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초등학생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한 포항공대생의 실화라고합니다...
우리 형....
월말의 은행창구는 참 붐빈다.
오늘은 선명회 후원아동에게 후원금을 부치는 날이다.
그동안은 자동이체로 후원금을 냈었는데
지난달에 자동이체에서 지로로 바꿨다.
대기표를 받고서 북적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자동이체가 편하긴 하지만,
......형도 나처럼 이렇게 지루해 했을까?
아마 아닐 것같다.
오늘에서야 나는 왜 형이 그 손쉬운 이체로 하지 않고
그렇게 고집스럽게 한달마다 꼬박꼬박 지로용지를 썼었는지
형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 형은 언청이였다.
어려운 말로는 구개열이라고도 하는데
입천정이 벌어져서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의 한종류였다.
세상에 태어난 형을 처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젖꼭지가 아니라 차갑고 아픈 주사바늘이었다.
형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했고
남들은 그리 쉽게 무는 어머니의 젖꼭지도
태어나고 몇날 며칠이나 지난 후에야 물 수 있었다.
형의 어렸을 때 별명은 방귀신이었다.
허구헌 날 밖에도 안나오고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기는 밖에 나와봐야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나 되기 일쑤였으니
나로서는 차라리 그런 형이 그저 집안에만 있어주는게 고맙기도 했다.
나는 그런 형이 챙피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형은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
비록 어렸을 때였으나 수술실로 형을 들여보내고 나서
수술실 밖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 기도드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형을 위해서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은근히 형에 대한 질투심이 들었다.
어머님이 그렇게 기도드리던 그 순간만큼은
저 안에서 수술받고 있는 사람이.......
형이 아니라 나였으면 하고 바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솔직히 나보다 형을 더 좋아했다.
가끔씩 자식들의 어린시절을 회상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속에서
항상 형은 착하고 순한아이였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네를 태우면 형은 즐겁게 잘 탔었는데....
너는 울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넘어지고 그랬지..."
형은 나보다 한해 먼저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수술 자국을 숨기기 위해
아침마다 어머니는 하얀 반창고를
형의 입술위에다가 붙여주시고는 했다.
나같으면 그꼴을 하고서는 챙피해서 학교에 못갈텐데
형은 아무소리도 않고 매일 아침등교길에 올랐다.
형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 지는 잘 몰랐지만
아마 고생께나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형에게는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형을 걱정해주기는 커녕
말할 때마다 버벅거린다고 ''버버리''라고 놀리고 그랬다.
형이라는 말대신 버버리라고 불렀고
내딴에는 그말이 참 재미있는 말로 생각되었다.
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는 무서워서 감히 버버리란 말을 못썼지만
형하구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는
항상 버버라 버버라 이렇게 부르곤 했다.
형은 공부를 잘했다.
항상 반에서 일등을 하였다.
비록 한학년 차이가 나긴 했지만
형의 성적표는 나보다 항상 조금 더 잘 나오곤 했다.
어쩌면 그런 형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에서
더 그런 말을 쓰고 했었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 형이 어머니에게 무진장 매맞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교 2학년때였다.
그때 나는 그당시 내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한참
만화와 오락에 빠져 있었는데 항상 용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매일밤 어머니의 지갑에서 몇백원씩을 슬쩍하고는 했었는데,
그러다 어느날은 간크게도 어머니의 지갑에서 오천원이나 훔쳐서,
(그 옛날 오천원은 참 큰돈이었다)
텔레비젼 위의 덮개밑에 숨겨 두었는데
그게 그만 다음날 아침에 발각이 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당연히 나를 의심했다.
어머니는 무서운 분이었다.
게다가 그 며칠전부터 돈문제로 고민하고 계셨던 어머니였던 지라
두려운 마음에 나는 절대 그런 적이 없었다고 철저하게 잡아 땠다.
다음에 어머니는 형을 추궁했다.
형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 줄 몰라 했다.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염치없게도 형의 대답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그 위기를 빠져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형은 어머니에게 잘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믿었던 형이었기에 더욱더 화가 나셨고
나는 죽도록 어머니에게 매맞고 있던 형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형이 그렇게 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철없던 내마음에도 형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방을 나가버리고서
방한구석에 엎드려 있던 형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형은 숨조차 고르게 쉬지 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그 후 얼마동안은 형에게 버버리라는 말도 안하고 고분고 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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