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그랬지
이영희
2000.12.17
조회 38
지금이야 김장을별로하지않지만 예전엔 김장자체가 겨울양식이었기때문에몇포기정도가아니라 100포기200포기 이런식으로 많이했습니다.우리집역시 어머니의 큰손때문에 언제나식구수에비해 엄청나게 많이했지요. 그런데 희안한것은 그많은김치도 겨울이 다가기도 전에 동이나는거였습니다.친정어머니의고향이 함경도여서 동치미도 많이담그셨지요.혹독하다싶은추운날 깊어가는겨울밤..그때만해도웃목의걸레가얼만큼 매서운추위였는데 그런날은 이상하게 잠이쉬오질않았고 일찍먹은 저녁밥은 어느새 소화가다되었는지 배가고팠습니다. "너희들 배고프냐?"하시는어머니의 물음에 누구랄것도없이 안자고있던 저희남매들은 "녜"하고 대답했지요.그럼어머니는 마당에묻어둔 동치미독들춰내는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부엌쪽에서 어머니는무언가 썰고 삶고 무치고하시죠. 드디어 어머니의겨울밤의별식으로 당도한것은 동치미국물에만 국수와 잘익은배추김치를송송썰어놓고 고소한참기름몇방울떨군 메밀묵무침이었습니다.이가시릴정도로 살짝얼음이언동치국물에만국수한그릇과 칼칼하게매운 메밀묵무침을먹고나면 사지가벌벌떨릴정도로춥던 온몸이 입안이얼얼해오면서 화끈해지지요. 먹고도 뒤돌아서면 배고프던 그시절의우리 남매들에게 언제나 푸짐한 별식을해주시던어머니가 이겨울에도 그립습니다.동치미한사발떠다놓고 그큰무우 그대로들고먹어도 꿀맛이었던.그나마더큰무우먼저집으려고 형제간에 긴장감마저들던 그해 춥고춥던겨울밤엔 눈도 소리없이혼자소복소복 많이도내렸습니다.



I''LL BE MISSING YOU-고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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