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아이를 보며
김성숙
2000.12.17
조회 35
저는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제가 오늘 쓰려는 얘기도 이 아이와 관련된 것이지요. 언제인가 부터 저의 휴대폰에는 메시지가 하나씩 들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저녁 10시 반 무렵이면 어김없이 말입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어온 메시지라고 생각했었지요. 제게 그런 내용의 메시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그런 메시지를 보낼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녁마다 그렇게 메시지가 들어오기에 하루는 학원 수업을 마치고 늦게 들어온 아이에게 "너 혹시 엄마 휴대폰에다 메시지 넣지 않았니?" 하고는 물었습니다. 아이는 "공부하기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하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조금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무슨 메시지냐면서 묻더군요. 저는 그날 저녁에도 역시 들어온 "어머님 안녕히 주무세요" 란 메시지를 아이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보고는 누군지 알았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아이의 얘기는 이러했습니다. 남녀 공학인 학교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쟤는 내꺼다" 하고 먼저 찜해 놓으면 서로 그것을 존중해 찜해 놓은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도 그런 아이가 있긴 있었는 모양인데, 누구인가 얘기는 않지만, 하여간 요즘 아이들은 이렇답니다. 우리 아이도 이미 다른 아이에게 찜을 당한 형편이라 메시지를 보내온 아이에게 처음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우리아이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온 그 아이 말고도 다른 꽤 많은 여자 아이들이 괸심을 보였다고 그러더군요. 물론 아이가 저(?)를 닮아서 준수한 인물에다 공부도 꽤나하기 때문에 그렇테지만요. 그렇게 여자 아이들로부터 관심을 받게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러다 보니 거기에도 힘의 논리가 적용되어 제게 메시지를 보내온 아이가 어느날 반아이들이 모두 모인장소에서 "쟤는 내꺼다" 하면서 우리아이에게 그냥 팍 찜을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그 아이 외에는 모두 정리가 되었답니다. 심지어 우리 아이가 찜해 놓은 아이까지도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그 아이를 쉽게 생각해낼 수가 있었던 것이었지요. 휴대폰 전화번호도 하도 묻기에 가르쳐 주었다고 그러더군요. 그렇지만 그런 메시지를 보낼 줄은 아이도 몰랐다고 그랬습니다. 참 황당한 현실이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장래의 시어머니에게 미리 잘 보여 두겠다는 의도 였는지는 몰라도 한동안은 의아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황당합니다. 물론 지금은 잘 타일러 그런 메시지는 보내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저의 친구들에게 하였더니 "시어머니 일찍 되어 좋겠다"며 수다를 떨더군요.
그러고 보니 아이의 코밑이 어느새 까무잡잡 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시험 공부한다면서 몇 날 며칠을 날밤을 새는 것을 보면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아이가 자라는 모습들 이기도 할테이지만 저희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린 세태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곧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삶의 선배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최대한의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은 다시 한 번 먹어 봅니다.
Love Song Tonight-양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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