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전부터의 기막힌 줄다리기
김영해
2000.12.13
조회 36
안녕하세요!
항상 부담없고 편안해서 너무 너무 좋아하는 변춘애씨께 사연을 올리려니 생각보다 많이 떨리고 제 사연이 채택이 될까두렵기도 하답니다.
전 11월 25일자로 결혼 10년, 3650일을 가득 채우고 이제 막 결혼 11년을 들어선 경력있는 주부랍니다. 항상 신혼일기를 들을때 마다 참 재미있게 살아가는 분들도,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남편과 한 살 차이로 사내커플로 만났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순간부터 정말 정말 많이 싸우고 또 싸우면서 그렇게 웃었다, 울었다 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참 바보처럼 손해본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땐 정말 눈에 콩깍지도 한겹이 아닌 서 너겹이 덮여버렸었나 보죠.
얼만큼 싸웠는지 아세요.
하루는 남편이(당시에는 애인이었죠) 다니던 회사를 옮기려는데 필요한 서류를 부탁했었는데(전 결혼 준비로 퇴사를 했었구요) 저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하고 있는 제게 뭐라 했는줄 아세요.
"나 너랑 결혼 안 해 준다"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해 준다구요.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 아무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지금 그 얘기를 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고 얼버무리고 말아버린답니다.
늦은 퇴근 시간에 같은 회사 직원분과 같이 오는 걸 보고 오해를 해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아주 오래전에 부모님의 소개로 딱 한번 맞선이라는 걸 보게 된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했는데 그 문제로 혼자서 심통부리고.....
기억도 다 하지 못할 만큼 수 많은 언쟁을 벌이고 화해하고 그러면서 결혼을 했는데 그 언쟁은 신혼여행 첫날밤에도 이어졌다면 좀 심각한거죠.그날 밤은 무엇때문이었을까요. 문제는 머리속에 셀 수도 없을만클 빼곡하게 꼽힌 실핀때문이었죠. 신부들 올린 머리 할때 스프레이 몽땅 뿌린 뒤에 엄청 많이 실핀을 꼽아주거든요.
숙소에 들어가서 남편은 아주 빠른 동작으로 신부를 맞을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전 들어가서 30분이 다 되어 가도록 머리핀도 제대로 다 처리를 못했는데 결국에 기다리다 지친 남편이(성격이 정말 급하거든요) 문을 두드리는데 문이 열릴리가 없죠. 화가 난 건 기다린 시간 보다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게 더 화가 났대요. 우리는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온거라는 남편 말보다 남편의 화난 목소리가 더 무서워서 문을 더 꼭 잠그게 만들었었죠. 결국 그날 밤 전 엄마를 부르면서 울면서 밤을 보냈고, 남편은 절 달래면서 하얀 밤을 지새웠대요.그렇게 몇년을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 새 10년이 훌쩍 가 버렸고 싸우는 동안에도 두 아이가 태어나 저희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려고 무럭 무럭 잘 자라고 있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냐구요? 당연히 아니죠.
10년이라는 시간이 괜히 흘렀겠어요. 지금은 완전 역전시켰죠.
농담이구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수도 있는 결혼 생활인데요, 많이 변했죠.
오랜 친구가 언젠가 묻더라구요. "넌 진우 아빠하고 살아가면서 정이 더 많이 붙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가 있느냐"고
대답했었어요. "난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에게서 애정을, 사랑을 느낀다" 구요.
3학년 7반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이거든요.
지금도 예전 실력을 발휘해서 가끔 언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첫째는 아이들이 있고, 둘째는 욕심보다는 양보가 훨씬 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걸 알았거든요.
진우 아빠! 사랑합니다. 그리고 항상 고마워 하고 있다는 거 아는지...Campus Couple (C.C): SPACE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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