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이 같은 남녀의 생일
유지나
2000.12.12
조회 41
12월 13일은 저희 네 딸이 넘넘 사랑하는 저희 엄마 아빠의 생일이랍니다.
어느 누가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지 않겠습니까만은..
동갑내기이신 저희 엄마 아빠는 중매로 만나셨답니다.
어색하고 불편했을 첫 만남… 아마도 서로 마음에 드신것도 있었겠지만…
두 분 생일이 같다는 것에 혹해서 서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하여튼 서로 오케이 라는 사인과 함께 일은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3번쨰 만남이 바로 약혼식 사진 찍는 날이었구요(정말 그냥 사진만 찍는 것이었지만요^^)
만난 지 한 달 만에 바로 결혼식.. 그리고 엄마의 고생이 시작되었죠. 저희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밑에 줄줄이 있는 다섯명의 동생
들…을 날마다 밥해주시고, 장손의 며느리로서 일년에 열 몇 번씩 있던 제사에, 시동생들 결혼과 이런 저런 뒤치닥꺼리.. 3년 전에서야 막내 삼촌까지 결혼을 하셨고, 이제 한시름 놓나보다 싶었더니..이제는 제 차례인가 봐요..

이제 겨우 25세.. 만으로 하면 아직 꽃다운 23세의 병아리 사회인인데..

저희 엄마는 뭐가 그리 걱정이신지 빨리 결혼시키시려고 맞선을 독촉하신답니다.

벌써 다섯 번이나 선을 봤다면 믿으시겠어요? 그것도 집은 광주이지만 사는 곳은

서울.. 직장을 서울로 얻어 서울로 올라온 지가 8개월도 채 안되었답니다.

그런데 벌써 5번이나 봤다니…이런..하느님! 맙소사!(오마이갓~) 가 아닐까요?

사실 저도 장녀이고 밑에 여동생만 셋이나 되거든요… 대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마도 엄마는 그게 염려스러우신가 봐요. 동생들이 많아서.. 그것도 딸만 있기 때문에..

제 혼사길이 막힐까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보내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말이예요..

날씨가 춥습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날마다 전화하셔서 돈 아끼지 말고

방 따뜻하게 하고 자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전에 한 번은 우리 딸 혼자 불쌍해서 어떡하니? 얼른 결혼을 시켜야할텐라고 하셨어요..

헤헤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지금 회사인데… 요즘 식구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와요.

하루종일 제 걱정인 엄마를 생각해도 나오고, 마음 약한 우리 아빠를 생각해도 눈물이

나오고, 동생들을 생각해도 잘 지내는지…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12월 17일에는 집에

가보려 합니다. 엄마 아빠의 생신을 미리 축하드릴려구요.. 가서 맛난 것도 사드리고 맘껏 효도하고 오겠습니다. 충! 성!

엄마..아빠….사랑해요^^


p.s. 참.. 요즘 저희 엄마가 인터넷에 한참 열을 올리고 계시거든요.. 처음에 보내시던 메일은 철자 다 틀리시고 엉망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솜씨이십니다. 동
생들은 불만이지요. 자기들한테는 메일 안보내준다고..
멀리 떨어져 사는게 좋은 점도 있네요^^다음은 자희엄마가 보내 주신 메일이랍니다.
제가 좀 짜증이 난 어느 날 메일을 보냈거든요.. 기분이 너무 안 좋은 하루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멋진 답멜을 보내주셨어요.. 엄마…인터넷…파이팅!!
딸에게 사랑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떻게 좋은일만 있겠냐;
오늘은 기분이 나빠도 내일은 기분이 좋을수도 있단다.
매사에 신중하고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거라.
또 참고 또참고 하는것이 세상위치란다.
상대입장에서 생각 하거라.
만약 네가 그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걸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라.
서울은 많이 춥지.여기도 첫얼음이 얼었다.
우리집도 김장을했다.감기 안걸리게 방을 따뜻하게 자거라.
추운데 건강하고 몸 조심해라.
청량리에서 엄마가
사랑하는 딸에게 보냄
어서 와요-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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