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강경순
2000.12.17
조회 36
시험치는 고사장에 너를 들여 보내고 나서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쳐다 보고 있으려니 괜시리 콧등이 시큰해지더구나. 고등학교 입시 시험인 연합고사를 치러 들어가는 너가 이제는 의젓하고 다 큰 것 같아서 자꾸만 눈물이 나오더구나. 언제나 어린애 같고 언제나 소녀같기만 하던 너가 이제는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치는 예비 숙녀가 되었다고 하니 정말 감회가 새롭더구나. 지금도 너를 밖에 내 보낼 때면 차조심도 걱정되고 나쁜 사람들도 걱정되는, 아직은 엄마에게 아기같은 너인데 말이다. 날씨가 추워서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고사장에 도착했더니 너의 학교 후배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선배들을 격려하느라고 열기가 대단하더구나. 화이팅을 비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후배들, 보온병에 생강차를 담아 와서 건네는 후배들. 응원가를 열심히 불러 제끼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훈훈하게 따뜻해 지더구나. 날씨가 추워서 잠깐만 서 있어도 손과 발이 꽁꽁 얼어 붙는데, 추위도 잊은 채 너희를 격려하려 나온 후배들이 정말 고맙더구나. 엄마도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치루던 때가 있었지. 엄마가 태어 났을 때 입던 배네옷을 입고 시험을 치면, 재수가 있어서 점수가 잘 나온다고, 너희 외할머니가 속옷에 배네옷을 달아 주어서 정말 불편하게 시험을 치던 생각이 나는구나. 밤새 딸의 속옷에 배네옷을 깁는다고 잠을 못 자시던 너희 외할머니를 그당시 엄마는 주책이라며 투덜거렸었지. 그것이 외할머니의 사랑인 줄도 모르고.... 이제는 엄마가 옛날의 너희 외할머니의 나이가 되어 보니 딸이 잘 되는 일이라면 정말 밤을 새워서라도 무엇이든지 다 해 주고 싶구나. 딸이라서 안된다, 여자라서 못한다 하면서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하고 경쟁하라고 엄마가 너에게 자주 이야기 했었지. 어떤 일이던지 자신감을 갖고 도전적으로 살아 가는 엄마의 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오늘 시험을 치루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하겠니! 그동안 읽고 싶었지만 시험때문에 못 읽었던 책도 열심히 읽고, 전시회도 열심히 보러 다니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거라. 문화와 예술을 보는 시간을 지금부터 많이 가지다 보면 훗날 너의 삶이 훨씬 윤택해 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너의 꿈과 이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너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구나.소녀의 꿈-에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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