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의 비명
백경애
2000.12.13
조회 40
며칠전에 동창회에 갔다가 서로 자기남편이며 자기색시랑 연애할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다고 얼마나 수다를 떨었는지 목이 다 아프더라구요.지금 생각해도 웃긴 저희 남편이랑 연애할때 운명의 갈림길에 섰던 사연을 소개할까 합니다.5년전 한창 데이트에 열을 올리던,그때는 영화보고 커피마시고 시내 쇼핑을 했었는데 500원짜리 머리핀 하나 사려고 3시간 돌아다니는건 기본이었죠.그래도 그때의 남편은 다리아프다고 투정도 못부리고 그저 제 가방만 들고 매일 밤 시내의 매장이란 매장은 다 따라다녀야 했죠.

그러던 어느날. 운명의 그날...뚜구뚜구뚜구뚜구(효과음)

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시내 쇼핑을 나갔죠. 그때 그 문제의 매장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잠깐 매장을 설명하자면(이해를 돕기위해)-옷이랑 악세사리,신발,가방,화장품...모든걸 취급하는 샵이었는데 그곳에는 출입구에 도난 방지용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 어떤 곳인지 아시겠죠?
저는 이것저것 보느라고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삐삐삐삐"경보음이 울리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한 남자에게 멈췄습니다. 저는 누가 이런 한심한 짓을 하는지 얼굴이나 보려고 목을 빼고 보았지요. 그순간 저는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저랑 데이트를 하던 바로 그남자. 착하기 짝이 없던 그 사~~람 이었습니다.
세상에~ 이 사람한테 도벽이 있을 줄이야........오 마이 갓
하늘이 노래지데요. 그 시끌벅적하던 댄스음악이 뚝! 멈추더니 건장한 남자가 나타나 그 사람 소지품(바로 제 핸드백)을 뒤지더니 ... 이게 웬일 입니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쉬며...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이러했습니다.
저를 따라 들어오던 남편은 출입구 옆 쑈 윈도에 속옷을 입고 있던 마네킹이 엉덩이를 내밀고 서 있길래 그냥 장난으로 똥칼을 하고 싶더래요. 그래서 자기말로는 살짝 찔렀는데 이 마네킹이 흔들흔들 하면서 쓰러졌답니다. 자기도 놀래서 바로 마네킹을 잡았는데 경보는 울리고...
근데 그 관리자 아저씨가 더 우끼더라구요.
다시 한번 해 보라고 그러는거 있죠! 그래서 우리신랑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마네킹 엉덩이를 쿡 ! 찌르니깐 정말 "삐삐삐~~"울어대는게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황당하고 우낀지...
그 아저씨 왈 우리집게 좀 예민하데나 어쨌데나
그때 이후로 우리 둘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며 정직한 우리남편과 예쁜 딸 지혜랑 찌지고 뽁으며 잘 살고 있답니다.
사랑해-소호대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