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두 딸과 송년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보고 돌아와 이글을 씁니다. 이제 저의 옷을 다 입을 정도로 커버린 큰 아이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오페라 구경을 가면서 둘째 아이를 딱히 맡길 곳이 마땅찮아 함께 데려 갔었지요. 미리 기획사에 전화를 해 5살 아이를 데려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다른 공연과는 달리 허락을 하기에 함께 데리고 갔었습니다. 저는 공연장에 도착을 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공연장은 유치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장을 방불케하는 게 아닙니까?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온 네살 다섯살 아이들, 이제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공연장이 무서워 들어가지도 않으려는 돌박이 아이. 공연 전에 사탕을 나누어주는 분장을 한 배우들이 무서워 집에 가자며 우는 아이들. 공연은 시작이 되었고 솔직히 저도 배우들의 노래말은 양쪽에 설치 된 대형 화면의 자막을 보아야 그나마 귀에 들어오는데 공연장을 거의 차지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더군요. 얼마 후 바로 앞 자리의 꼬마가 하는 말이 제 귀를 번쩍 뜨이게 하였습니다. ''엄마, 왜 영어로 노래 해?'' 아이의 귀에 배우들의 노래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들릴뿐이었나 봅니다. 저희 둘째 아이도 언니때문에 따라 오기는했지만 지겨워 몸부림을 치며 언제 집에 가느냐고 보채기만 하고. 저는 공연장을 둘러 보며 중고등학생을 찾아 보았지만 정말 없더군요. 그 공연의 수준이나 내용으로 보면 10대의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보아야 적당한 것으로 보였지만 공연장의 아이들은 엄마 무릎위에서 일일이 엄마가 자막을 읽어 주어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막이 끝나고 저희 옆 자리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남자 한 분이 와서 앉길래 저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감동을 했지요. 그래, 바로 저 모습이야. 우리 10대들은 바로 이런 시간을 원하고 있는데.... 아버지와 함께 오페라를 보러 온 고등학생 아이. 너무 감동하였던 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아, 차라리 말을 걸지 말았더라면 그 감동을, 내가 본 그 모습을 아름다움이라 믿을 수 있었을텐데. 아이는 아버지와 온 것이 아니라 성악 레슨 선생님과 함께 온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10대는 가족이 아닌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어린 날에는 저토록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를 키우는데 저 부모들도 아이가 중학교에만 들어 가면 공연장 함께 갈 시간도 없이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를 부탁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10대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분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부모와의 든든한 끈을 더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는데 그 심정을 부모님들은 아는지?
오늘 공연장은 유치원 꼬마들의 자리가 진정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얼굴에 여드름이 송송 나기 시작한, 엄마의 옷장을 열고는 한 두개쯤을 입을 것이 있는 작은 숙녀들의 자리였고, 변해버린 자신의 목소리에 자기가 더 놀라는, 이제 슬슬 아버지의 면도기를 함께 쓰기 시작한 총각들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시간 모두들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그네들의 엄마들도 그 아이들이 여섯 일곱살적에는 인형극이다 뮤지컬이다 유난히도 열심히 데리고 다녔을 텐데. 정말 아이들이 그런 공연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왜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아이방으로만 내 모는 것인지?
그리고 오늘 그곳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 집에 가자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며 나중에는 윽박지르며 앉아 있던 엄마들도 욕심이 지나친 것은 아니었는지요?
전 선생으로서 학부모에게 하기가 가장 겁나는 것이 '' 무슨 과목 성적이 좀 부진한데요.''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곧 ''아이를 학원에 보내세요.''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이 되어버리곤 하기때문이지요.
엄마는 재미있는 연속극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너 지금 이거 볼 시간이 어디있니? 어서 네 방으로 가서 공부해.''라며 10대의 아이를 가족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년 송년 가족의 밤에 우리의 10대들이 그 공연장을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꽉메우는 꿈을 꾸어봅니다. 10대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사랑을 듬뿍 받고 싶어하는 우리 가족입니다.이글화이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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