보시듯이 저두 저희 어머님 같으신 분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똘이녀석이 크면 저희 보다두 할머니 한테 잘했으면 참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희 어머님한테 너무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두서없이 적었는데 어떻게 재미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방방곡곡에 저희 어머님 자랑좀 하게 꼭 좀 소개시켜주세요.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담에 또 좋은 얘깃거리가 생기면 편지 할께요.
차마 (Every Breath You Take)-보아
어머님 우리 어머님..
이현주
200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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