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경남 합천이라는 곳입니다. 가까이에는 해인사가 있는
곳이죠. 남쪽이라 여간해서는 눈이 잘오질 않는데 오늘 아침에는 말그대로
함박눈이 쏟아지더구만요. 이러다가 전국방송타는건 아닐까? 하면서 며칠전
생각하면 할수록 신경질 나는 얘기를 들려들릴까 싶어 이렇게 사연올립니다.
2000년 12월 10일 일요일 @@커피숍(맞선장소)
며칠전서부터 엄마는 중간에 소개시켜준 사람 체면도 있고 하니까 이번만큼은
실수하면 안된다시면서 마지막 남은 달력위에 맞선볼 날짜를 표시를 해두고
계셨습니다. 왜 걱정이 안되겠어요? 시골에선 서른이라고 하면 무슨 하자가
있어 시집못가는 줄 아는 사람이 태반인데 멀쩡한 딸자식이 남일처럼 있으니.
식구들의 아낌없는 배려와 후원으로 처음엔 소극적으로 임했던 제가 엄청난
성의를 보이면서 최선을 다하며 맞선볼 준비를 했습니다.
미장원에 가서 이상한 웨이브로 변장을 하고, 여동생이 미리 준비해둔 치마에.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이 촘촘히 박혀져 있어, 다리가 날씬해 보인다는 스타킹
드라이 시켜서 기름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코트에. 또 엄마는 목티입으면
목이 짧아보여 첫인상이 답답해 보인다면서 이 추운 날씨에 목이 엄청 깊숙하게
파여져 있는 티를 안에 받쳐입게 했습니다.
원래 준비하는 과정이 사람을 더 설레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지라 이 모든걸
스스로가 즐겼답니다. 마지막으로 목욕탕에서 너무 불려져 버린탓에 부러진
손톱위를 입술색깔에 맞춰 도배까지 하구서 차에 시동을 걸어 약속장소로
갈려는데 남동생이 황급히 따라 나와서는 약속장소까지 바래다 준다는 거예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참! 얼마나 치우고 싶으면."저것이 지가 빨리 장가갈려구
허튼수작 부리는거 아냐" 그래도 속으론 가족애를 느끼며 고마워했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저만치서 경찰차가 보이는
거예요.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며 가고있는데 이게! 웬일
과속으로 서라는 신호와 함께 우리는 힘없이 한쪽 갓길에 차를 세우게 되고
불같은 성격의 우리 남동생. 육만원의 범칙금에 벌점 15점이라는 말에 그냥 반쯤
이성을 잃었더군만요. 뭣땜에를 몇번 외치더니 결국은 경찰아저씨를 태우고
실제 그 속력이 나오는지를 차를 돌려서 테스트를 하러 가는거예요. 그사이 저는 다른 경찰아저씨한테 사실 오늘 좋은일로 가다가 그렇게 됐다면서 선처를 부탁
드렸죠. 물론 쬐끔 싼거루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보니 약속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거예요. 이번엔 느낌이 좋았는데. 조바심에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차 사건이 무슨 암시라도 해준듯.
7:3가르마에, 격식있게 차려입은 양복에. 또 얼굴에는 수많은 점들로 장식한
사람이 근엄하게 떠억 앉아있더군요. 첫눈에 알아봤다는거 아닙니까.
사람을 두고 외모로 평가한다는건 그렇치만 이건 웬만해야 말이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인거예요. 추구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무슨 할 말들이
많겠습니까? 30분정도 지체한채 그자리를 정리하고 나와버렸답니다.
오면서 그 난리를 쳤는데 무슨일이 잘되겠냐면서 기다리고 있는 남동생한테
그 화살이 다 꽂혔죠. 선볼거라고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계속 "씩씩"거리며 오늘도 엄마한테 외칩니다. "엄마가 시집한번더 가는게
훨씬 빠를것 같다고 말입니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화가납니다.
어쩌다 선까지 보면서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날 그렇게 끊겼던 자동차 범칙금 고지서는 아직도 내 핸드백 속에
구겨진 자태로 그대로 있습니다. 남동생한테 집어던져 줄려다 노처녀 히스테리
라고 병하나 더 얻을까봐서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눈오는 날엔 몸과 마음이 늙어버린 노처녀의 가슴에 구멍만 더 커져
버린답니다.
너와나 우리 영원히 또 하나!-원타임
재수없던 날.
최영미.
20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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