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
김미향
2001.01.03
조회 31
전 한성여고 1학년인 김미향이라는 학생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 돌아가셨구요 그런 할머니가 오늘 너무나도 보고싶어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전 오늘 여행을 다녀왔어요. 무슨 여행이냐면요 추억 여행이요. 오늘 책상정리를 했거든요. 책상을 정리하다보면 가지가지 잡동사니들이 다 나와요. 지금보면 다 하나같이 쓰레기들 뿐인데 이걸 책상속에 넣어둘 떄 까지만 하여도 아마 그것들은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들 이었을 꺼예요. 그렇게 한참을 책상을 뒤지며 혼자 웃고, 울고, 구르고 별짓을 다 하다보니 추억 여행을 시작한지 한참이 되었어도 여행을 끝낼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드디어 저의 추억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어요. 책상 서랍이 하나밖에 남지가 않았거든요. 아쉬움과 개운함 설레이는 마음을 뒤로한체 전 마지막 책상 서랍을 힘차게 열었어요.
`드르륵` 서랍은 경쾌하게 열렸고 전 서랍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그 떄 저의 눈에 띈 물건. 그건 다름아닌 오래된 크레파스 였어요. 성한 것보다 뿌러진 것이 더 많은, 꿈돌이가 그려진 오래된 크레파스가 먼지가 뽀얗게 앉은체 절 반기고 있었어요.초등학교 3학년때쯤 썻었던것 같은데... 그 크레파스를 보니 한 사람이 생각이 났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나의 유년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분. 할머니.
제가 어렸을때 저희 집은 무척이나 가난했어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기도 힘들었는데 떡하니 오빠와 제가 쌍둥이로 태어나 버린거예요.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저를 버리자고 말씀을 하셨데요. 하지만 차마 버리지를 못했고 전 오늘날 이렇게 잘 클수있었던 거지요. 절 버리자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할머니께 서운 했던건 사실이었지만 말이예요 이젠 그런것 따윈 신경 안써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할머니 께서는 그 사실을 평생 가슴에 담아 두시곤 저에게 미안해 하셨거든요. 그런 사실을 아는데 어떻게 계속 서운해 할수가 있겠어요. 하여튼 그렇게 힘든 상황속에서 쌍둥이가 태어났기에 오빠는 친할머니댁에서 전 외할머니댁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저에게 행운이었던것 같아요. 할머니와 함께 지낼수 있었느니 말이예요. 그렇게 전 할머니집에서 생활 하게 되었고 할머니께서는 절 아주 아주 이뻐해 주셨어요. 어느날 이웃에 사는 친구가 새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사들고 와서는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그것이 너무나 얄미워서 할머니께 사달라고 때를 쓴적이 있었어요. 그런 저를 할머니께서는 가만히 보고 게시다가 어디로 나가시더니 조금있다가 스케치북과 12색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그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요. 그 스케치북 맨 첫장에 12색의 크레파스로 열심히 할머니를 그렸고 그 그림을 보시곤 할머니는 정말 아주 많이 기뻐하셨어요. "할머니 옛날 이야기 해줘" 라고 때를 쓰면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옛날 옛날에 할머니랑 미향이랑 살았데" 제 기억속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는 오직 이 한줄이 전부예요. 그리고 우리의 식탁위에는 언제나 갈치 한토막이 올라와 있었어요. 제가 갈치를 너무나 너무나 좋아해서 할머니께서 언제나 장날에 시장에 가셔서는 갈치를 사다가 끼니때 마다 한토막씩 상위에 올려주셨 거든요. 그 갈치는 세상 그 누구라도 손을 댈수가 없었어요. 오직 저만이 먹을수 있었어요. 할머니께서도, 하나밖에 없는 외삼촌마져도 말이에요. 갈치는 할머님의 사랑의 표현이었나 봐요.할머니와 유년 시절을 보내고 학교에 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어요. 