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사각팬티와 고행의 밤
박재현
2000.12.13
조회 60
우리 물개들의 계절 여름이 거의 끝물인 무렵에, Y와 난 절대 이대로 여름을 그냥 보낼수없다는
생각에 같이 놀러가서 좀 즐겁게 놀다올 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대상장소로는,
동해안은 너무 고생스러워서 싫고,가깝고 물도 깨끗하고 돈도 덜들고 운치도있고 더군다나 미니시리즈나 드라마에도 가끔 나온적이 있는 인천 연안의 승봉도라는 섬으로 정했다.2주간의 연락이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추진이 지지부진 하여 갈지 말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즈음,출발 전날 밤에야 가기로 결정이 되었고 꼭 뱃시간에 맞춰서 나오라는 Y의종용으로
다음날 아침 통기타와 텐트 하나 들고 연안부두에 나갔더니 Y의 R.C.Y인지 Y.M.C.A인지 후배들대여섯명이 이미 서울에서 내려와 기다리고 있었다.생각보다도 우리하고는 년배가 많이 층지는 친구들이었는데 남2,여4명쯤 되었던것 같다. "내 친구니까 깍듯이 선배님으로 모셔라 들"Y의 간단한 소개.CHECK IN을 한후.(이거 말이 안어울린다)다시-개찰구에서 표검사받고 배에 올랐다.
.그것이 결국은
후배들이 Y를 교주처럼 맹종하는 이유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의 끊임없는 유머와 기타치면서
부르는 이광조의 "나들이".....,사실 Y와 난 회사내 취미 밴드에서 몇년째 활동중이었는데
우리가 이끄는 이러한 오늘밤과 같은 장외 모임은 거의 참석한 사람들의 감동속에서 강렬한 추억으로
모두에게 기억된다고 본다.어쨋든 우리는 밤 깊어가는줄 모르고 잘 놀았다.
그때 나타난 무서운 넘,우리는 걔 때문에 자리를 정리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수밖에 없었는데 그 넘은 다름아닌 세상에서 제일 들기힘들다는 무거운 "눈꺼풀"이었다.취기도 느껴지고 졸립기도하고....
텐트가 한동밖에 준비가 않됐지만 크기가 컸기 때문에 모두 같이 잠을 잤다.
(쓸데없는 걱정들 마세옹,지킬건 지킨다-박카스)
드디어 사건의 전개를 위한 모든 조건은 다 갖춰지고,취중에 비몽사몽간 잠을 자고있던 나는 갑자기
격렬한 흔들림에 잠을 깼다."선배님!!!큰일났어요~."후배의 재촉에 반쯤뜬 눈으로 밖으로
끌려나가서보니 바닷물이 텐트 밑자락을 벌써 10센티는 적시고 있었다.밀물이었다.분명히 낮에는
물들어 왔던 자국이 저 밑에 있었는데..사방을 보니 해변 양쪽은 이미 물에잠겨 길이 끊긴 상태였고
등뒤는 가파르고 너무 울창해서 가볼 엄두도 나지않았다.낭패였다.할수없이 몇미터뒤의 높다란
바위위로 모든걸 챙겨서 올라갔는데 바위는 굉장히 골이 잘게 삐죽삐죽한 그런 바위였다.
텐트와 짐들은 대충 바위 한쪽에 얹어 놓고,언제 왔는지 비에 젖은 울퉁불퉁한 바위위에 돗자리 두장을 펴고는 저마다 덜깬 잠에 그나마 평평한곳을 찾아 더러는 등을기대고 졸고,더러는 눕고 하여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일단 잠을 청하였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끝물에 비온 새벽의 바닷가..., 그 추위가 만만치 않았다.졸음과 추위에 또한
엉덩이를 마구 찌르는 자연산 X침 그 괴로움이란... 그럴즘,갑자기 내 엉덩이 한쪽이 편안하게
느껴지길래 손을 더듬어 봤더니 꼭 새둥지처럼 생긴, 한사람 새우자세로 겨우 들어갈만한 바위의
옴폭패인 부분이 돗자리 아래로 만져졌다.나는 행운의 안식처에 몸을 호두껍질의 호두알처럼
밀착시키고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은 아랑곳없이 다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얼마만큼을 잤을까
갑자기 옆구리에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누군가의 발인듯 했는데 이것은 대대적인 공세의
시작이었다.처음엔 온기를 찾아서 비집고 들어왔던 발이 찔리는곳없이 편안함을 감지하자 더욱더
과감한 공격을 시도해왔다.안위를 향한 인간의 본능,그것은 정말 처절하고도 치사했다.고개를 돌려서 점잖게 타이르려다가 그것이 여성의 작고 귀여운 발인걸 알고는 그냥 놔두기로 했는데
앗!이번에는 앞쪽에서의 공세,...순서는 이랬다 먼저 발이 들어오고 이어서 손,그리고는 몸을
살짝 접근시킨후 그리고는 그 두 지렛대를 이용해서 내 몸과 바위틈을 꼼지락 거리면서 파고들어
팔과 다리를 거의 쐐기형태로 박은후 조끔씩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내몸을 밀쳐내면서 점령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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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고행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그리고 설친잠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일찍 일어나서는 하나씩 둘씩
바위에서 내려갔다.입술들은 파랗고 눈을 충혈되고 행동은 마치 심한 관절염을 앓아온 사람들처럼
팔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면서....
우린 제일 늦게 일어났다. 우연히 발견한 그 새둥지 처럼 패인곳에서의 안락함과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도 덜느끼고 덤으로 야릇함도 꿈꾸며...결론은 그 새우집에서 세명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 세명의 성비가 몇 대 몇이었는지는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서 또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그곳 바위에
깊이 새겨놓은채 맑은 아침을 맞이했다.
지금은 그 후배들과 연락이 끊겼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후배들은 여행이후로 배에서 맞은
등짝과 바위위에서의 고행의 후유증으로 나이트크럽 같은 관절이나 몸의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
장소는 멀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귀여운 상상-써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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