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살
김선희
2000.12.13
조회 35
안녕하세요
제가 어제 있었던 일이 너무 재미있어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우선 어제의 일부터 말씀드리죠
따르르릉~~~~
부인 : 여보세요?
신랑 : 응, 나야, 지금 뭐해?
먹고 싶은 거 없어?
부인 : 청소해요
신랑 : 오늘 내가 게 사갈께
부인 : 게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신랑 : 걱정마, 내가 게찜할께
부인 : 비린내 무척 날 텐데
신랑 : 걱정하지마, 내가 설겆이도 할 께
이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저녁에 정말 게를 사왔어요
아들이 좋아하는 딸기도 사 왔더군요
신랑은 부지런히 게를 씻고 찜통에 넣고 게의 살이 익혀지기를
기다렸죠
잠시후 뚜껑을 열어보니 모락모락 김 속에 게는 맛있게 익은 것 같아
꺼내어 식탁위에 신문지를 깔고 먹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아들의 그릇에 게의 살을 발라 놓았죠
아들은 맛있는 건 못 참는다며 자기 그릇에 가득 채워달라고
하더니 엄마 아빠는 조금만 먹으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엄마 아빠는 먹지도 않은 채 세마리의 살을 골라
아들에게만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래서 어른들이 자식 키워봐야 소용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신랑이 사 온 10마리중에 아들이 먹은 건 6마리,
저와 신랑은 비록 적게 먹었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아들이
잘 먹으니 즐겁기도 했죠
우리는 이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 했읍니다
먹을 때는 맛있어서 즐겁지만, 비린내 무척 심한 그릇을
닦으려니 싫었읍니다
신랑은 게를 사오면서 설겆이한다고 미리 얘기했었기에
아까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설겆이를 해 달라고 했죠
신랑이 설겆이 할 것이라고 믿지도 않았지만 신랑은 컴퓨터
앞에서 못 들은 척 하고 있으니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할 수 없지 하면서 세제를 왕창 풀어 닦고 닦아도 비린 내는 여전했어요
식초를 조금 풀어 헹구어 보았지만 비린 내는 더 심해지더라구요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다시 세제로 닦았어요
비린 내는 조금 사라졌지만 그래도 냄새에 민감한 내 코는
여전히 찡그려졌어요
신랑의 무관심에 짜증난 상태에서 이 비린내까지 나의 비위를
건드리니 정말 화가 났읍니다
신랑에게 이렇게 화풀이했읍니다
'' 컴퓨터 그만해, 게 사올 때 설겆이까지 한다더니
으으.. 앞으로 게 사오지마''
사실 신랑은 저와 아들에게 살을 골라주느라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말하고 나니 조금 미안해졌어요
그래서 딸기를 씻어 컴퓨터 앞에 놓고 아들을 씻겼읍니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 주려 갔다가 제가 엄살을 부렸읍니다
엄마 : 승혁아, 엄마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아들 : 왜? 어디 아파?
엄마 : 응.. 왼쪽 어깨
아들 : (조그마한 손으로 저의 어깨를 두들겨주면서)
엄마가 병원에 가면 나는 밥 어떻게 먹어?
엄마 : 아빠가 해 주시겠지
아들 : 안돼, 아빠는 밥도 못하잖아
엄마 : 아니야, 아빠도 밥도 잘하고 반찬도 맛있게 할 수 있어
아들 : 아니야, 난 엄마가 해 주는 게 제일 맛있어
엄마 : 승혁이는 엄마가 반찬 맛있게 해도 잘 안먹잖아
(아들이 편식이 좀 심해요)
아들 : 아니야, 엄마가 해 주는 게 최고야
앞으로 다 많이 많이 먹을께
또 어디 아파?
엄마 : 여기, 왼쪽 다리
아들 : (그 조그마한 손으로 엄마의 다리를 두들기며)
엄마, 코 자고 나면 안 아플거야
내가 자장자장 해 줄께, 병원에 가지마, 알았지?

전 차마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기분 좋아했읍니다
가끔은 아들에게 이런 엄살을 피워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자장자장 노래를 들었읍니다
아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아들은 이미 꿈나라로 갔더라구요
잠자는 아이의 모습은 어찌 그리도 예쁘고 수정같이 맑은지
비린내로 인한 짜증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새 내 마음은
기쁨이 가득했읍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자식으로 인해
행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내게 주어진 행운이지요
잠자는 아들의 귀에 대고 ''예쁜 꿈 꾸어라'' 하며 그 하이얀 볼에
뽀뽀를 하고 저도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썼읍니다
이렇게 저의 엄살은 끝났읍니다
사실 전 결혼하고 제 손으로 음식 해 본 일이 열 손가락으로 꼽아봐야겨우 서너번 일 겁니다신혼때는 직장 다닌다고 힘들어할까봐 시어머니께서 저희 아침 저녁을
모두 차려 주셨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네째 형님댁과 같은 아파트로
이사하였기에 네째 형님께서 시동생과 막내동서의 저녁을 항상 책임지고
맛있게 하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께서 손수 차리신 아침, 저녁상은 1년 6개월동안이었고,
네째 형님께서 아프셔도 저희들 저녁상은 꼭 챙기셨으니
그 기간이 무려 6년이랍니다
전 10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 손으로 음식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음식한 지 겨우 2달 밖에 되지 않은거죠
제 작은 언니는 요리책까지 사주며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새로운 반찬을
해보며 음식을 배우라고 하더군요
오늘도 요리책 보며 저녁상을 마련할 겁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해물탕을 하거나 어제처럼 게요리를
하고 나면 그릇에서 비린내 무척 심하잖아요
이럴 때 어떻게 그릇을 닦아야 그 비린내가 쉽게 사라질까요
행복했던 그날-노래그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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