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며 소외된 이웃에게.
이경진
2000.12.17
조회 34
시작은 꽤나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천년의 한해였는데 벌써 아쉽게 다 지나가고 있네요.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전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 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여기저기서는 망연회다 ,친목모임이다, 갖가지 모임이 많이 있으니라 봐요.
저희 남편 역시 연말이면 여러군데 모임으로 늦은 귀가를 많이 하게 된지요. 늦은 귀가에 술 좋아하는 남편을 가진 아내들은 사슴목이 되어 기다리기 마련이죠.
초저녁에눈 또 늦는구나 들어오기만 해봐라 , 눈꼬리가 올라가다가도 시간이 자꾸 흐르면 미운감정 보다는 무사히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내들 마음일꺼예요.
그날도 남편은 함께 지냈던 부하직원들과 식사나 하고 들어오겠다고 하기에 전 전날 작은 선물이나마 난방하나씩을 준비해 직원들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라고는 하며 출근하는 남편차에 싣어 보냈지요.
...............

그날 저녁 2차까지 갔는지 11시가 넘도록 들어오질 않더라구요.
읍내에서 저희집은 15분을 걸어야만 들어오기에 들어오겠지 하면서 집안에서 기다리기가 답답해 전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가 이길에서오려나
저길에서 오려나 기다리는데도 들어오질 않아 너무추워 다시 집으로 들어와 기다리는데 12시가 넘자 그때부터는 막 불안해 지기 시작했어요.
무슨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어, 늦어도 12시까지는 들어오는 사람인데..
헨드폰을 쳐봐도 음성으로 넘어가고 함께 있었던 직원들께 전화를 해 보고싶어도 너무 늦은시간이라 할수도 없고 자꾸 이상하게 불길한 생각만 들더라구요.
금보라씨 왜 있잖아요, 여자의 직감이라는것...

안방에는 시어른들이 곤히 주무시기에 문소리가 들릴세라 조용조용하면서 거실을 서성이는데 1시가 다 되어서 계단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 재빨리 문을 열어주니 어머 이게 웬일인가..
저희 남편얼굴은 피투성이가 되고 안경도 없고 아차 싶더라구요.
웬만해서도 술을 먹어도 흐트러짐을 보지 못한 나로써는 당황을 할수 밖에요.
남편은 집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는지 들어서자 마자 쇼파에 그냥 쓰러지더라구요.
일단, 제가 흥분하면 안될것 같아 콩콩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비상약품을 가지고 와서 찢어진 곳을 일단 지혈을 해놓고는 정신없는 사람에게 흔들어 물으니 걸어오는데 반대쪽에서 불빛을 다켜고 흰색차 한대가 남편앞에 서더니 어디서 본듯한 20대초반의 젊은이들이 세사람이 내리더니 자기를 에워싸더니 담배불을 빌리자고 하며 시비를 걸더래요.
취중이라 안보아도 알만하죠 . 교과서처럼 사는 저희 남편 곱게 빌려줄리가 없었겠죠.
그뒤론 몇번 주먹이 날아오면서 맞은생각은 나는데 그 뒤론 생각이 나질 않고 한참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가 쓰러져 있더래요.
.................

전 아차 싶어 남편 주머니를 보았죠.
지갑이 없더라구요. 분명 누군가에 당한 것이기에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나도 평소에 그곳이 좀 컴컴하다 싶었는데 집에서 얼마 안떨어진곳이라고 말해주기에 무서웠지만 후레쉬를 들고 나가보았더니 안경은 다깨져 안경테만 덩그런히 있고 지갑은 온데간데 없더라구요.
다시 집으로와 남편을 흔들어 깨어 지갑이 있던것을 말하라고 하니
오늘 급식비나온 삼십만원과 가지고 있던 돈 조금있고 카드가 3개 있었다는거예요.
원래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라 그냥 만들라고 하니까 만들어 놓고는 사용을 하지 않아 어느 카드사줄도 모르더라구요.
현금이야 이미 다 가져갔으니 어쩔 도리는 없고 늦은 시간까지 술집에서는 카드를 사용을 하니 빨리 취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득 들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주민번호를 대면서 카드를 찾아 다 취소를 하고나니 새벽3시가 되더라구요.
전 그때 알았어요, 카드사가 24시간 근무한다는 것을...

다 수습을 하고나니 긴장이 풀린 나는 잠이 오질 않아 잠들어 있는 남편얼굴을 보니 순간 그들한데 이유없이 맞고 지갑 뺏기고 날은 추운데 일어나지 못했으면 어쩌나... 무섭고 세상이 왜 이러나 싶었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 싶더라구요.

아침이 되자 저희 남편은 퉁퉁부은 얼굴을 보며 자신의 음주습관을 많이 반성하는 모습이 역역했습니다.
생각은 확실히 나지는 않지만 인상들이 꽤나 낮이 익을것 보며 술집부터 계속 지켜보아다 뒤쫓아 온듯하데요.
며칠이 지난후 주민증, 운전면허증은 여기저기서 찾을수 있었지만 연말연시를 이용해 흥청대는 남편분들께 우리와 같은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과 제가 하고 싶은말은

남편분들이여!!
연말연시도 좋고 망연회도 다 좋치만 꼭 2,3차 까지 가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마이크 잡고 꼭 흔들어대야 망연회 잘하는 건가요.
경제도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조용하게 한해를 반성하면서 2,3차 가서 술집에 갖다주는 그돈으로 소외되어 있는 우리 불우한 이웃에게눈길을 돌려 그들을 위해 따뜻한 내복이라도 준비해 찾아본다면 정말 뜻깊은 한해가 되질 않을까요?
또한 힘들어 하는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
올해는 유독 따뜻한 손길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변춘애를 애청하는 모든분들 우리 모두 먼곳을 찾지말고 가까운 주위를 돌아보아 훈훈함을 전해봄으로 한해를 마감하면 어떨까요?
고맙습니다.
CONCERT KID-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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