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산 좋고 물 맑고 5월이면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음성 감곡 입니다.
용감하고 정말 철부지인 다섯 사내아이들이 온갖 개구쟁이 짓을 하며 자랐지요.
마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다섯 사내놈들이 연루되었지요.
지금은 모두 장성하여 가정과 직장에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을 소개할까 합니다.
1982년 여름, 그해 여름은 따뜻했지만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제5공화국이 정비되지 않았던 터라 국민들은 할말을 제대로 못하며 긴장하며 생활하던 시절입니다.
피서 가는 대신 친구들과 냇가(개울)에서 천렵을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모였답니다.
서울로 이사간 친구녀석(이하 서울친구)이 여러 보따리 짐을 들고 왔더군요.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 했더니”
“이 형님이 너희들을 위해 집에서 기르던 땡칠이를 된장 발라왔다”고 하더군요. 친구녀석들은 “이게 웬 땡칠이냐”하면서 맛있게 먹더군요. 저는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녀석들이 먹는 게 힘들 것 같아 옆에서 조금 거들었지요.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텐트 속에서 세상살이 푸념을 하며 동양화 놀이를 했는데 돈 따먹기가 아닌 술 먹이기 게임 이였죠. 벌칙은 점수난 사람 빼고 나머지는 벌주(깡소주)를 먹는 것 이였습니다.
3점 기본에 1잔, 추가 3점마다 1잔씩 추가, 만약 상대가 흔들고 점수를 나거나 3고 또는 피박이면 두 배로 먹는 거였죠
한시간 정도 놀았나 모두 인사불성이 되더군요.
서울 친구녀석은 원래 술이 약한데, 한 두 잔 먹다보니 그 친구는 매판마다 술을 먹게 되었답니다. 그것도 한 두 잔이 아닌 여러 잔을 말입니다.
분위기가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 동양화 놀이를 그만하고 밖으로 나와 일광욕과 낚시를 하기로 했는데 친구녀석 중 제일 장난 끼가 많은 녀석이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나 한다고 나갔습니다.
물론 음주운전 이였지만 시골 개울가라 안심하고 보냈습니다.
물론 차림은 쌍방울(팬티)만 입은 상태였지요. 조금 있다 오토바이를 탄 친구녀석이 도착하자, 서울 친구녀석이 “나도 드라이브나 할까?” 하더니
오토바이에 올라타고는 “갔다올게”하더군요.
그런데 나머지 친구 4명이 졸도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 이유는 그 녀석 차림이
가죽팬티(알몸)만 입고 오토바이에 올랐기 때문이지요.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이였지만 그것을 친구녀석이 직접 보여주고 있었지요.
우리들은 조만큼 갔다 오겠지 했는데 한참 지나도 녀석이 오지 않더군요. 걱정이 되어 찾으러 나서려는 순간 개울가 논에서 웬 진 흙투성이가 된 친구녀석이 튀어나오더군요.
두분, 상상을 해보세요. 알몸에 진 흙투성이가 된 몸을.......
그 친구 하는말, 술기운에 가죽팬티만 입고 오토바이에 올라타서 개울둑을 한바퀴 돌고 싶어서 열심히 달렸답니다.
빨리 달리면 다른 사람이 보아도 얼굴을 알아 볼 수 없겠지 생각하고는 열심히 달리다가 큰길가(차량통행이 많은 국도)로 나가고 싶어 계속 달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웬일 그만 오토바이가 푸덕푸덕하더니 시동이 꺼지고 멈추어 움직이지 않아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답니다.
당황하여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옆에 큰 완행버스가 보이고 차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창으로 밖을 보며 웃고 있더라는군요.
일요일에다 차량통행이 많은 국도라 지체되어 서있던 차량들이 많아 차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다보게 되었던 거지요.
놀란 친구녀석은 36계 줄행랑, 오토바이에서 내려 길옆 논으로 다이빙하여 낮은 포복으로 벼를 헤치고 무조건 전진에 전진을 하였던 것입니다.
온몸이 진 흙투성이가 된 사나이의 비애를 상상 해보세요.
얼마동안은 오토바이 이야기만 나와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게 되었다는군요.
20년이 다되어 가는 어릴 적 추억이지만 지금도 친구녀석들과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고는 포복절도한답니다.
제가 이야기했죠 “너를 따르던 땡칠이에게 된장을 발라 벌받은 거라고.....”
지금은 어엿한 가장으로 사회인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 친구녀석들에게 한마디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CONCERT KID-보물섬
가죽팬티입고 오토바이를 탄 사나이
배지윤
20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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