그리고 할머님께서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그런 할머님을 뵙기위해 외삼촌댁을 엄마와 오빠, 그리고 제가 찾아갔어요. 전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도 울지안으려고 애를 썻어요. 그래서 동생들과 더욱 신나게 놀면서 웃고 떠들기에 전념을 했어요. 왜냐면 말이죠 엄마와 외숙모 , 이모들께서 싸우셨거든요. 할머니를 잘 모시지 못했네. 난 최선을 다했네... 뭐 그런식의 싸움들 말이예요. 그렇게 모두들 울고 싸우는데 나까지 울어선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울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썻어요. 근데 그런 저를 보고 엄마는 막 혼을 내는거예요. "할머니가 널 얼마나 이뻐했는데 니가 이럴수 있어?" 막 이러면서요... 그런 엄마를 외삼촌이 말렸고 엄마와 외숙모의 싸움이 또 시작됐어요. 전 몰래 할머니께서 누워게신 방으로 갔어요. 그리곤 누워게신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어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소리를 죽여 우는 저에게 할머니는 힘겹게 말하셨어요. "울지마 미향아... 울지마" 아직도 제가 그날 할머니 앞에서 울었던거 아무도 몰라요. 그건 저와 할머니만의 비밀이거든요. 그렇게 할머니께서는 누워서 세상을 떠나셨어요. 어느 눈오는 겨울밤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얼마있다가 전 큰어머니집에 갔어요. 큰어머니집과 할머니의 집은 가까웠 거든요. 그래서 전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집을 나와 할머니집으로 걸어갔어요. 아무리 가까워도 어린아이가 걸어가기엔 먼 거리라 거의 1시간을 걸었을 꺼예요. 저기 멀리 할머니의 집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마음이 막 설레였어요. 그래서 뛰었어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계속 뛰었고 집앞에 도착을 했어요. 그리곤 아주 힘차게 대문을 열었어요. 아주 힘차게... 그런데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단단히 잠겨 있었어요. 전 뒷문으로 돌아가 집안을 살펴봤어요. 모든것은 그대로 였어요. 정든 마당과 그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까지도... 하지만 그 정든 마당에는 낯선 오토바니가 서있었고,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어요. 그렇게 돌아서 큰어머니집으로 오느길 내내 전 울었어요. 바보같이 할머니가 절 반겨줄줄 알았나 봐요. 바보같이 그곳에 가면 모든것이 그대로 일줄 알았나 봐요. 그 일이 있은후 전 다시는 그집에 가지 않아요. 그집은 저와 할머니만의 공간인데... 우리들만의 추억의 장소인데... 그런 장소에 다른 사람이 있는거 보기가 싫었기 때문에요.
저 바보같죠? 오늘 정리하다 본 크레파스는 할머님의 크레파스가 아닌데 괜히 옛날일 생각하면서 혼자 슬퍼하고... 근데 더 바보같은건 말이죠 아무리 아무리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릴려고 노력을 해봐도 떠올르지가 않는 다는 거예요. 파마 머리에 눈이 작았던거 같은데... 아마도 할머니를 잊어가고 있나봐요. 아니 이미 잊었는지도 모르죠. 단지 그놈의 오기라는 놈 떄문에 잊지 않았다고 고집을 피는것인지도...겨울방학 이예요. 이번엔 시골에 내려가서 한번도 찾지 않았던 할머님의 산소를 찾아갈 꺼예요. 산소를 찾아가면 왠지 할머니의 죽음을 인정해 버리는것 같아서 찾아가기가 정말 정말 싫었는데 말이죠 이번에는 찾아갈 꺼예요. 그리곤 이렇게 말할꺼예요. "할머니 나 미향이야. 나 진짜 진짜 많이 컷지? 할머니 나 할머니를 잊어버리고 살았어. 할머니가 나한테 줬던 사랑 모두 잊어버리고 살았어. 할머니 미안. 미안해... 그리고 할머니 나 한번도 할머니 한테 이말 못한것 같아서... 할머니 나 진짜 진짜 할머니 사랑해." 저의 긴 추억 여행이 크레파스를 정리하면서 끝나버리고 말았어요. 참 재미 없는 여행이였죠... 제가 이번에 시골 가면 말할꺼지만 그전에 저희 할머니께 말씀좀 전해주실레요? 미향이가 할머니를 무지 무지 사랑한다고요...
세상끝까지-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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