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내 생일 모르고 그냥 지나갈 남편대신 제가 ..
김명희
2000.12.15
조회 32
안녕하세요?
오늘이 제 생일인데요.
결혼후 16번째 맞는 생일이죠.

그런데 우리 남편은 제 생일을 한번도 챙겨주지 않는거 있죠.
결혼 기념일은 챙겨 줬냐구요?
물론 그것도 그냥 모른체 쓱 싹 넘어가지요.
왜사냐고 그걸 그냥 두느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서도, 그런다고 안삽니까?
헤어집니까?

부부라는 인연으로 맺어졌고, 자식새끼낳아 고만고만한데 그렇다고 헤어질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젠 체념할때도 되었으련만 아직도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이 다가오면 설마 이번에도그냥 넘어가진 않겟지 괜시리 설레이다가 설마는 역시나로 끝내길 몇번......

친구들이 결혼기념일에, 생일에 외식과 보석, 선물등을 받앗다고 자랑을 하면 그냥 은근 슬적 저도 받은척 넘어가는데 그럴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해요.
솔직히 부럽고 약도 오르고.

가끔 출장다녀와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그럴땐 직접주며 미리 생일선물사왔다 그러면 얼마나 좋아요.
애들시켜서 "이거 니 엄마줘!"
그걸로 끝이고 내가 "이거 생일선물 미리 사왔다고하면 안되?"하면 "나 그런거 못하잖아!"하면 그걸로 정말 끝이예요.

그러면서 하는말 자기 생일도 생겨주지 말라는데 생각이야 백번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가장인데, 아이들의 아빤데 그럴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과 편지를 쓰게하고 저도 언제부터인가는 케익과 미역국만 끓여 주지요.

신혼때는 달력에 표시도 해봤고 미리 미리 얘기를 해도 소용 없어요.

언젠가는 음력과 양력이 딱 맞아 떨어지며 결혼기념일까지 세가지가 한개로 뭉친날이 잇었는데 뭔가 좋은 일이 있을줄 알고 잔뜩 기대를 했다가 뭔가 기억도 잘 안나는 일로 눈탱이가 방탱이 되도록 맞은 적이 있어요.
물론 제가 잘못 햇을 것이고 저도 남편에게 달려 들었겠지만.

그 이후로 저는 생일을 잊고 산답니다.
호적으로된 여름날을 내 생일인냥 혼자 그렇게 보내고, 아이들은 양력으로 엄마의 생일을 기억해주는데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진짜 엄마가 나를 낳아준 음력의 그날이되면 우울해져요.

우리 남편은 작은것에 많이 아끼고 큰것에 실수를 하는 편인데 7~8년전 아이들과 함께 외출했다가 짜장면 집에 들어갔었죠.
그곳에서 제가 짜장면 곱배기 셋을 시키려니 인상을 쓰며 그냥 보통 두개만 시키라는 거예요.
그곳에서 싸우기도 그래 그냥 두개를 사서 한그릇은 남편과 아들이 한그릇은 딸둘과 제가 먹었는데 짜장면 발이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더군요.
애들 먹도록 그냥 젓가락을 놓으니 아이들도 안먹고.
남편은 얼른 남은 짜장 가져다 박박 긁어먹고 나오며 하는말 음식은 남기면 안된다나.

그이후로 아이들은 남편이 음식사준다면 안먹는대요.
주인보기 창피하다고.
남편은 음식은 조금시키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등을 잔뜩사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하는데 저는 과자는 안먹거든요.

제 지론은 군것질보다 밥을 든든히 먹어야한다고하고 남편은 밥보다 군것질을 하고자하고.
우린언제나 불협화음이지요.
요즘도 그러냐구요?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함께가서 화장실 가는척하고 음식을 많이 시켜놓고 음식이 나오면 "어? 아까 처음것 취소하고 이거 시켰는데"하고 눈짓을 하면 주인이 대충 알고 있고 남에게 싫은소리하기 싫어하는 남편은 그냥 다 먹고 나오지요.

음식 많이시켜 버린적 한번도 없어요.
먹을 량을 아는데 그냥 시켜 버리겟어요?

우리 아파트 단지안에 학원이 있는데 그곳에 우리 딸이 다녀요.
학원 창문과 우리 베란다가 마주서있고 학원에서 우리집까지 200m 거리밖에 안되는데 베란다 문열면 아이가 오는게 보이고 가로등불빛이 환하고 오가는 인파가 많지만 아이들 귀가 시간에 맞춰 나가서 데려오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자신은 피곤해서 못나가고 나는 아무리 아퍼도 나가야하고.

그러니 저 자신 아이들을 두고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하지만 (직장다닐때 회식등이 있어 늦게오면 곁에잇는 동료들이 들릴 정도로 소리소리지르지요) 제가 친구들의 모임등에 못나가고 몇년전 이사한다는 저를 위해 친구들이 남편들의 허락을 받고 저 퇴근후 밤 늦게 만나 위로해준다고 밥과 노래방에가서 노는데 주인공인 제게만 계속 연락이 오는거 있죠.
밥 먹었으면 오라고.
친구들 보기 미안하고 그래서 저는 몇달에 한번 늦게 나갔다 일찍 들어와요.그냥.

남편은 도덕 교과서 같은 사람이라 대충대충 쉽게 살아가려는 제게 화를 내고 모든것을 보는대로 버리고 감추는 통에 물건찾아 삼만리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생일 선물을 안사줘도 결혼기념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남편을 사랑합니다.
나의 사랑이라는 것은-ㄴ이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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