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소년
임은주
2001.01.03
조회 37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 아들은 겨울 방학을 이용해 신문 배달일을 하고 있답니다.
보기에 철도 없고 제것 하나 챙기지 못하는 녀석이 오락 CD사달라고 조르길래, 컴퓨터 사줬으면 됐지 그런것 까진 못 사준다, 그렇게 사고 싶으면 니가 벌어서 사라
고 했더니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어덯게 하면 되나? 하길래
"신문 배달이라도 하면 되지"하니까 혼자 보급소로 몇번 찾아 갔었던 모양입니다. 요즘은 아이들을 잘 안 쓰고, 주부 배달 사원이나 총각들을 쓰기 때문에 그 취직자리가 생각보다는 쉽지 않더군요.
보다 못한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서 지국장님께 방학 동안만 부탁 드렸더니, 드디어 올 겨울 방학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이녀석이 빠뜨리지않고, 집집마다 잘 전달해 줄까?''하는 걱정도 되고, 그래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용기도 가상해서, 동네방네 자랑(?)을 했더니
''월급날이 언젠데? 무희보고 칼국수 사 달라고 해야지"
"벼룩이 간을 내먹어라"
"월급날 대문 앞에 줄 서 있으면 되나?"라고들 한마디씩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처음 돌리고 오던 날은 ''한번 해보고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지?''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 오더군요.
"엄마, 월급타면 숯불갈비 사줄께"하길래
"이놈아 한달내내 고생해서 갈비 한번 사먹으면 없게. 돈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야"라고 했었습니다.
에리베이터도 없는 5층 아파트를 돌린다길래, 기왕이면 엘리베이터 있는 우리 아파트를 돌리면 좋을텐데... 했더니 남편은
"괜찮다. 기왕하는거 고생 좀 해 보는 것도 좋다"라고 합니다.
지국장님께 몇집빠뜨려서 꾸중 들었다고 하길래, 속으로 ''잘됐다. 이 기회에 집중력을 기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사회가 어떤 곳인가 맛도 좀 볼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봐라. 집에서는 좀 빠뜨리고 다녀도 큰 흉이 되지 않지만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면 안되지.
자꾸 그러면 잘린다. 너!"
아들 녀석은 알아 들었는지 수긍하는 눈치더군요.
변춘애님!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같겠지요?
편법을 쓰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서, 노력한 만큼 행복한 생활 하는것.
모진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 가는 것을 기도 하는 마음.
우리 아들 '' 이무희''에게 전해 주십시오.
작년에 본의 아니게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게 된 아빠가, 참으로 힘들어 하다가 멀리 함안이란 곳에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도 가족을 위해 다시 힘을 내어 직장생활하는데
은근히 아빠에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아들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Like Always (늘)-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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