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 우리 남편은 "야타족" 원조
이미연
2000.12.09
조회 48
리 남편은 "야타족" 원조

아유!, 어떻게 쓸지 고민이 몇 년, 쓰고 버리기가 몇 수십 번... 오늘은 기필코 써야지 마음을 먹고, 저는 가스불에 보리차 주전자를 올려놓고 식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25년 전 결혼1년 되던 해, 송년회 때의 이야기입니다. 12월 31일 날이었습니다. ''따르릉'' 전화가 울렸습니다. 친정오빠가 오늘 저녁, 넷째 동생네 집에서 모여 술이나 하자고 전화를 건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동생은 성남, 오빠는 목동,
언니는 묵동, 저는 지금 분당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친정식구 만난다는 기쁨에 남편과 서둘렀습니다. 남편은 집에 있는 돈을 모두 달라고 했습니다. 쓰던 안 쓰던
집을 나가니 돈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있는 돈을 몽땅 주고 눈썹을 휘날리며 동생네 집에 도착을 했죠. 가보니 오빠, 언니 내외는 벌써 와 있었고 술판이 벌어져 반 이상 취해 있었죠. 제 남편도 합세하여 부어라 마셔라 마시고 또 마시고, 정말, 이건 경주에 나온 선수들 같더라구요. 제 동생 내외의 집은 방 하나, 부엌하나인 집으로 8명이 모여있자니 너무 좁고 불편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어서 있다가, 다시 앉아 있다가 보니 어느 덧, 10시가 지나 11시가 되었죠. 저는 남편보고 이제 그만 가자고 말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죠. 기다려도 버스는 없고 몇 수십 대의 택시만이 "영등포 1000원, 1000원", "영등포역까지 20분"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우리 8명은 서성거리다가 오빠가 "우리집에서 2차하자. 영등포까지만 가면 내가 다 책임진다."고 해서, 남편은 비적비적 택시옆으로 가서 무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야 타, 빨리 타, "라고 외쳤고, 저는 "안 돼" 다시 남편이 "야 타" 라고 외치는 바람에 오빠 언니 내외가 한차, 우리 동생 내외가 한차, 이렇게 택시를 탔죠.
택시 운전수 아저씨는 "영등포역까지 20분에 모시겠습니다." 하며 신바람이 나 있었습니다. 혹시 총알 택시라고 타 보셨나요? 정말 총알 같더라구요. 영등포역까지 도착하니 11시 50분. 우리는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어느 덧 12시..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렇게 큰소리를 치던 오빠 언니 내외가 우리를 보더니 "야. 안되겠다. 너희들은 알아서해. 이따 집에
서 보자" 하며 어디론가 사라지더라구요. 이럴거면 큰소리는 왜 쳤담..우리는 골목길에 몸을 숨기고 있었죠. 저 멀리서 순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남편이 또 비적비적 순찰차 앞으로 가서 무어라 하더니 "야 타, 빨리 타, 야 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린 얼른 탔죠. 정말 난생 처음 타보는 경찰차라 덜덜 떨면서 탔죠. 고맙게도 오빠네 집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달리다 보니, 검문소 앞에 큰 8톤 트럭이 서 있더라구요. 그 차는 이내 출발하였고, 우리도 곧 이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큰 차가 오빠네 집 골목으
로 들어서더라구요. 그 골목에는 식당이 여러 군데에 있었는데 식당 담 바로 밑에 겨울김치가 담겨진 항아리가 있었고 김치가 추위에 얼까봐 담요나 이불로 덮어 놨죠. 이 큰 차는 골목이 좁아 이 김치 항아리를 슬쩍 건드리고 지나갔습니다. 곧 항아리가 "뿌지직"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때 식당주인 아저씨가 삼중 보온 메리야스 내복바람으로 "저놈 잡아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왔습니다.차는 유유히 사라지더라구요. 그리고서 우리는 오빠네 집 앞에 내리며 남편은 양복속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사례를 하더라구요. (참고로 우리 한달 생활비는 오만원짜리 수표 한 장) 남편은 수표 한 장을 꺼내서 주더군요. 순찰차 아저씨는 연신 ''조심하십시요'' , '' 안녕히 가십시오'' 하며 가셨죠. 오빠 집에 가보니 아직 안 와서 밖에 가보니 시끌벅적한데 아까 삼중 보온메리야스를 입은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오빠를 쫓아다녔죠. 알고보니 아까 그 문제의 8톤 트럭이 오빠의 차였던 것입니다. 오빠는 결국 죄송합니다 하면서 김치로 배상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죠.
(뒷이야기인데 정말로 올케 언니가 동네, 친정, 시댁 식구의 김치를 모두 퍼가지고 배상을 해주었죠.) 오빠는 집에 들어와 쑥스러운지 사과 술을 꺼내 2차를 하기 시작했고 또 부어라 마셔라했죠. 난 정말이지 내 남편이 아니었음 싶더라구요.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 우린 첫 차를 타러 영등포역으로 서둘러 오빠한테 돈을 빌려 가지고 왔죠. 첫 차라 손님이 없어 의자 각각 하나씩 앉아 창 밖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자니 총알 택시가 아니고 대포알 버스이더군요. 얼마쯤 지나자 쿵하는 소리에 보니 우리 남편이 버스통로에 떨어져 흔들의자인양 흔들흔들하면서 편한 자세로 웃으며 앉아 있더라구요. 전 "자기야 정신차려 빨리 일어나" 하고 깨워 보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결국 종점까지 가서 또 택시를 타고 갔죠. 겨우 집에 도착해서 이불을 깔고 남편은 잠이 드는가 했더니 결국 이불에다 "우웩..."을
하고 그걸 본 저 또한 이불에다 "우웩..."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송년회는 이렇게 끝나고 말았죠. 전국에 이 라디오 프로를 시청하는 애청자 여러분 이제 년 말
이고 송년회다 새해다 하고 흥청망청 할 때가 아닙니다. 경제가 어려울 이 때에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분이 나오지 말았으면 하고 이 글을 올립니다.
끝으로 우리 식구는 순찰차 아저씨한테 한달 생활비를 다 준 대가로 한달 내내 김치만 먹고 살았습니다.
\\\\\\\\\\이글을꼭뽑아주셨으면합니다.\\\\\\\\\\\\\Fake G-젝스키스3집 3번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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