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40여 일 전 둘째 아이를 낳은 한솔 엄마랍니다. 저는 이제껏 라디오를 듣기만 했지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데 이번엔 이렇게 참여해 봅니다.
여자가 아이를 둘 낳으면 몸이 삭는다던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 않는지, 첫째 아이를 낳을 때는 몰랐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는 허리도 아프고, 팔목 발목도 시큰거리고 정말 예전 같지가 않더군요. 게다가 아이 하나와 둘은 정말 천지 차이더군요.
첫째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허둥대고, 한밤중에 열이 나면 너무 당황해서 병원 응급실이라도 찾아가야 하지 않나 걱정했답니다. 그땐 아이 키우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땐 양반이더군요. 태어난지 3일 된 아이를 집에 데려와서 당시에 23개월 된 첫째에게 "한솔아, 아기야, 네 동생. 참 이쁘지" 하면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을 들여다보던 첫째가 갑자기 손톱을 세워 아기를 확 할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래서 첫째에게 뭐라고 했더니 앙, 너무 서럽게 울더군요. 그 뒤로 첫째는 동생을 쓰다듬는 척 하다가 때리고, 뽀뽀하는 척 하다가 물고......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뿐 아닙니다. 둘째를 겨우 재워서 내려 놓으면 첫째가 "아짜짜짜~" 이상한 괴성을 지르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바닥에 굴려 부릉부릉 소리를 내서 아이를 깨워놓더군요. 대소변을 가리던 아이가 아무데나 오줌을 싸대는 건 어떻구요. 누워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가, 배를 쭉 내밀고 아기 요에다 오줌을 싸는 첫째를 그냥 바라보아야 하는 심정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겹니다. 좋은 말로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보고, 엉덩이도 때려보고......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애 아빠는 첫째에게 너무 야단만 치는 것 아니냐고 하더니, 첫째가 둘째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 걸 보더니 즉각 첫째 엉덩이에 손바닥을 날리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한 일주일 지내다가요, 밤에 자는데 옆에서 자던 첫째가 갑자기 무슨 꿈을 꾸는지 서럽게 울기 시작하더군요. 흐흑,으로 시작하던 울음은 끝내 아앙,으로 이어지고, 제가 아무리 달래도 아이는 눈도 뜨지 않고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슬프게만 울더군요. 그제야 이 아이도 동생을 봐서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론 두 아이가 동시에 칭얼대면 우선 몇십 초 동안이라도 첫째를 먼저 안아 주고 둘째를 달랬습니다. 그리고 늘 "엄마는 우리 한솔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한솔이만 안아주고 한솔이하고만 놀아주고 싶은데 동생이 한솔이처럼 걷지도 못하고, 밥도 못먹고, 말도 못하니까 엄마가 돌봐주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저도 이 상황에 적응해서인지 이제는 첫째도 둘째를 예뻐한답니다. 거의 때리거나 할퀴지 않고, 자던 아이가 깰려고 뒤척대면 얼른 가서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 줍니다. 대신에 자기가 먹던 과자를 아기에게도 먹이려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지만 말이예요. 저도 이제는 적응을 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재미를 느껴가고 있답니다.
작은 약속-량현량하
둘째 낳은 한솔 엄마 큰일났네
김숙자
20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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